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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시사토론
 홍준표 지사님께 드리는 한 고등학생의 편지~
 작성자 : 울진사랑      2015-03-31 13:02:38   조회: 1630   

홍준표 경남 도지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경남 마산의 태봉고등학교 1학년 이현진이라고 합니다.

지사님께서 무상급식을 폐지하신 후부터 저희들은 꽃피는 봄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단식을 시작하셨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들의 걱정 가득한 표정과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를 보다 못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지사님은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고 하셨지요. 굉장히 놀랐습니다. 지사님께도 분명히 학창시절이 있었을 텐데 정말 모범생이셨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저 같은 평범한 학생들은 오로지 공부 하나만을 위해 학교를 다니는 것은 아니거든요. 학생들에게 학교는 그냥 공부하러 가는 곳이 아닌, 삶 전부가 담긴 작은 우주입니다. 만약 어른들께 회사는 일만 해야 하는 곳이라면 어떤 심정일까 궁금해집니다.

 

점심시간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대단한 시간인지 잘 모르시는 지사님께 그 시간의 의미를 설명해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학교는 작은 기숙학교라 삼시세끼를 모두 친구와 선생님과 함께합니다. 그래서 저는 최소한 하루 세 번은 즐겁고 행복합니다. 친구와 싸워서 서먹서먹하더라도 고기 한 점을 얹어주면서 화해하고, 특식이 나오는 날은 서로 아옹다옹 뺏어먹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학교생활을 돌아보면, 학교 안에서 가장 뜨겁게 살아있는 공간은 급식소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공간에서만큼은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똑같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사님에게는 우습게 들리시겠지만 밥 먹는 것도 공부입니다. 어릴 때 아는 스님께서, "쌀 한 톨에 온 우주가 담겨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밥알을 지저분하게 남기지 않는 습관을 기르게 되었습니다. 책상 못지않게 식탁에서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길게 늘어져 속 터지는 배식 줄을 서서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느리게 먹는 친구에게 내 속도를 맞춰가며 배려를 익힙니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할 힘도 식탁 앞에서 기릅니다. 지사님은 학생들의 공부를 그토록 걱정하신다면서 정작 공부할 힘을 빼앗고 계십니다.

사람이 한자리에서 음식을 공평하게 나눠 먹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초적인 민주주의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처럼 먹성 좋은 나이에는 매 끼니가 잔치고 축제입니다. 이렇게 뜻깊은 것이 공부가 아니라면 대체 공부란 무엇인가요?

가난한 아이에게 더 복지 혜택을 준다는 선별복지를 우리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실제로 가난한 당사자도 정말 그렇게 느낄지 생각해보셨는지요. 지사님도 낙인효과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는 그동안 친구관계에서 적어도 가난 때문에 문제가 생겼던 적은 없습니다. 함께 노는 데 그런 것은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 같이 같은 밥을 먹는데 좀 못살면 어떻고 잘살면 어떤가요. 하지만 무상급식이 사라지면 그것은 더 이상 상관없는 일이 아니게 됩니다. 누구는 가난해서 공짜 밥 먹고 누군 형편이 좋아서 돈 내고 밥 먹고, 이렇게 되면 학교 분위기는 확 바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가난을 식사 때마다 느껴야 하는 아이가 과연 복지 혜택에 감사할까요? 모두가 같은 밥을 먹는 동안에는 가난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선별복지가 시행되는 순간, 대상자는 진짜 가난한 아이가 되어버립니다. 지사님은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복지라고 하시지만, '괴롭고 불편한 복지'가 될 게 뻔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평등해야 할 급식소에서 '누구 밥은 3200원, 누구 밥은 공짜'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사님. 무상급식을 돌려주세요. 요즘 봄 햇살이 따뜻해서 우리 학교 학생들은 식판을 들고 평상이나 벤치에 앉아서 밥을 먹습니다. 이 평화로운 모습을 지사님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2015년 3월29일.

이현진 올림

 

학교급식 중단 반대하면 종북이라구?

경남도가 아주 뜨겁습니다학교급식 중단을 둘러싸고 경남도와 학부모들 사이에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많은 학부모들이 학교 앞에서 경남도의 학교급식 중단을 반대하는 1인 시위에 나서고 있고아예 등교 자체를 거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경남도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뜨거운 열사의 땅입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시간이 갈수록 경남도의 학교급식 중단을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지난 14~15일 경남 CBS와 리얼미터가 공동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9.7%가 이번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연령별로는 20대의 60.3%, 30대의 74.5%, 40대의 76.2%가 학교급식 중단이 잘못된 결정이라고 응답했습니다보수층인 60대 이상에서 조차 잘못됐다는 응답(47.3%)이 잘했다는 응답(41.8%) 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19세 이상 경남도민 1천명 대상 유무선 전화면접조사응답률 17.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이번 조사는 홍준표 지사의 미국 출장 중 골프 논란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입니다따라서 지역 민심은 이보다 훨씬 더 나쁠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합니다여론조사 결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번 학교급식 중단으로 실질적 피해자들인 30~40대의 분노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그들은 단단히 화가 난 듯 공공연하게 "다시는 새누리당을 찍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경남은 경북과 함께 깃발만 꽃으면 당선이 된다는새누리당의 정치적 본향이며 아성인 곳입니다이 곳은 지난 몇 차례의 선거에서 수많은 논쟁적 이슈에도 불구하고 늘 한결같은 충성심을 보여주었던 지역이기도 합니다그런데 이번 학교급식 중단을 둘러싸고 분위기가 영 심상치가 않습니다민심이 확연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때 아닌 경남민심의 동요로 새누리당과 경남도의 입장이 곤궁해졌습니다.

그렇다고 경남도가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경남도민들의 반발과 비난 여론이 거세지며 수세에 몰린 경남도가 급기야 타개책을 들고 나왔습니다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종북'이 이번에도  역시 국면전환을 위한 돌격대로 나섰습니다경남도는 어제(30작심한듯 박종훈 경남교육감을 향해 날선 공세를 이어갔습니다특히 경남도는 학교급식 중단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종북좌파'라고 규정하며 전가의 보도인 색깔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경남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종북 세력을 포함한 반사회적 정치집단이 도를 상대로 정치 투쟁을 하려는 일체의 행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 "(학교급식 예산지원 중단 반대 운동을 이끄는친환경 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반국가적 종북활동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간부 출신 등이 대표를 맡고 있는 종북좌파 정치집단"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경남도의 성명으로 학교급식 중단을 반대하는 경남도의 학부모들은 졸지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반사회적인 '종북세력'이 되었습니다이 나라에서 종북주의자가 되는 방법은 이처럼 아주 간단합니다정부정책을 비판하거나 반대하기만 하면 됩니다홍준표 지사가 즐겨 사용하는 수사를 빌리자면학교급식의 중단을 반대하는 여론이 절대적인 경남은 현재 종북주의가 극에 달한 '종북주의자들의 해방구' 입니다홍준표 지사가 부임한 지 3년여 만에 보수애국 우파의 본산인 경남도가 이렇게나 변모했습니다.

 

 

관련글 ▶ 무상급식 사라진 날, 홍준표도 사라졌다 (클릭)



종북좌파를 어떻게 볼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판단은 온전히 개별주체의 몫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 상식과 정의감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필자의 시각에서는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이 땅의 상식있는 종북좌파의 저항과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집권세력과 권력자들의 수많은 정책실패와 부정비리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이명박 정부의 측근친인척 비리와 '사자방비리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청와대의 민간인 사찰같은 사건들의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또한 박근혜 정부에서는 지금보다 더한 무자격자들이 공직에 진출했을 것이고청와대의 비선실세들이 여전히 국정을 농단했을 것이며, 건국이래 최악의 참사였던 세월호 침몰사건은 완전히 잊혀져 버렸을 지도 모릅니다.

 

 


 

학교급식이 사라지고 이를 대체할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안'이 통과되던 지난 19일 경남도의회 앞에는 거대한 '차벽'이 등장했습니다. '차벽'은 학교급식 폐지 반대를 외치던 경남도민들의 성난 분노를 막기 위해 경남도의회가 물리적으로 설치한 권위와 독단의 상징입니다. '준표산성'이라 명명된 '차벽'을 사이에 두고 극명하게 양분되어 진 이 낯익은 풍경은 우리사회가 처해있는 비루한 현실의 축소판이나 다름 없습니다.

 

매카시즘이 낡은 구시대의 망령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매카시즘의 본산 미국에서 조차 이미 수 십년 전에 사라진 낡은 정치공세가 이 땅에서는 이처럼 아직도 유효합니다. 이 비극이야말로 우리 정치가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우리 정치의 문제는 '종북주의'에 있지 않습니다오히려 보편적 상식과 합리적 이성사회정의에 반하는 역주행을 고집하고 있는 '몰상식' '비이성', '불의'가 문제라면 문제겠죠.

 

 

우리는 세상의 수많은 부조리와 직면한 채 살아갑니다그리고 부조리에 대항하려는 욕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나 존재해 왔던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이었습니다집권세력에 의해 '종북주의자'로 규정당한 사람들이 실제 북한의 체제를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그들이 이 사회의 상식과 양심정의를 위해 분투해온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경남도에서는 지금 '상식' '몰상식', '이성' '비이성', '정의' '불의' 간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이 숨막히는 대결에서 과연 누가 웃게 될까요.  

 


 

2015-03-31 13: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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