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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시사토론
 "참여정부 경험과 제도 무시가 구제역 대란 불러"
 작성자 : 바람      2011-02-26 15:15:17   조회: 1937   


"국가위기 관리도 결국은 철학과 사상의 문제다. 참여정부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인명의 손실이나 아픔을 우리 아픔으로 여겼다. 그래서 국가가 어떤 비용을 들이든, 어떻게 해서라도 이것을 해결해 보려고 온갖 고민을 하고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성과만 중요시하는 이명박 정부는 위기관리는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그 차이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여정부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지낸 류희인 예비역 공군 소장은 이명박 정부의 구제역 대책을 이렇게 비판했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NSC 사무처 창설요원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꼬박 10년 동안 청와대에서 근무한 그는 참여정부 당시 국가위기 대응 시스템 구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지난 23일 저녁 서울 마포구 합정동 노무현 재단에서 열린 '참여정부 위기관리, 그 해법과 뒷이야기를 듣다' 특강에서 류 전 차장은 참여정부의 국가위기관리시스템 도입과정,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실책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이어갔다.

24일 농림수산식품부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구제역 사태로 지난 3개월간 살처분된 가축이 전국 6104개 농가, 341만 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보상금과 살처분 비용 등을 합해 피해액이 총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한국의 구제역은 이미 유엔의 관심사가 된 지 오래다. 지난 1월 27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한국에서 '반세기 만에 최악의 구제역'이 발생했다며 아시아 각국의 축산 및 검역 당국에 '한국발 구제역 주의보'를 내렸다. 구제역 확산은 이제 환경 재앙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판이다.

연평도에 북한의 포탄이 떨어지던 지난 해 11월 23일은 공교롭게도 안동에서 최초의 구제역 의심 신고가 지자체 방역당국에 접수된 날이다. 신고를 받은 당일 안동 가축위생시험소 북부지소 직원이 농가를 방문해 간이 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했지만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고 구제역 발생이 공식 확인된 것은 그로부터 5일이나 지난 후였다. 그 사이 구제역 바이러스는 인근 시·도로 빠르게 확산됐다. 북한의 포격 도발에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정부의 뒷북대응은 구제역 사태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위기가 장기화 되면 이미 일상적 국정 관리 단계"

"위기는 비교적 단기간이라는 속성을 갖는다. 이것이 장기화 되면 이미 위기관리가 아니라 일상적인 국정관리로 들어간다. 마치 국가 간에 전쟁이 나기 전 대치상황과 전쟁발발 초기 상황에서는 위기관리를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장기화하면 전시 내각을 구성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 전쟁처럼 3년을 끌어버리면 그것은 그 정부의 일상적인 국정관리가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우리는 매뉴얼대로 했다'고 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신고를 접수한 직후 초기단계에 정확하게 매뉴얼을 적용해서 규정된 조치 절차들을 취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최초 발생 농가에 드나든 분뇨차, 수의사들이 전국 80군데를 돌아다니지 않았나? 전국에서 300만두가 넘는 가축들을 이미 살처분 해놓고 이제 와서 무슨 위기관리 매뉴얼 운운 하나? 100만두 아니 그 이전부터 끊임없이 상황을 놓고서 정책적 판단을 해야 했다. 우리가 연간 청정국 지위를 유지해서 돼지고기 수출하는 것이 20억 원이다. 20억 원 수출하려고 3조 원 손실을 입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책이 어디 있는가."

정부가 구제역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계 장관 회의를 소집한 것은 지난 1월 6일, 구제역 발병사실이 공식 확인된 날로부터 무려 40여 일이나 지난 후의 일이었다. 초동 조치가 얼마나 신속하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결정되는 구제역의 심각성에 비해 정부 부처는 제각각 따로 노는 모양새를 보여줬다.

사태 초기 여당이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군 투입을 요청했지만 국방장관은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반대가 크다는 이유를 들어 협조를 외면했다. 결국 구제역이 발생한 지 두 달이 다 돼가는 지난 1월 15일에야 겨우 군 병력이 도로 차단 등에 동원될 수 있었다. 당초에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가 박탈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농림부는 청와대에서 열린 구제역 긴급대책회의 직후 180도 태도를 바꾸기도 했다.

구제역은 지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시절에도 발생했다. 하지만 그 대처 방법은 이명박 정부와는 달랐다. 2000년 3월 경기도 파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정부는 즉각 군대를 동원해 주요 길목을 봉쇄했다. 당시 김성훈 농림부장관이 새벽 2시에 국방장관에게 군 지원을 요청하자 2시간 만에 도로 봉쇄에 군 병력이 출동했고 출입통제와 소독, 살처분 매몰조치까지 초기 대처를 했다. 이런 발 빠른 대처로 당시 살처분된 가축은 2200마리에 불과했다.

 

참여정부, 포괄적 안보를 국가안보 개념으로 상정

 



ⓒ 청와대 제공

 

지난 참여정부 시절에는 구제역을 포함한 가축 전염병 방역을 국가위기관리 차원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산하 국가안보종합상황실에서 관리했다. 또 상황별로 세부적 대처계획까지 규정한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고, 현장 상황이 실시간으로 청와대 전자 상황판에 뜨니 보고 지체나 늑장 대처가 있을 수 없었다.

이런 배경에는 외교안보국방 등 전통적 개념의 안보뿐만 아니라 자연 재해나 국가 핵심기반 마비 사태까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모든 분야를 다 안보 영역에 집어넣은 포괄적 안보개념을 국가안보 개념으로 설정한 참여정부의 국정 철학이 있었다.

"참여정부 출범 한 달 전쯤인 2003년 1월 15일 소위 인터넷 대란이라고 하는 사이버 마비사태가 혜화전화국을 기점으로 벌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 금융, 통신, 항공권 예약 이런 것들이 올스톱 되어 나라 기간망이 일시에 마비 상태에 들어갔다. 그리고 2월 18일, 정부 출범 약 1주일 전에는 대구 지하철에서 180여 명의 무고한 시민이 화재로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참여정부 출범 전에 연이어 일어난 이 두 가지 사건을 계기로 우리 정부 내에는 새로운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아주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철학은 국가위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으로 이어졌다. 시스템은 청와대 지하벙커에 설치된 NSC 위기관리센터와 국가위기상황에 대응한 매뉴얼로 구체화 되었다.

3공화국 시절 북한의 공격에 대비해 마련된 청와대 방공호에는 16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국내 주요 기관들의 상황 정보를 종합하는 종합상황실이 설치됐다. 전면 벽에 설치된 대형 전자 상황판엔 국내 27개 주요 기관으로부터전송되는 그래픽 상황 정보가 실시간으로 떴다. 육·해·공군 작전사령부와 경찰청, 소방본부, 산림청, 한국전력 상황실 등에서 보는 정보가 곧바로 청와대 상황실로 연결된 것이다. NLL지역의 남북한 해군 함정의 위치와 원자력 발전소 터빈의 작동상태, 서울시내 CCTV까지 청와대에서 한눈에 파악이 가능했다.

또 대통령령으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이 만들어졌다. 2005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국가위기를 모두 33개로 유형화해 그에 따른 표준 매뉴얼 33권을 작성했고 정부 272개 부처와 관계된 280여 권의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위기 현장에 투입되는 기관과 조직들이 현장에서 해야 될 세부적 조치들을 일일이 규정한 현장조치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모두 2400여 권에 달했다. 그 이유에 대해 류 전 차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 삼풍 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돌아보면 정부의 대응은 한 마디로 우왕좌왕, 중복, 공백이었다. 어떤 것은 꼭 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어떤 것은 서로 하겠다고 달려들었다. 이런 혼란의 근본 원인이 부처 간의 역할과 기능이 정확하게 규정이 되어 있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다. 정부조직법에 환경부는 뭐한다, 보건복지부는 뭐한다 이런 식으로 느슨하게만 규정을 하고 있어서 특정위기에 대해서는 대처가 미흡할 수 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보자.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피살되면 일단 주무부처는 외교부다. 하지만 시신 처리에 관한 것은 보건복지부 소관이고, 국내로 시신을 운구하는 책임은 행정자치부가 맡게 되어 있다. 이렇게 되니 책임이 많이 따를 것 같고 비판이 따를 것 같으면 서로 가능하면 안 하려 하고, 뭔가 좀 면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으면 서로 하겠다고 나섰던 것이 정부 수립 후 60년간 반복된 현상이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을 해놓은 것이다. 또 매뉴얼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안 하면 누가 안 했는지 왜 안 했는지, 무엇을 안 했는지 금방 드러나게 된다. 감사원까지 동원할 필요가 없이 그대로 바로 귀책사유가 나오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허술하게 취급하지 않는 효과가 생겼다."

매뉴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훈련을 통해 적용해보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보완하게끔 했다.

"매뉴얼만 만든다고 위기관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담당 실무자들에게 매뉴얼을 숙달 시키고, 또 실제 훈련을 통해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찾아내서 2년마다 매뉴얼을 개정하게끔 했다. 어떤 국가위기든 한 개의 위기에 평균적으로 9개의 정부부처가 관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9개 부처가 함께 모여서 훈련을 했다. 2007년도에는 모두 27개 국가 위기에 대해 위기 대응 통합 연습을 했다."

 

참여정부의 경험과 제도 무시한 MB 정부

하지만 출범 당시 작은 정부와 효율성, 실용주의를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의 경험과 제도를 깡그리 무시했다. 외교·안보 분야와 관련된 전통적 국가위기관리 기능은 청와대에 남겨 두었지만 재난관리 분야는 행정안전부로 다시 넘긴 것이다. 이러다보니 구제역을 막기 위한 정부 부처 간 유기적 협조가 어려웠다.

"이 정부는 안보, 통일, 군사, 외교 분야만 남기고 나머지 재난 분야, 핵심 기반 분야는 각 부처로 다시 돌렸다. 부처로 돌려놓으면 어떻게 되는가? 한마디로 정부 차원의 위기관리를 할 수가 없다. 구제역도 마찬가지다. 행자부에서 구제역과 관련해서 뭘 할 수가 있는가? 농림부 주관 사항인데, 행자부에서 무슨 지시가 되겠는가? 또 행자부에서 말한다고 해서 전문 부처인 농림부가 말을 듣는가? 농림부가 병력 요청을 국방부에 해도 국방부가 말을 들었나?"

지난 3년간 이명박 정부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황강댐 방류 사건,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구제역 대란 등 국가 위기 상황에서 번번이 낭패를 당해야 했다. 부실한 위기관리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그때마다 따라다녔고 땜질식 처방이 이어졌다. 위기정보상황팀으로 출발한 이 정부의 청와대 위기관리 체제는 이후 위기상황센터→ 국가위기관리센터→ 국가위기관리실 등으로 3번이나 그 모양을 바꿨다. 수석비서관실급의 국가위기관리실을 설치토록 한 지난 해 12월의 마지막 개편은 참여정부 당시의 NSC 사무처로 도로 돌아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류 전 차장은 "모든 형태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적극 보호하기 위한 국가 위기관리는 참여정부에서 시작해서 참여정부에서 끝났다"는 말로 강의를 마쳤다.
 


ⓒ 2011 OhmyNews
출처 : "참여정부 경험과 제도 무시가 구제역 대란 불러"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29068&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9
 

2011-02-26 15: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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