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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장’ 특별법 보완되어야 한겨레신/2004.07.21 정부는 핵폐기물 처분장 터 선정과 관련해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지역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20년간 실패를 거듭하던 중 이번 특별법으로 범정부적인 지원체계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노력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특별법은 주민들의 요구와 정책 실패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법적 수단과 의지는 담고 있지 않다. 흔한 ‘위원회’ 결성과 ‘특별회계’ 마련과 같은 ‘껍데기’에 치우쳐 있다.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대응하고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특별법으로서는 미흡하다. 우선 특별법의 명칭과 내용이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법’과 유사하다. 이 법은 이미 건설된 ‘기피 시설’인 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에게 사후에 보상하는 개념으로 입안된 법이다. 정부는 지난 20년간 영덕, 영일, 울진에서 안면도, 굴업도 최근에 부안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을 후보지로 거론 혹은 지정 발표하였으나, 편의적인 부지선정, 정책의 투명성 결여, 기술적 검토 결여 등의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부지 선정은 실패를 거듭하였다. 그때마다 정부의 주관 부서와 추진 방침이 변경되어 결국 정부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을 불렀다. 이러한 실패를 마감하기 위하여 마련한 특별법이라면 그 취지와 내용이 기존의 ‘지역 지원법’과는 달라야 한다. 장관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보상’을 위한 주변지역 지원체계뿐만 아니라, 유치지역의 신청절차에서 최종적인 부지 선정에 이르기까지 제반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방법과 절차가 규정되어야 한다.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을 밝히고, 유치지역에 대한 정부의 에너지-환경 정책 차원의 종합적인 발전 계획도 담고 있어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주민들에게 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데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적인 측면에서 절대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책임있게 답하기는 어렵다. 모든 사업에는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핵에 관련된 조그만 사고도 큰 피해를 줄 우려가 있으므로 장기간의 안정성을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사 ‘예’라고 하더라도 이미 사회 심리적인 불안을 저변에 깔고 있는 주민들을 설득하기에는 과학기술자들의 답변만으로는 부족하다. 주민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위험한’ 시설을 저 멀리 외딴 곳에 설치하고 주변지역 주민들에게 물질적 보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핵폐기물 처분장의 건설, 연구 및 관리에 관한 최고 책임기관이 이 시설과 함께함으로써 ‘우리도 주민과 함께 한다’는 정부의 안전 관리 의지와 책무를 확고하게 표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 에너지-환경 정책 차원에서 유치지역의 발전 계획을 지자체에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적으로 수립하여야 한다. 이 시설 자체가 국가의 주요 시설이며 핵폐기물은 국가과학기술 개발 측면에서도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에서 발표한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과 함께 에너지·환경 산업과 관련된 공공기관과 연구 및 교육 시설을 유치지역으로 이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계획의 일례로 ‘국토균형발전법’과 ‘산업 클러스터 법’ 등과 연계하여 유치 지역에 관련 산업과 교육, 연구 및 문화시설이 갖추어진 인구 3만명 미만의 에너지·환경 새도시를 건설하는 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최근 부안 사태에서 보았듯이 일관성 없는 임시방편의 정책으로는 또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민주적인 절차와 핵폐기물 처분장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수단과 의지 그리고 정부의 에너지·환경 정책 차원의 유치지역 발전 계획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는 가칭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 특별법’이 필요하다. 박영무/아주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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