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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21:3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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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는 도서관 근무 중인 이석진 선생님의 멋진 연주로 눈과 귀가 요즘 한창 피어 있는 울진연호정의 수많은 연꽃같이 둥근 등이 환한 빛으로 산책길을 밝혀 주듯 앉아있는 딱딱한 의자를 의식하지 못할 만큼 싱그럽고 생기롭다. 오카리나 음색은 언제 들어도 그 투명함에 정신을 빼앗기고 잘생긴 연주자의 귀티 나는 모습에서 젊음을 잠시 돌려받은 느낌이다. 음악, 그림, 독서, 여행은 언제 어디서 들어도 보아도 읽어도 떠나도 그 숫자가 증가할수록 나의 영혼은 살찌고 내 삶의 윤기가 더 반짝이며 길을 함께 한다. 옆에 함께 앉아준 짝꿍을 잠시 황홀하게 바라보며 요즘의 나의 일상이 시시하지 않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무료한 날들이고 비가 오지 않아 건조하고 힘없는 풀잎들처럼 축축 쳐지는 날들의 연속인데 그래도 오늘은 인문학 강의가 있는 날이라 석쇠불갈비김밥 두 줄을 먹은 저녁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곤충의 이야기는 1강에 이어 2강을 이어서 진행 되었다. 물론 1강을 들은 분들이 2강도 들으려고 모였지만 1강 때는 곤충에 대해 했다면 2강에는 박사님의 체험과 채집과 현재 곤충을 키우고 계시는 것들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한 마리의 곤충을 발견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서 자료를 모으고 곤충을 키우며 있었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곤충 박사님의 20년 인생을 전반부를 저번에 들었다면 이번에는 후반부를 들을 수 있었다. 한사람을 알기 위해 한 마리의 곤충을 알기 위해 단 한 번의 강의로는 많이 부족하다. 듣고 또 듣고 여러 번 들어야 그 지식이 내 것이 되고 그 지식으로 내 삶이 조금은 그래도 윤택하게 이용도 하고 곤충을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 여러 번 곤충을 듣고 알에 대해 번데기에 대해 들으면서 조금은 징그러운 것들에 대한 무서운 편견은 많이 완화되었다. 함부로 탁 잡아서 죽이던 것들도 유심히 보게 되고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것은 먹이를 잡기 위한 치열한 현실의 싸움이다. 나 역시 내 삶을 위해 거미줄을 치듯 안에서 밖으로 원을 그리듯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했고 일의 원도 조금씩 넓어지는 요즘 나 자신 또한 거미같이 원안에 있는 작은 점에 불과 하다. 일을 열심히 해서 조금은 먹고 조금은 저축해 두는 다람쥐 같이 가끔은 어디에 두었는지 까먹기도 하는 치매 환자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영락없이 여행을 가고 영화를 보며 이런 좋은 문화 행사에 참여해 나 자신을 다잡아 보기도 하며 돌아온 내 인생과 앞으로의 내 삶을 상상해 보는 오늘이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들은 소소하고 사소한 것에서 발견한다. 한 문장의 명문장을 찾기 위해 글을 읽듯이 내 가슴이 느끼는 그 무엇을 위해 강의를 듣는다. 수많은 곤충 사진을 보면서 그 어떤 생명도 그냥 이루어지지 않듯 작은 곤충 한 마리 알 하나도 그냥 태어나지 않는다. 길고 긴 인내의 시간을 견딘 끝에 태어나 하루를 살고 100년을 1,000년을 산다. 이번 강연을 듣고 그냥 내 마음이 숭고해 진다. 세상의 모든 생명들에게 감사기도를 드리고 싶어진다. 난 하나님도 믿지 않은데도 말입니다.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나태주 시인의 ‘기도’라는 시인데요. 나비한마리가 외롭게 하늘을 날고 그 옆에 홀로 선 나를 발견하는 시간입니다. 곤충 박사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성의 있는 강의와 정성으로 함께 해주시고 각종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람의 인생을 변화 시키고, 번데기가 나비가 되듯이 새로움을 늘 선물로 받는 기분입니다. 이글을 쓰는 와중에도 모기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지 목숨을 걸고 내 피를 빨아먹다 기어코 잡히고 말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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