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두 번째 여름휴가를 보냈다. 예년 같았으면 하루 이틀이라도 자연을 찾아 떠났을 텐데 올해는 집콕을 택했다. 그러면서 이참에 독서나 하자는 생각에 『박정희 시대의 재조명』, 『박정희 바로보기』 등 8권의 ‘박정희 리더십’ 관련 책들을 챙겼다. 왜 하필 박정희 리더십이 떠올랐을까? 왜 다시 박정희였을까?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상황이 절박했기 때문이라 말할 수밖에는 없겠다. 박정희 리더십을 통해 우리가 처한 각종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를 다시 디자인할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독서를
생태문화관광도시 울진에 살면서 얼마 전 서울병원에 다녀오기 위해 상경했다. 전철을 갈아타려고 왕십리역에서 내렸다. 열차에서 타고 내리는 사람,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 모두 종종 걸음을 했다. 저마다 바쁜 생존경쟁을 하는 듯, 삶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생동감 넘치는 도시풍경이었다. 많은 전철역 가운데 왕십리역은 신도림역 다음으로 복잡한 역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복잡했다. 혼잡한 틈을 비집고 승강장에 다다르니, 앞서 온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줄을 선 채 전동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차가 왜 이리 빨리 안
지난 2월 마지막 토요일은 을씨년스럽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그런 날 바람난 사람들끼리 만나고 싶어 힘껏 가속 페달을 밟는다. 포항을 지나고 나서야 추운 날씨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게 짐짓 걱정스럽다. 빗방울이 흩뿌리고 바람이 점점 더 강해진다. 부산피난 시절의 문인들이 자주 모이곤 했다는 “밀다원 차집”은 어디쯤일까. 전쟁만큼이나 두려운 게 또 질병이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밀다원” 차집이 분위기를 살리고 있었다면, 코로나의 질병 속에서 “청사포” 찻집이 그럴듯하지 않을까...아침 겸 점심을 먹을 속셈이었는데 공복감이 느껴
지난 7월 3일 제25회 울산동요사랑회에서 주관한 2021대한민국창작국악동요제에 울진논매기소리가 울산시 학생교육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발표되었다. 노래는 선창 후창 형식의 국악 농업노동민요로서 관중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았다. 울진논매기소리는 전세중 시인이 노랫말을 쓰고, 김성덕 선생이 작곡, 노래는 정예진 이하윤, 윤예서, 박다솜이 부르고, 가창지도는 엘리사 최이다. 이 노래 발원지는 전 시인 출생지 울진 봉평2리이며, 1960년대 말까지 논매기 할 때 불리었다. 전 시인은 1970년대 4년간 울진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직접 논
임하연의 창가에 앉아 ... (42) 일 분만이라도 임 하 연 엄마가 일 분만이라도 살아오시면내 가슴 그 시간 뻥튀기 기계 되어그 넋을 안고 뜨겁게 구르다가우리 마당 햇살 뛰노는 꽃밭 위에 사뿐히 풀어드릴 테야 행복했던 시절 분수처럼 솟구쳐난만하게 흐드러지던 웃음소리 당신의 식은 가슴을 다시 데우고추억에 벅차 차마 돌아설 수 없게 나, 그 손을 꼬옥 잡고 바다처럼 깊어진 내 안의 우물에서술이 되게 익어버린 말들을잘방잘방 별 담아 달 담아 길어 올려 당신 치마폭에 넘치도록 부으면내 고요한 그리움에 고인다디단 서러움에 취해 다시는 떠나
아는 후배 농장 들머리에서 무덤을 하나 보게 되었다. 묘비명, 제단, 문인석이 있고, 망주석은 없었다. 어느 시대 사람일까? 호기심에 묘비명을 살펴보니, 앞면에 『통정대부 전공지묘(通政大夫田公之墓)』 라고 쓰여 있다. 통정대부는 조선시대 정 3품 이상의 당상관을 가리키는 말이다. 당상관이란 요즘으로 치면 중앙정부 고위직이라 할 수 있다. 조선왕조는 철저한 신분제 봉건사회였다. 양반이냐 상놈이냐는 삶과 죽음을 모두 아우르는 영원한 굴레와 같은 것이다. 비석을 보면 신분제가 죽은 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신도
초가삼간의 행복 34 ‘세상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인가’ 라는 물음에 가장 확실한 대답은 무엇일까? 필자가 찾은 대답은 ‘아는(경험) 만큼 존재한다’이다. 이것을 불교용어로는 “일체(우주)는 십이처-여섯 가지의 감각기관인 안·이·비·설·신·의와 이들 각각의 대상인 색·성·향·미·촉·법-에 포섭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최근 들어 의료용으로 이용되는 적외선이나 일곱 색깔 무지개가 그것이다. 무지개는 다섯 색도 아니요 일곱 색도 아니다. 다섯이라고 하는 것은 오행사상에 바탕을 둔 것이며, 일곱이 되는 것은 뉴턴이 프리즘이라는
약 20여년 전의 얘기다. 지역출신으로서는 최고 권력에 올랐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인이었거나, 민주당 대표로 기억되는 김중권 권력자가 고향을 찾았을 때다. 인사차 월변 자택을 찾았더니, 4대 일간신문에 손꼽히는 J일보 대구지사 기자로 일해 보지 않겠느냐? 고 물었다. 자신이 추천하면 발령을 받을 수 있을 거라면서...뜻밖의 제의를 받아 잠시 당황했다. 나를 인정해 주는 것 같아 고마웠지만, 약간의 틈을 주어 사양했다. 실력도 모자랐지만, “저가 낳은 자식은 저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울진신문을 두고 떠나 갈 수가 없습니다.”
1995년 여름 무렵이었다. 당시 나보다 먼저 등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개포동의 뒷산을 함께 올라가게 되었는데,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다보니 다리가 무겁고 숨이 가빠졌다. 한참을 올라가다가 잠시 쉬는 데 그 휴식이 꿀맛 같았다. 그러나 쉬고 나서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니 이제는 다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숨도 찼지만 현기증까지 나서 도저히 산을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정상에 이르지 못하고 내려오고 말았다.나는 전방의 수색대에서 1년간 혹독한 훈련을 이겨냈고, 100km 산악행군에서도 낙오를
먹구름이 사방을 감싸더니 한바탕 여름 소나기를 퍼붓는다.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까닭에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비를 피하기로 했다. 카페 창가에 앉아 잠시 꿀맛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안쪽에는 나란히 배열된 노트북에 공시생들이 머리를 싸매고 공부에 열중이다. 문득 ‘공부’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빗발이 굵어졌다 다시 가늘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금방 그칠 것 같지 않다.그러고 보면 ‘빗발’이란 말이 참 재미있다. ‘빗발’에서 ‘비[雨]’는 확실히 알겠는데 ‘발’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빗줄기가 마
초가삼간의 행복 33 지난 호에 다음과 같은 문제를 말했다. 세계적 미래학자 두 사람은 전통문화와 첨단산업이라는 각각 다른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장차 세계 중심국가로 성장할 것을 예측했다. 그 중 앨빈 토플러가 2001년 5월 《위기를 넘어서 :2 1세기 한국의 비전》 이라는 보고서에서 제시했듯이, 현재 대한민국은 IT 강국으로서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이에 반해 문화적 입장에서 토인비가 진단했던 한국의 ‘효사상 (한국 문화의 총칭)’ 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음을 지적했다. 토인비가 효를 근본으로 하는 한국문화에 관심을
어느 한국인이 처음으로 라스베이거스에 갔다가 겪은 이야기라고 한다. 혼자 호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숙소로 올라가는데, 다음 층 문이 열리면서 유명한 액션배우 에디 머피 (Eddie Murphy)와 경호원들이 우르르 탑승했다. 맨 안쪽에 들어간 에디가 문 앞에 바짝 붙어 있는 한국인에게 말했다. “파이브”. 애디와 일행들의 험상궂은 인상에 잔뜩 겁을 먹고 있던 그 사람은 무슨 뜻인지 몰라 꼼짝하지 않고 그대로 벽만 보고 서있었다. 에디는 동양인이 ‘파이브(five)’를 몰라서 그러는 줄 알고 손바닥으로 엘리베이터 벽을
천혜의 아름다움을 지닌 내 고향 죽변을 자랑합니다. 죽변4리 등대 (드라마 세트장) 일대의 마을, 3리, 2리의 송정마을, 1리의 잿마을, 후정리의 방축골, 봉평리, 자연친화농법을 자랑하는 화성리, 죽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동해의 절경은 탄성이 저절로 나오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 죽변에는 스카이바이크 관광산업시설, 해양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국내 유일무이한 해양과학 교육중심기관인 국립해양박물관, 곧 완성되는 수산물복합공간 이 모두는 우리 죽변의 귀중하고 자랑스러운 관광자원입니다. 동해안의 관동팔경 탐방로와 연결되는
유월이 오면온정 김용수 해마다 유월이 오면, 우리 집안의 가족사와 함께 20대에 홀로 되어 오로지 신앙의 힘으로 어린 두 남매를 어렵사리 키워 온 숙모님 (작은 어머니) 의 고단하고 슬픈 삶이 생각난다.그리고 단 하나 뿐인 형제를 동족상잔의 전쟁에 빼앗기고 비통하게 사셨던 아버님의 탄식과, 유월 유일 현충일 날 "겨레와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치니, 그 정성 영원히 조국을 지키네" 로 시작되는 비장한 현충일 노래가 생각난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서당 공부를 잠깐 하셨던 아버지는 일찍이, 어린 나이에 그 당시 지배국이던 일본으로 건너가
초가삼간의 행복 32 얼마 전 윤여정 배우가 오스카 여우 조연상을 받았다. 참으로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들의 줏대 없는 호들갑을 보면서 수치와 모욕이라 할 만큼 자존감에 상처를 받았다. 적어도 역사의식이 반듯하고 민족의 자긍심이 있다면, 윤여정배우의 수상에 대한 기사의 방점은 그가 출연한 ‘미나리’ 라는 작품과 뛰어난 연기력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한국인 최초’ ‘동양인으로서 두 번째’로 오스카상을 받았고, 그의 재치 있는 영어실력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사가 아무런 생각 없이 쏟아지는 것
옛날에 어떤 왕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과연 백성들에게 선(善)한 정치를 베풀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감(懷疑感)을 느끼고 있었다. 왕의 초대를 받고 찾아간 현인(賢人)은 그가 충분히 선한 정치를 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왕이 우연히 경험했던 일화(逸話) 떠올리게 한다. 어느 날 왕은 궐 안을 거닐다가 제사에 희생될 소가 끌려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왕은 문득 소가 애처로워 보였다. 불쌍히 여긴 그는 죄 없는 소가 벌벌 떨면서 사지로 가는 것을 차마 못 보겠다며, 소를 다시 외양간으로 돌려보내게 한다. 그러
전병식 주필그동안 나는 변화를 싫어하는 삶을 살아왔다. 삐삐가 나왔을 때도 남들이 다 한 개씩 차고 다닐 때가 지나서야 장만했고, PC가 보급될 때도 겨우 인터넷으로 바둑이나 두는 정도였고, 지금도 독수리 타법으로 신문을 만들고 있다. 이런 고리타분한 세상 둔감한 사람이니, 인간관계에서 의리는 있을 지 모르나 시대 융통성이랄까, 발전성은 없는 편이었다. 세상에 뭐 부러운 게 있다면, 술 잘 마시는 것, 축구 잘하는 것, 글자체가 예쁜 것 정도였다. 모두가 비생산적인 것이다.인터넷 그룹방 ‘밴드’ 라는 것을 처음 접했을
정치는 희망을 파는 일이고 행정은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라 했다. 국회의원을 세 번 하고 도지사로 일하면서 온몸으로 깨달은 대명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민생경제는 무너지고 한숨이 깊어지는 지금,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지난 1월부터 도지사 직속으로 민생 살리기 특별본부를 가동하고 3월부터는 간부공무원들과 함께 민생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새바람 행복버스를 타고 시․군 현장을 찾아 나선 지 넉 달. 매주 한 번꼴로 다니다 보니 어느덧 12개 시․군 지역, 반환점을 돌았다. 사전 시나리오 없이 진행되는 간담회에서는 예측할 수 없
김진문(시인, 논설위원)최근에 나는 시집 한 권을 받았다. 『삶은 그리움이어라』는 시집이다. 시집을 받는 순간 마음이 짠했다. 왜냐면 희귀병으로 투병 생활을 하는 교사가 쓴 시집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와는 동향인이고, 지난날에는 산골학교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성심성의껏 가르치던 교사였다. 그는 현재 루게릭병 환자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의 영혼은 하루 내내 누워서 절규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 드디어 유리 벽을 깨고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탈출구를 찾은 것이다. 삶의 벼랑 끝에
오래 전, 그 어느 해 여름이었다. 아침 출근길에 손수건을 사려고 잡화점에 들렸다. 늘 다니던 길의 점포였지만, 그 집에서 물건을 사기는 처음이었다. 풍채가 좋은 여주인이 문을 막 열고 물건을 진열하는 중이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낯익은 사람처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손수건을 산 후 돈을 내며, “오늘 장사가 잘 되기를 바래요.”라고 하였다. 저녁 퇴근길에 그 잡화점을 지나는 데, 주인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보기 좋게 포장한 조그만 상자 하나를 꺼내주며 희색이 만면하였다. 이유를 물으니 오늘 재수가 있어 물건을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