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식 주필그동안 나는 변화를 싫어하는 삶을 살아왔다. 삐삐가 나왔을 때도 남들이 다 한 개씩 차고 다닐 때가 지나서야 장만했고, PC가 보급될 때도 겨우 인터넷으로 바둑이나 두는 정도였고, 지금도 독수리 타법으로 신문을 만들고 있다. 이런 고리타분한 세상 둔감한 사람이니, 인간관계에서 의리는 있을 지 모르나 시대 융통성이랄까, 발전성은 없는 편이었다. 세상에 뭐 부러운 게 있다면, 술 잘 마시는 것, 축구 잘하는 것, 글자체가 예쁜 것 정도였다. 모두가 비생산적인 것이다.인터넷 그룹방 ‘밴드’ 라는 것을 처음 접했을
정치는 희망을 파는 일이고 행정은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라 했다. 국회의원을 세 번 하고 도지사로 일하면서 온몸으로 깨달은 대명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민생경제는 무너지고 한숨이 깊어지는 지금,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지난 1월부터 도지사 직속으로 민생 살리기 특별본부를 가동하고 3월부터는 간부공무원들과 함께 민생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새바람 행복버스를 타고 시․군 현장을 찾아 나선 지 넉 달. 매주 한 번꼴로 다니다 보니 어느덧 12개 시․군 지역, 반환점을 돌았다. 사전 시나리오 없이 진행되는 간담회에서는 예측할 수 없
김진문(시인, 논설위원)최근에 나는 시집 한 권을 받았다. 『삶은 그리움이어라』는 시집이다. 시집을 받는 순간 마음이 짠했다. 왜냐면 희귀병으로 투병 생활을 하는 교사가 쓴 시집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와는 동향인이고, 지난날에는 산골학교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성심성의껏 가르치던 교사였다. 그는 현재 루게릭병 환자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의 영혼은 하루 내내 누워서 절규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 드디어 유리 벽을 깨고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탈출구를 찾은 것이다. 삶의 벼랑 끝에
오래 전, 그 어느 해 여름이었다. 아침 출근길에 손수건을 사려고 잡화점에 들렸다. 늘 다니던 길의 점포였지만, 그 집에서 물건을 사기는 처음이었다. 풍채가 좋은 여주인이 문을 막 열고 물건을 진열하는 중이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낯익은 사람처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손수건을 산 후 돈을 내며, “오늘 장사가 잘 되기를 바래요.”라고 하였다. 저녁 퇴근길에 그 잡화점을 지나는 데, 주인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보기 좋게 포장한 조그만 상자 하나를 꺼내주며 희색이 만면하였다. 이유를 물으니 오늘 재수가 있어 물건을 많이
국민의힘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6월 11일)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통상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 일정을 관리하는 당 대표직에 대한 매력은 크게 떨어지지만 이번에는 예외가 된 듯하다.여느 때와는 달리 초선과 원외 인사들까지 당 대표를 넘보고 있고 이들의 기세가 만만찮다. 이들이 후보 단일화를 이뤄 중진에 대응한다면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국민의힘을 떠받치는 핵심 기둥이면서도 정작 논공행상에서는 항상 불이익을 받아 온 대구경북 당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이번 전당대회가 무엇보다 관심을 끄
초가삼간의 행복 31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온 가족이 같은 시간에 함께 식사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온돌에 바탕을 둔다. 요구한다는 것은 집의 구조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있다는 것이다. 지난 호에 말했듯이 한옥은 요즘과 같은 주방의 개념이 없고 음식을 조리하는 부엌과 식사를 하는 방이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준비한 모든 음식을 한상에 차려서 방으로 들어감으로서, 한상차림의 밥상이 발달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음식상이 방으로 들어 올 때가 되면 잠자리를 걷어야 함은 물론 방안에서 하던
송화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박목월의 시(詩) 이다. 짧은 시가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산을 좋아하는 나는 이맘때 관악산 양지기슭을 자주 찾는다. 소나무 등걸에 기대어 새소리와 함께 봄바람을 쐬노라면, 박목월의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윤사월은 보통 양력 5월 중순에서 6월 초에 든다. 봄날이 지날 즈음 녹음이 짙어질 때여서 세상이 온통 청록으로 살아 움직인다. 생동 넘치는 세상에 꾀꼬리 소리까지 더해
지난 4월 11일, 울진 기미만세공원에서 『매화항일독립정신선양회(회장 남중수)』 발족식이 열렸다. 필자는 울진향토사 연구자로 초청받아 참석했다. 선양회 발족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이다. 이 선양회 발족에 『만시지탄』의 마음이 들지만,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다. 앞으로 활동에 기대가 되는 바이다.올해로 일제강점기 『매화항일독립만세시위』가 일어난 지 백년하고도 두 해, 그동안 매화 선열들의 숭고한 항일독립 정신을 기리는 단체가 없었다. 따라서 유족과 지역주민 등이 만든 자생단체인 『매화항일독립정신선양회』는 매화 항일독립운동
사필귀정은 처음에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해 올바르지 못한 일이 일시적으로 통용되거나 득세할 수는 있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모든 일은 결국에는 반드시 바른 길로 돌아가게 돼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19일 울진군의회 임시회에서 만장일치로 처리된 이세진 의장의 제명처리 결과를 보면서 떠오른 사자성어가 바로 ‘사필귀정’이다.먼저는 이번 선거가 있게 된 배경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울진은 동해의 대표 군로써 어항과 신한울, 성류굴, 금강송, 울진대게축제 등으로 알려진 군이다.이 군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군민들의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할 지도
아름다운 동해의 관동팔경(關東八景)인 망양정(望洋亭)에도 봄기운이 감돌고 우리네 마음도 한결 누그러들고 있는 지금…바다는 아직 봄맞이하기엔 이른 듯하다. 맹수가 포효(咆哮)하듯 성난 파도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거세게 몰아치고 일고 있다. 굽이굽이 이어진 해안의 울진 앞바다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따스한 햇살과 살포시 묻어오는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봄 마중을 나온 듯하다. 파도는 아직 겨울 날씨처럼 거칠어 경상도 남자 같은 무뚝뚝한 매무새다. 나는 화려한 봄꽃들에 묻혀 위풍당당하게 홀로 봄맞이를 한다. 갯바위에 고깔모양으로 얼었던
초가삼간의 행복 30전화통화가 끝나자 옆에 계시던 분이 대뜸 “고향 분인가 봅니다” 하고 물었다. 이유인즉슨 고향사람과 통화를 하게 되면 평소와 달리 억양이 달라지며,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튀어 나온다는 것이다. 사투리는 표준어라는 어떤 기준 때문에 생겼을 뿐 지역사람들 간에는 소통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오히려 더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기능을 가진다. 예를 들면 필자가 살고 있는 충청도에는 “알았슈”라는 말이 있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 구체적인 이야기 끝에 “알았슈”라는 대답을 들었다면 그 일에 대해서는 일단 보류
(임명룡 칼럼)원래 이야기는 이랬다. 어느 중학교 미술시험에 조각상 사진이 실려 있고, ‘이 작품의 조각가 이름을 적으시오’라는 문제가 나왔다. 수업시간에 착실히 공부한 학생이 답지에 ‘로댕’이라고 적었다. 그 뒷자리에 앉은 학생이 커닝을 하면서, ‘로’자를 잘못 읽는 바람에 ‘오댕’이라 적었다. 그 오댕을 커닝한 다음 학생은 베낀 것이 표가 나지 않게 잔머리를 굴려 ‘덴뿌라’라고 적었고, 그 다음 학생은 오댕이나 덴뿌라는 일본말이라는 생각에 우리말로 고쳐 ‘어묵’이라고 썼다. 어묵을 베낀 다음 학생은 그 조각가가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인기 폭발 100세 시대! 어르신들에게 최적의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파크골프(Park Golf), 최근 전국적으로 파크골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향 울진에도 군민의 젖줄이자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인 “왕피천(王避川)”과 “왕피천공원” 인근에 27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조성되고 있다. 군민의 행복과 건강한 삶을 한 단계 높여 주고, 울진의 또 하나의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파크골프의 매력, 함께 배워보자이처럼 파크골프는 잘 가꾸어진 잔디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
지난 호에 온돌은 한국인의 정서에 바탕을 이루었고, 직사광선을 간접조명으로 바꾸어주는 창호지 덕분에 사물을 정확히 파악하는 색을 나타내는 말들이 발달되었다고 했다.이왕 말이 나왔으니 설날을 맞아 일상용어를 짚어보려고 한다. 외국인들이 한글은 쉽게 깨우치지만, 말을 배울 때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그 중에 하나가 같은 밥상 앞에서도 ‘진지 드세요’ ‘식사 하세요’ ‘밥 먹자’ ‘밥 먹어라’ 등의 존비어체계이다. 그래서 우리말을 배우게 되면 상하(上下), 친소(親疏) 관계가 몸에 배어 예의바른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
(임명룡 칼럼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교체하는 중에 이왕이면 창고도 정리할 겸 구석에 박혀있던 낡은 수납장까지 버리게 되었다. 서랍을 정리하는데 맨 아래 칸에서 빛바랜 제도기 상자가 나왔다. ‘STANDARD’라는 글자가 희미해진 플라스틱 뚜껑을 열어보니, 스테인리스로 된 제도용구들이 스펀지 홈에 가지런히 꽂혀있다. 수십 년 세월에 살짝 만지기만 해도 바스러지는 스펀지와 달리 금속들은 멀쩡했다. 그러나 막상 컴퍼스를 꺼내보니 기억 속에 날렵하고 예리했던 그 옛날 이미지는 사라지고 요즘 아이들 조립장난감 보다 허술해 보인다. 컴퍼스와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인기 폭발 100세 시대! 어르신들에게 최적의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파크골프(Park Golf), 최근 전국적으로 파크골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향 울진에도 군민의 젖줄이자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인 “왕피천(王避川)”과 “왕피천공원” 인근에 27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조성되고 있다. 군민의 행복과 건강한 삶을 한 단계 높여 주고, 울진의 또 하나의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파크골프 하면 노후가 행복하다# 무릎 아픈 사람이 이거 하고 무릎 나았어요. 파크골프
나는 요즈음 유투브를 통해서 언더 그라운더 가수들의 트롯 경연에 빠졌다. 울고 웃고 감동한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 어린 소녀들이 얼마나 노래를 잘 부르고, 대담도 잘하는 지 감탄하고 있다. 타고난 목소리와 감성, 몸짓과 표정이 압권이다.아, 세상은 참으로 넓고도 깊은 가 보다. 그동안 우리는 티비에 나오고, 울진에 공연을 오는 가수들이 노래를 잘 부르는 줄 알았다. 그러나 무림의 고수들은 강호에 있었다. 티비가 진실인가, 강호가 진실인가?빙산의 일각이란 실체의 대부분은 보이지 않고 매우 작은 일부분만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19
정(情)과 한(恨)은 한국인만이 가지는 특유의 정서라고 한다. 여기에 대해 분부한 견해들이 있지만 다음과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누차 말해 왔지만 정(情)은 온돌 즉, 같은 이불 밑에서 서로 몸을 부딪치며 잠을 자고 엉덩이를 붙이고 밥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입되는 감정인 피붙이 살붙이에서 시작된다. 여기에 손으로 방의 온도를 감지하는 데서부터 자연물에 대한 느낌들이 보태지고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인 고유의 정서를 이루었다. 한(恨) 역시 한국인 특유의 온돌식 육아방식에서 비롯되었다. 일반적으로 욕구나 의지가 좌절되었을
가정이란, 부부를 중심으로 그 부모와 자녀를 포함한 집단과 그들이 살아가는 물리적 공간인 집을 둘러싼 사회생활의 공동체를 통들어 이르는 말이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살면서 물의 고마움을 모르고, 사람은 가족과 같이 살며서 가족의 소중함을 모른다. 이와 같이 소중한 것일수록 우리는 그 존재를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우리는 가정이 최고의 안식처임을 다시 번 확인하게 되었다. 사랑과 이해로 서로를 감싸주고, 대가없는 희생과 배품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디트로이트에 있는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의 기념
교수신문에서 발표한 2020년 사자성어는 아시타비(我是他非)다.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아시타비가 32.4%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고 한다. 아시타비에 이어 후안무치(厚顔無恥)가 21.8%로 2위에 올랐다. 아시타비는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을 한문으로 옮긴 신조어다. 후안무치는 ‘낯짝이 두껍고 뻔뻔해서 부끄러움을 모른다’ 는 뜻으로, 내로남불과 일맥상통하나 비판의 강도는 좀 더 세다. 누군가 우리나라 정치에서 좌파와 우파를 자석의 N극과 S극에 비유하면, I자 모양의 막대자석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