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 첫눈이 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반가운 옛것이 내린다는 소리다. 완행버스 차창에 낀 성에를 손가락으로 문질러가며 동해바다를 보고 싶다. 내처 달려서 눈 내리는 호젓한 후포바다 모래사장을 걷고 싶다. 파도에 나비같이 내려앉는 첫 눈을 보고 싶다. 그 바다에서 눈발 사이로 올려다보면 뽀얗게 흐려진 줄기찬 태백산맥은 수묵(水墨)이었다. 그 수묵화에 꼬챙이
포항 송도동에 사는 60세 김인섭입니다. 2018년 1월 친구 김상래를 통해서, 통풍에 좋다는 물이 울진군 부구리에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며칠 뒤 울진에 올라 와 포항 시티병원에서 교부받은 의무기록 사본을 제출하고, 물을 하루 2리터 이상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3일째 되는 날 20년 동안 원인도 모른 체 나를 괴롭혀 왔던 머리 두통이 사라져, 정말로 신기
“오늘은 뭐 먹지?” 찬거리가 마땅치 않던 옛날에도 했던 말이지만 지금은 사뭇 다른 느낌으로 쓰인다. 맛집이 즐비하고 먹방이 대세인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먹느냐는 단순히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이다. 먹고 찍고 올리고 공유하는 것으로 나를 나타내고 표현한다. 그렇게 소소하고 확실한 일상의 행복인 ‘소확행&r
10월 어느 날 아침, 새벽공기는 맑고 상큼하다. 용추곶 대끝머리의 바다는 아직 잠을 덜 깬 듯 푸르죽죽하다. 잠시 뒤 동쪽 바다 수평선이 차츰 밝아 온다. 구름사이로 빛살들이 스며든다. 동이 튼다. 밤새 바다 길을 밝히던 등대가 하얗게 빛난다. 그 너머로 보름달 하나 사위어 서쪽 하늘로 넘어간다. 폭풍의 언덕 드라마 셋트장 너머 하트모양의 모래밭이 선명하
은행나무가 노랗게 피어있던 날 왕피천 강변의 친환경엑스포공원에 갔다.늦가을 오후의 금빛 햇살은 남아있는 열매를 결실하기 위해서일까? 나무들 사이사이로 눈부시게 반짝인다.일년내내 소나무의 푸르름 속에서 키 작은 단풍나무, 날씬한 은행나무, 송림 산책로에 숨어있는 대나무, 졸졸졸 흐르는 물가의 수선화, 그리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준다.
배정훈 시단 --- 아버지를 기다리며 배 정 훈 아버지가 늦는 날에는달이 밝았다.어린 나를 깨워얼굴을 부비시던 아버지아직도 나는 그 감촉을 기억한다.이제 스무살 넘어대학까지 간 나는아버지가 늦는 어떤 날엔아버지가 달처럼 기울어달빛처럼 누워 계실까 두려워하루 보름 한달을 저울에 매달고아버지 나이에서 내 나이를 빼어보고아버지의 살날을 의심한다.많이도 빼어먹고
남편을 바깥주인, 부인을 안주인으로 부르는데서 보듯이 울타리 안의 마당은 여성의 공간이다. 에서부터 여성의 공간인 마당(살림살이)이 애환의 문전고개가 된 연유를 알아보고 있다. 호사가들은 풍수와 음양이론을 내세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백두산과 한라산이 천지와 백록담이 물을 머리에 두고 있어서 여성을 소중히 받들어야 한다는
鬱鬱蒼蒼(울울창창)이라는 한자어가 있다. 이 鬱(울)자는 막혀 있다는 뜻이다. 산에 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鬱鬱蒼蒼(울울창창)이라 하지 않고 蔚蔚蒼蒼(울울창창)이라 쓴다. 이 蔚(울)자는 아름답다는 뜻도 있다. 예부터 蔚珍(울진)이라는 지명유래에서 보듯이 아름다운 보배(珍)중 하나가 소나무 숲이다. 그래
인간은 누구나 상대를 부러워하는 본능이 있다. 자양강장제 ‘박카스’ 광고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첫 장면은 포장마차에서 동료와 술잔을 나누면서, 내일 당장 사표를 쓰겠노라고 큰 소리 치는 직장인이 나온다. 다음은 이력서와 수험 책이 널브러진 자취방에 쪼그리고 누워 취업이나 돼야 사표를 쓸 거 아니냐며, 그 직장인을 부러워하는 취업준비생
여름날 산포리 바닷가 파도 소리.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드는 구불구불길 불영계곡.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늘 울진이 그리운 나.그곳에서 바둑대회개인전이 개최된다고 한다. 공지가 올라오자마자 망설임 없이 참가신청을 했다. 아마여류바둑대회가 지부별 단체전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울진신문사에서 주최하는 개인전 대회는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배정훈 시단 --- 가을타리 배 정 훈 홍시가 물르던 계절입니다.감빛이 풍년이던 계절입니다.그래도 사람들은 을씨년스러옷깃을 곧추세우던 계절입니다.산에 불 놓기가 무섭게번져가는 낙엽이 행여 다칠까이리저리 비껴 걷던 계절입니다.그러다 마주하면 눈물 왈칵 쏟던먹먹한 계절숫자를 셈하고 셈하여도한숨이 해답이던 계절입니다.이 계절이 오면달력을 보며찬 밤이슬을 맞으며달
당뇨 호전, 고혈압 고지혈 변비 거의 완치 저는 당뇨, 고혈압을 앓고 있는 환자로서 병원 약을 28년을 복용한 63세 된 남성입니다.2012년 2월 22일 새벽 심장의 동맥경화로 선린병원에서 동맥을 확장시키는 시술을 받았습니다.그 후 여러 차례 혈관 시술을 받아 왔으며, 고지혈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었고, 치질까지 겹쳐 한달 만에
무더위가 지나간 저편 파란 가을 하늘이 얼굴을 내밀면, 땀의 보람이 알알이 영글어가는 들녘엔 풍년의 황금물결이 우리의 가슴을 흐뭇하게 한다. 이른 봄 씨앗을 뿌리고 가꿔 온 보람을 얻는 즐거움 이것이 바로 삶의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다. 행복! 이것은 인생 삶의 목표이다. 행복과 행운은 모든 사람들이 원한다. 그런데 세상 돌아가는 현실을 보면 어떤 사람은 일
신라 천년의 수도 경주에서 ‘경북도민의 날’ 을 자축하게 되어 대단히 기쁩니다. 2019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천년 신라, 빛으로 살아나다’ 라는 주제로 찬란한 역사를 첨단 ICT 기술로 표현하여 시공을 뛰어넘는 특별한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우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역사적 성과를 계승하면서 1회성 행사가
등짝에 진득하게 눌러 붙었던 여름이 갔다. 이제 어깨 서늘한 가을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분다. 더운 열기에 푹 처졌던 풀 섶 풀잎들이 가을바람에 새들하게 날을 세우고, 가을전령사인 벌레들이 저마다 울음을 굴리고 있다. 울진 산촌사람들의 가을 전령사는 누굴까? 바로 소나무 귀, 송이(松栮)다. 송이라는 한자를 우리말로 풀면 『소나무 귀』가 된다.며칠
아파트 10층에 살면서 공중까지 화분을 여럿 가져다 놓았다. 말하자면 땅을 잃고서, 그 땅을 겨우 한 삽씩 떠 가져온 것인데, 나무와 꽃들이 제 크기를 찾아 자라는 틈엔 돌멩이만 포개 놓은 것도 있다. 내 딴에는 숲과 수풀 사이 바위계곡도 곁들이겠다는 심사여서, 언젠가 궁금한 방문자 앞에서 나름의 해설을 곁들일 준비도 마쳤다.나는 그들의 집사다. 원래 그들
나무 안에 사는 나무 임 하 연기억을 저장하는 나무에는망각의 수액도 함께 흘러전생을 돌아 나온 영혼이라 해도다 알지 못한다구슬 같은 달빛 한 점 이고 선청춘의 길섶에 핀 들꽃 같은 이여그리움의 솜털이 보송보송 돋아나는나무 한 그루 내 안에 산다---------------------------------■임하연 프로필 (시인, 작가) ▶2012『월간문학』신인
“늙은이는 반성하지 않는다. 반성을 요구하는 어떤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 오정희의 단편소설 에 나오는 말이다. 생명체의 뇌는 외부의 자극신호를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반복행위를 통해 익숙해진 길을 우선 택한다. 반복행동으로 쉽게 처리된 과정을 뇌신경 회로에 저장해 두고, 필요할
지난 호에서 마당은 평평하지만 갓 시집온 며느리에게는 하루하루 힘겹게 넘나들어야 하는 문전에 펼쳐진 높은 고개인 데, 시집살이의 애환이 묻어나는 진도 아리랑 전렴에 나오는 ‘문전 새 고개(문경재재)’의 연원을 알아보았다. 한옥에서의 마당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대목대목을 구분 짓는 통과의례의 예식장이요, 작업공간이며, 놀이터로서 변화무쌍한
늦은 밤엄마의 마른기침 소리나는 거실에 몰래 불을 밝히고약통에서 용각산을 찾는다.귀에 거슬리는 것이다.어제가 소설(小雪)일진데지리한 가을장마에 지쳐눈이나 옴팡지게 내렸으면 하는거칠고 굽은 마음책임의 모퉁이에 들어선 나는효자손보다 내 손끝이 야물다는그 말 한마디에엄마를 쉬이 밀어내지 못한다.가난한 십남매의 맏며느리사연 많은 농군의 아내그래도 환갑 지난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