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0층에 살면서 공중까지 화분을 여럿 가져다 놓았다. 말하자면 땅을 잃고서, 그 땅을 겨우 한 삽씩 떠 가져온 것인데, 나무와 꽃들이 제 크기를 찾아 자라는 틈엔 돌멩이만 포개 놓은 것도 있다. 내 딴에는 숲과 수풀 사이 바위계곡도 곁들이겠다는 심사여서, 언젠가 궁금한 방문자 앞에서 나름의 해설을 곁들일 준비도 마쳤다.나는 그들의 집사다. 원래 그들
나무 안에 사는 나무 임 하 연기억을 저장하는 나무에는망각의 수액도 함께 흘러전생을 돌아 나온 영혼이라 해도다 알지 못한다구슬 같은 달빛 한 점 이고 선청춘의 길섶에 핀 들꽃 같은 이여그리움의 솜털이 보송보송 돋아나는나무 한 그루 내 안에 산다---------------------------------■임하연 프로필 (시인, 작가) ▶2012『월간문학』신인
“늙은이는 반성하지 않는다. 반성을 요구하는 어떤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 오정희의 단편소설 에 나오는 말이다. 생명체의 뇌는 외부의 자극신호를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반복행위를 통해 익숙해진 길을 우선 택한다. 반복행동으로 쉽게 처리된 과정을 뇌신경 회로에 저장해 두고, 필요할
지난 호에서 마당은 평평하지만 갓 시집온 며느리에게는 하루하루 힘겹게 넘나들어야 하는 문전에 펼쳐진 높은 고개인 데, 시집살이의 애환이 묻어나는 진도 아리랑 전렴에 나오는 ‘문전 새 고개(문경재재)’의 연원을 알아보았다. 한옥에서의 마당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대목대목을 구분 짓는 통과의례의 예식장이요, 작업공간이며, 놀이터로서 변화무쌍한
늦은 밤엄마의 마른기침 소리나는 거실에 몰래 불을 밝히고약통에서 용각산을 찾는다.귀에 거슬리는 것이다.어제가 소설(小雪)일진데지리한 가을장마에 지쳐눈이나 옴팡지게 내렸으면 하는거칠고 굽은 마음책임의 모퉁이에 들어선 나는효자손보다 내 손끝이 야물다는그 말 한마디에엄마를 쉬이 밀어내지 못한다.가난한 십남매의 맏며느리사연 많은 농군의 아내그래도 환갑 지난 아버지
시집 온 며느리에게는 평평한 마당조차도 넘기 힘든 문전(門前) 고개가 있다. 며느리는 분명 한솥밥을 먹는 식구임에는 틀림없지만, 전통사회에서는 아들을 낳아야 입지가 섰다. 시어머니로부터 열쇠꾸러미를 넘겨받기 전까지는 문전고개를 넘나드는 인내와 서러움으로 나날을 살아야 했다. 채집, 목축, 농경으로 이어온 육체노동 중심의 인류역사에서 여성들은 언제나 소외되었
까만 제복에 까만 모자를 쓰고 다니던 6,70년대 중고 시절, 오후 6시만 되면 흘러나오는 국기 하강식의 애국가 곡조에 맞춰 전 국민이 일제히 하던 일을 멈추고 부동자세로 서 있어야 했다. 극장에서도 대한 늬우스와 본 영화를 상영하기 전 애국가가 흘러나오면 관객들은 모두 벌떡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했다. 학교 기념행사나 애국조회시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부동자
배정훈 시단 --- 야상(夜商) 배 정 훈가슴이 먹먹한 밤잠도 오지 않는 밤지나간 오늘을 되새김질 하며욕심이 지나치다고혼잣말을 한다.인생을 운전하기에너는 너무나 우유부단하다고지나가던 트럭이 클락션을 흘긴다.인생을 운전하기에풀밭의 꽃들이 너무 많아밟아야할 꽃들과 꺾어야할 꽃들과피지 못할 사연들이 너무 많아모든 게 가뭇하고 가뭇한데하늘에 별은 청청하고잠은 멀어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내 사무실에는 시도 때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특별한 손님이 한 명 있다. 동네 피자가게에서 배달을 하는 청년이다. 지난 해 초, 같은 건물에 피자 배달을 왔다가 사무실 출입문에 붙은 ‘울진신문 서울지사’라는 아크릴 현판을 보고 반가워서 초인종을 눌렀단다. 그 후로도 근처에 배달을 왔다가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으면
민주평통 19기 울진군 회장 취임통일인식 공유 징검다리역 할 것지난 1일 대통령 직속기관이며 자문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울진군 협의회 신임회장으로 황천호 울진지역자활센터장이 임명되었다.울진지역자활센터에서 취임인사와 민주평통의 역할, 포부 등을 들어보았다. 1. 민주평통 울진군 협의회 회장 취임인사평소에 통일문제에 대한
지난 3월 24일 영덕 축산항 앞바다에서 어부가 그물에 걸려 바다에 빠지는 사고가 있었다. 배가 입항할 시간이 한참 지났다는 부인의 신고를 받은 해양경찰이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1시간 40여분간의 수색 끝에 선장을 발견했으나, 안타깝게도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이 사고는 발생 2시간이 되지 않은 시점에 구조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만약 선장이
2년째 마신 암환자 병세 악화 멈춰ph 9.3이 나왔어요. 깜짝 놀랐지요!저가 집사람 병 때문에 2017년 5월 20일을 시작으로 경기도 군포에서 주인리 물을 떠 오고 있습니다.중간 2018년 초 집사람이 울진 물을 흡수를 하지 못해 잠시 멈췄다가, 2018년 말부터 다시 떠다 먹고 있는데, 처음엔 음용수로만 떠 왔다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어차피 울진물의
* 옛날에 간날에 *쇠죽이 익어가는 가마솥 부석에생소깝 타는 연기는굴뚝 아가리에서 하늘로 퍼지고,깨 진 옹가지 떠꿍에발라먹은 빼당구와 쉰밥 한 디~찬물에 말아서 워~리 워~리,할매가 개 밥을 주는 저녁다베~ 쭘 “시도뿌” 하고 손이나 들어야 서는,모레이의 간이 버스 정류장으로아지매 한분 두분이 모여들어 침침한 눈으로저 멀리 건너 마을
한국인의 정서를 담고 있는 마당은, ~을 (처음) 맞이한다는 ‘맏앙’이 어원이고, 열다, 펼치다, 놀다, 일하다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마당은 혼자의 공간이 아니라 함께 소통하고 어울리는 역동성의 공간 즉, 우리의 공간이다. 이웃하는 중국과 일본은 정원을 가꾸어 왔고, 한국인들은 자연을 끌어들여 정원을 대치했다. 평지가 대부분
배정훈 시단 ---등굣길 배 정 훈 아이 손잡고 유치원 가는 길말을 배워가는 아이에게새 말을 다듬어주는 것은나 아닌 계절이 품은 온기여라내 검지를 꼭 쥔 아이처럼야무지게 움트는 봄아이 손을 놓고서나는 중얼거린다.“다 이루었도다.” ◆배정훈 작가 약력 - 국립안동대학교 국문과 졸.시집 ⇨2013년
다가오는 8월 15일은 제74주년 광복절이다. 일제 강점기 35년간, 우리 민족은 일제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고, 죽음으로써 주권회복과 민족정신을 지키고자 목숨을 초개 같이 버렸다. 그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혹한 압제의 사슬을 끊고 마침내 해방의 날을 맞았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일제 강점기 당시 강원도 울진에도 조선의 자주 독립을 위해 국내(
참으로 오랜만에 고향 산골에서 이틀 밤을 보내고 서울로 올라왔다. 내 고향은 원래부터 오지(奧地)였다지만 개발에서 멀어진 세월만큼 더 깊은 첩첩산골이 되어 더 이상 마을로서의 기능마저 상실하고 있었다.거대한 숲은 맑디맑던 마룡산 자락의 계곡물을 물방울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빨아들여 우거질 대로 우거졌고, 마을을 꼼짝 못하게 가둔 채 사람들을 향해 거칠고
귀농했을 때, 최소한 일년에 한 번씩은 농사지어 손에 넣은 땀 묻은 돈으로 다른 나라를 경험하기로 아이들과 약속을 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꾸역꾸역 지켰다. 페르시아의 어느 시인은 “내게 은전 두 닢이 생긴다면 한 닢으로는 빵을 사고, 다른 한 닢으로는 영혼을 위해 히아신스를 사리라”고 했듯이 나 또한 수입 두 닢 중 한 닢으로는 아이
▲김성준 (울진문화원장/본사 집필위원)의상전은 산 정상에 있었다./불영사 뒤쪽 국도에서 촬영의상 등 眞影 모신 곳 옛 터만 남아현재의 의상전은 본래 인현왕후 원당 김성준 집필위원 (울진문화원장) ▲의상전 건물 뒤의 기괴한 암석들1. 개요불영사는 울진의 대표적인 사찰로 신라 진덕여왕 5년(561)에 의상대사가 세웠다고 전한다.불영사는 임진왜란 때 큰 화재를
배정훈 시단 --- 배정훈 추석(秋夕)무엇이든누구이든넙죽 절하는 계절이찾아들었다.누런 빛 스며들며벼는 조아리고달마저 배가 찼는데고마워하지 않는다면그 어찌 세상일쏘냐.으레 그렇듯이웃집 너머동무를 찾게 되는그림움과 마주하며 히죽이면짙어지는 주름이머뭇거리다 떠난다.바람 닿는 곳 모두가시간을 비켜 움츠리는 계절일진데웃기도 함박이라시간의 포화(飽和)여그 곁으로풍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