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의 양복을 입고 인생의 새 출발을 하였다. 살다보면 이따금 중요한 일이 작은 실수로 인하여 어그러지는 경우도 있지만, 결혼식 예복이 바뀌었다고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결혼은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는 신성한 의식이다. 그래서 약속을 의미하는 반지를 주고받고 예복도 장만한다. 그러나 나는 결혼식에 새로 맞춘 예복을 입지 못하고 예식을 치렀다
중학교에 다니는 둘째 아들이 헐레벌떡 집으로 돌아와서 지어미에게 무슨 혈액형인지 물었다. 혈액형에 관한 수업을 받은 모양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아들은 심각한 얼굴로 자신의 혈액형 B형에 대하여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하였다. 아버지인 내가 A형이고 아내가 O형이니 B형이 나올 수 없다는 계산이다. 불안한 마음에 병원에 가서 두 번이나 혈액형을 체크한 것 같다
나는 결혼하여 송파구 석촌동에 둥지를 틀었다. 단독주택에 입주하여 집들이를 하게 되었다. 그즈음 잠실 일대가 개발 붐을 타고 건물이 한창 들어서고 있었다. 가까운 친척들에게 전화를 하여 위치를 설명하였지만, 주변에 공터가 많아 쉽게 찾지 못할 것 같았다. 생각 끝에 ‘전세중’이란 이름을 큼직하게 써서 대문 앞에 붙여두었다. 손님맞이 준
패키지여행은 짧은 시간에 여러 곳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이드가 얼마나 열정을 갖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관광의 질이 달라진다. 가이드는 함께 걸으면서 안내해야 한다. 말만 앞세우고 쇼핑으로 불필요한 시간을 보낸다면 먼 여행의 의미는 반감된다. 지난해 서유럽 여행 중 인솔가이드 1명과 현지가이드 4명이 안내를 했다. 서울에서부터 인솔한 가이드는 40대 초
나는 여행 상품을 고를 때 박물관이 있는지를 먼저 살핀다. 박물관에는 그 나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치보다는 유적지를 선호한다. 산과 호수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다. 중국의 장각산이 웅장하다고는 하나 우리나라에도 설악산과 지리산이 있다. 중국에 서호가 있다고는 하나 우리나라에도 경포호수가 있다. 산은 깊이와 높이에서 조금 차이가
스위스 인터라켄 동역 근처에서 바라 본 먼 산, 유럽의 지붕 알프스 산맥에는 만년설이 쌓여있었다. 푸른 풀밭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젖소들, 예쁜 꽃들로 장식된 아담한 집들이 보였다. 저녁을 먹기 위해 들른 음식점은 통나무로 지어져 아름다웠다. 일행이 자리에 앉자 음식이 차려졌다. 꼬리곰탕이었다. 음식을 날라주는 여성은 이십대 후반의 한국인, 우리 동포가
유럽의 음식은 주식이 빵이다. 주로 빵과 우유로 간단히 식사를 하지만 서유럽의 아침식사는 나라마다 조금씩 달랐다. 그 중 독일의 아침 식사가 제일 좋았다. 빵과 과일, 우유, 주스가 넉넉했다. 오스트리아도 괜찮았다. “앞으로 아침 음식은 여기 (오스트리아) 보다 못할 거예요.” 여러 나라를 여행한 가이드가 말했다. 이탈리아를 두고 한
프랑스에서 해저 터널열차를 타고 영국에 도착하여 관광버스를 탔다. 64인승 버스, 의자 시트는 빨간색으로 화려했다.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현지 가이드가 차에 올랐다. 가이드 최씨는 50대로 서양화를 전공하고자 영국에 유학을 왔다가 눌러 앉았다고 했다. 그는 영국은 담뱃값이 18,000원으로 한국보다 훨씬 비싸고, 감자는 10배가량 싸다고 했다. 옷감도
조선족이라는 표현은 옳은 것인가. 중국에 사는 조선인을 조선족이라 불러야할까, 조선동포라 불러야 할까. 같은 뜻을 가진 말인데 중국에 사는 조선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는 모양이다.상해에 여행을 갔을 때 여행사 깃발을 치켜들고 우리를 안내하는 가이드가 조선인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내가 “조선족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아무 말이 없었다. 우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동안 나는 사진 찍는 것에는 별 취미가 없었다. 사진 찍을 일이 있으면 사진관을 찾으면 되고, 그것은 사람들이 직업상 하는 일로 치부했다. 뿐만 아니라 사진을 예술에 포함시킨다는 것에 대하여 의문을 가졌었다. 기계에 의한 활동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사진예술에 대한 사고를 수정하게 되었
농어촌 마을이 잘사는 마을로 성공하자면 구성원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지도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훌륭한 업적을 남긴 분들의 유적지도 인성교육의 장소로 활용가치가 높다.2013년 11월 26일 서울시 퇴직공무원 44명은 버스 2대로 서울인재개발원을 출발, 홍성군 구항면 내현리 마을을 찾았다. 일명 거북이 마을이다. 이 마을을 택한 것은 전국에서 ‘잘사
시「하관」은 박목월 시인이 아우를 떠나보내는 형의 애절한 심정과 통곡이 가슴에 절절이 배어나온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저승으로 간 동생에 대한 종교적인 구원을 하고 있다. 인도의 고대 서사시「마하바라타」에는 “세상의 하고많은 놀랄 일들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무엇인가?” “주변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행복이었다. 할아버지께서 화단에 심은 무궁화 한 그루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하얀 바탕에 불그스레한 줄무늬, 벌들이 꿀을 따고 있는 조용한 한낮이었다. 혼자 핀 무궁화 꽃은 벌을 향해 손짓을 하는 듯했다. 자연의 조화는 섬세하다. 꽃은 몽우리 질 때 보다 활짝 피었을 때가 아름답다. 무
인생은 시간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시간을 어떻게 관리 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나의 책상 위는 언제나 지저분하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일이 잦은데 신문은 자료가 될까하여 모아둔다. 며칠이 지나고 보면 책상 위에 수북하게 쌓이게 된다. 최대한 미루고 나중에 해결하려는 나쁜 습관 때문이다.어느 날 내 책상을 보고 한
가을철이면 사람들은 자주 산을 찾는다. 단풍의 절정을 보기 위해서다. 무엇이든 절정은 아름답다. 단풍잎들을 보니 어릴 적 들판에 출렁이는 논두렁 생각이 난다. 누런 벼이삭 사이로 메뚜기가 날아다니고, 참새들이 숨바꼭질을 하듯 먹이를 찾아 기웃거린다. 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에 반사된 햇빛이 눈부시다. 잠자리는 꼬리를 물고 그 위를 맴돈다.햇살이 눈부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