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대에 국민의 희망을 안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 달포가 지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정권들이 언제나 그래왔듯 새 정부 역시 과거사 재조명에 들어갔다. 2012년 대선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비롯해서 7가지 사건들을 국정원에서 재조사키로 했다.민주주의 정당정치에서 정치로부터 가장 공정해야 할 국가정보원이 파헤쳐짐의 대상이자, 파헤치기의 주체가 되는
울진신문 서울지사장인 황승국 선배님이 얼마 전 45년간이나 즐겨오던 담배를 끊겠다고 했다.현명한 결정 반드시 성공하시길 빈다. 한편으로 따져보니 그 분의 연배에 담배경력이 45년이면 꽤 일찍부터 흡연을 했다는 소리다.하지만 나 역시 40년 가까운 담배 이력을 지니다 몇 해 전에 폐에 구멍이 생기는 기흉(氣胸) 때문에 수술을 받고 마지못해 손에서 담배를 놓게
울진 산골짜기에서 자랐던 나는 어렸을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파도소리가 시끄러워서 밤에 어떻게 잠을 잘까. 내가 살던 산동네에서 학교를 가자면 일단 신작로까지 산길을 걸어내려와서 7번 국도를 따라 우측에 바다를 끼고 3km 남짓 걸어가야 했는데 도중에는 바다와 거의 맞닿을 정도로 인접한 집들도 많았다. 저 집에 사는 사람들은 파도소
“사람들은 새소리는 이해하지 않고 들으면서 그림은 이해하려 한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꾸만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피카소가 한 말이다. 아내가 미술을 전공하고 학원을 운영하고 있어서 많은 작품들을 접해왔지만 솔직히 나는 그림을 볼 줄 모른다. 인상파 화가 모네의 ‘연꽃’에서 미감(美感)을 얻은 칸딘스키의 대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淨化)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에 잠들던 그 날 밤도 할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니다. 이호우님의 시 달밤의 일부이다. 선생께서 울진과 가까운 청도 출신이니 “달이 밝았더니더”가 더 어울리는
“온 겨레 정성덩이 해 돼 오르니 올 설날 이 아침이 더 찬란하다. 뉘라서 겨울더러 춥다더냐 오는 봄만 맞으려말고 내손으로 만들자” 존경하는 정인보님이 작사한 ‘새해의 노래’ 1절이다.그런데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 설날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정월 대보름달이 떠오른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 시절을 살았던 주변
얼마 전 고향 친구 모친상에 문상(問喪) 갔을 때 일이다. 절친한 친구의 모친이기도 하지만 어렸을 때 개인적으로도 보살핌을 많이 받았던 처지여서 갑작스런 부고에 적잖이 놀라고 안타까움도 그만큼 컸다.한편으로는 문상이 으레 그렇듯 오랜만에 고향사람들을 모두 만나는 자리인 만큼 여기저기 시끌벅적 반가운 소란이 일기도 한다.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인사를 나누다가
문득, 계절 탓인지 괜히 감상에 젖어 200여명의 연락처가 저장된 모바일 메신저를 들여다본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가까운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들을 일일이 클릭했다. 무르익은 가을이라 여자들의 프로필은 형형색색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차있다. 얼굴을 대신하는 것은 온갖 신비한 꽃들이고 경이로운 음식들인데, 배경에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축제의 현장에서 아들
밥 딜런이 201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결국 그렇게 되었다. 그가 가끔 문학상 후보 명단에 들었을 때도 서구식 농담 정도로 여겼을 뿐 설마 수상을 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평화상의 수상 기회는 오래전에 놓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가끔 했었다. 아무튼 밥 딜런은 노벨상을 수상했다. 우리의 EBS 교육방송은 밥 딜런의 대표곡 blowing in the
부자(富者)가 아닌 바에 도시에 살아 좋은 건 별로 없지만, 그나마 고르라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볼거리들이 좀 있다는 거다. 프로야구 경기 관람도 그 중 하나인데, 워낙 좋아해서 아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는 한 해 서른 번도 넘게 야구장을 같이 다녔었다.그러다가 우리 부자(父子)가 가장 좋아하던 양준혁 선수가 은퇴를 하고, 학원을 빼먹고 야구장을 따라다니던
유난히도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가 절정에 다다랐다. 현재 서울의 온도는 섭씨 36도, 습도는 무려 80%에 이른다. 이글거리는 거리를 오가는 행인들의 잔뜩 찌푸린 얼굴을 보면서 시원한 그 무엇을 떠올리다가 고려시대 천재문장가 이규보의 샘물(寒泉)이라는 한시(漢詩)가 생각나 주제로 삼았다.南北行人暍(남북행인갈) 오가는 행인들 더위에 허덕일 제寒漿當
오랫동안 지하실을 이용하다가 최근 주택가 골목에 1층 상가를 하나 얻어 사무실을 옮겼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산업용 제습기로도 감당 못하는 습기와 곰팡이 때문에 결국 임대료가 저렴한 지하실을 포기하고 지상으로 올라 올 수밖에 없었다. 이사 온 이곳은 원래 가정집이었던 빌라 1층을 개조해서 사무실로 꾸몄는데, 미술을 전공한 아내 덕에 웬만한 고급 카페 못지않게
종교인은 아니지만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신에게 드리는 기도는 가끔 잊어도 괜찮다. 대신 태양과 물에 기도하는 것은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지금 이 계절과 너무 잘 어울리는 말인데, 주역 계사전의 天地之大德 曰, “生”이 눈앞에 펼쳐지니 태양과 물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계절이 길러낸 온갖 먹거리들로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뛰어난 예술작품을 보았을 때 극도의 감동에 휩싸여 잠시 정신적 충동이나 분열 증상을 일으키는 현상을 의미한다. 소설 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이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타크로체성당에서 어떤 작품(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첸치&rsqu
전국에서도 오지(奧地)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봉화군 재산면 어느 골짜기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본시 이랬다. 비 오는 날, 논배미를 100 뙈기나 소유한 농부가 논물을 보러 나갔다가 물꼬 트기를 거의 마쳤다싶어 논배미들을 하나씩 헤아리면서 확인을 했다. 원래 자기 논은 100 뙈기가 맞는데 아무리 세어도 아흔아홉 뙈기로 논이 하나 모자라는 것이다. 결
아내가 TV드라마를 보며 훌쩍거린다. 좀체 없던 일이라 궁금해서 화면을 슬쩍 봤더니 이 방영되고 있다. 나는 한 편도 본 적은 없지만, TV에서 시리즈는 방영할 때마다 엄청난 인기와 화제를 몰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더불어 시청자들로부터 추억의 눈물샘을 자극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렇더라도 드라마에
소설 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김훈 작가는 원래 유명한 수필가였다. 그의 독특한 문체와 빼어난 필력은 문단에서도 이미 대가(大家)로 인증하는 바였고, 박래부와 더불어 오랫동안 한국일보에 문학기행을 연재하여 수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20몇 년 전에 라는 기행 산문집을 펴냈는데, 그 안에는 &l
지난번에 썼던 남산골샌님 이야기가 솔깃했던지 신문을 읽은 지인이 연락을 해왔다. 남산골 생원들이나 청계천 광통교 일대의 중인들에 대한 부연설명이 필요하다는 충고도 들었다. 서울 광교에서 청계천을 따라 걷거나 남산을 산책하다보니 남산골샌님이나 광교에 살던 옛사람들의 이야기가 왠지 더 궁금해지더란다. 조선시대 중인들은 어떻게 하여 그러한 지위를 누릴 수 있었으
IMF사태로 다니던 직장이 문을 닫으면서 실직자가 되는 바람에 졸지에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처음 어린 학생들로부터 선생님이란 소리를 들었을 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면서도 묘한 가슴 떨림은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학원 밖에서 아이들이 선생님이라 부르면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의식하게 된다. 선생님이란 호칭의 무게가 조심스러운
요즘 한창 극장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영화 사도(思悼)에서, 영조(英祖)는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들으면 내전에 들기 전에 양쪽 귀를 씻고, 씻은 물은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 쪽으로 쏟아버린다. 영조의 이런 유별난 행동은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閑中錄)에도 자세히 언급되어 있어 사실인 듯하다. 진(晉)나라 황보밀(皇甫謐)의 고사전(高士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