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식 주필
경북도와 울진군에서는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원자력 관련 연구, 시험·실증시설들과 연관 기관들의 설립 사업비가 10조원을 넘어간다는 것이다.

김관용지사는 약 3년전부터 도정 역점과제로 추진하면서 대통령에게까지 경북에 설치해 줄 것을 직접 건의할 정도이고, 동해안 지역을 찾을 때면, 빠짐없이 거론하여 주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울진군도 기회 있을 때 마다 동해안에너지벨트 관련 사업이나, 기관들을 유치하기 위하여 애를 쓰고 있다. 얼마전 과기부의 수출형원자로 부지도 울진군과 경북도가 나서 동해안에 유치하려다 부산시 기군장군에 뺏겼다.

그런데 나중에 알아보니, 정부는 원자력 관련 시설 모두를 부산 기장군에다가 몰아주고 있었다. 정말 괜찮은 사업들은 울진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미 기장군에 세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금년 7월 기장에 개원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사업은 과기부에서 약 1,800억원의 예산을 들여 304병상의 완벽한 종합병원이었다. 또 약 2천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중입자가속기 설치’(2010~2015)사업은 현재 건설중이고, 수출형 원자로와 동위원소이용연구소도 금년에 유치했다는 것이다.

경북도와 울진군은 헛다리만 짚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특히 울진은 대도시나 경북 타지역에 비해서도 입지여건이 떨어진다. 정부는 좋은 것들은 대도시 부근에 다 주고, 나중에 발전소나 고준위방폐물 재처리시설 같은 위험성이 따르는 시설들만은 또 받으라고 할 것은 아닌지….

울진군은 세계 최대의 발전소 집중지역으로 ‘원자력군’으로 이름마져 바꿔야 할 정도인데, 너무하다. 울진사람들이 쓸개가 있으면 들고 일어나야 할 판이다.

영남 신공항을 밀양에 갖다 지어야 한다고 부산 빼고 영남 전체가 난리다. 그런데 울진 사람들은 본래 강원도민이라서 그런지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밀양이나 부산이나 울진에서는 그기가 그기다.

지난번 노무현정부에서 국토균형 개발을 목적으로 서울에 있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폈다. 이 때도 울진 사람들은 또 한번 실망했다. 경북에 배정된 14개 기관을 유치하면, 한 개의 신도시가 생길 정도의 발전이 기대되는 데도 울진은 아예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95년말이었다. 중`저준위방폐장 유치를 위한 군의회 동의안의 표결 약 5일을 남겨두고, 방폐장유치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오고 있던 당시 김용수 군수를 찾아갔다. 군민들의 의견이 갈려 울진이 매우 혼란스런 시기였다.

본사에서는 군민들의 여론이 어떠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자체 비용으로 8명의 조사원을 고용해 울진읍민 800명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를 가지고서. 조사결과는 방폐장 유치에 우호적인 의견이 62.8%였다.

김용수 군수의 마음이 움직였다. 이튿날부터 유치에 앞장서겠다는 내용의 인터뷰 기사를 그날 오후 8시경 홈페이지에 띄웠다. 그러나 이튿날 오전 9시경 기사를 빨리 내려달라는 김군수의 직접 전화를 받고서는 내리고 말았다. 이 때의 번복 때문에 김군수는 두고 두고 여론의 등살에 시달렸고, 지난 선거 패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부와 한수원은 북면 덕천리에 4개호기 신울진원전부지를 지정하면서 울진군민과 약속한 선결조건을 십수년이 지나도록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신울진원전 1, 2호기 사업은 이미 건설중이다.

울진군은 당초 14개조에서 8개 대안으로 자진 양보까지 하고 5천억원 일괄 타결안을 내놓았지만, 한수원은 측은 6백억원을 제시하여 진전이 없다. 주민들과는 상의없이 울진원전1, 2호기 수명연장을 기도하는 것도 그렇다.

울진군과 의회, 그리고 울진국회의원을 비롯한 지도자들은 중앙정부와 한수원을 상대로 이제는 뭔가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할 때가 되었다. ‘우는 아이 젓 준다.’ 는 옛 말에서 지혜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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