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문 논설위원

고속도로가 지나는 경주 관문에는 신라인의 미소로 유명한 얼굴모양수막새(人面文圓瓦當)가 웃음으로 길손을 맞는다. 이 얼굴수막새는 우리 조상들의 웃음의 미학을 엿볼 수 있는 귀한 문화재이기도하거니와 꾸밈도 과장도 없는 소박한 웃음 속에 신라인들의 정감이 넘쳐흐른다. 아마 이 장식물의 설치 의도는 이곳을 지나는 길손들에게 웃음을 선사함으로써 즐거운 여행을 하라는 배려가 아닐까 한다.

나는 가끔 기와막새에까지 웃음을 새겨 넣은 신라인들의 넉넉한 마음씨를 생각해본다. 조상들의 여유로움, 그 천년의 미소! 그러나 현대사회가 하도 웃음이 없는 각박한 세상이기에 웃음치료사가 등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어느 분의 웃음철학에 이런 말이 있다. 웃음도 단순히 ‘하하호호’가 아니란다.

①하하하(下下下)-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웃음이다. 웃음은 겸손이다.
 
②호호호(好好好)-웃음은 남에게 호감을 준다. 인상 좋은 웃음에는 상대방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듯이 호감이야 말로 가장 뛰어난 이미지 메이킹이다. 웃음은 만국공통 여권이란다.

③희희희(喜喜喜)-웃다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 희(喜)자에는 좋을 길(吉)이 새겨져 있다. 좋은 것을 양팔에 받쳐 들고 춤추고 노래하는 형상이 희(喜)이다.

④허허허(虛虛虛)웃음은 온갖 잡념과 감정의 찌꺼기를 털어내는 치료효과가 있단다. 웃음은 비움이다. 웃는 순간, 가슴에는 태평양보다 더 큰 바다가 생겨난다. 여유로움이다.
 
⑤해해해(解解解)-웃다보면 근심걱정이 풀린다. 웃음은 마음의 해우소(解憂所)다. 스트레스가 다 풀려 나간단다.

때문에 웃음은 ‘하하하’로 끝내지 말고, ‘하하,호호,희희,허허,해해’로 마무리해야 진정한 웃음이란다. 그럴듯한 주장이다. 그래서 나도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웃어볼까 하여 경상도 사투리의 묘미가 한껏 살아나있는 ‘서울사돈과 경상도 사돈의 말 잇기 놀이’의 우스개 하나를 여기에 소개한다.(이미 알고 있는 독자분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우스개로 이상한파와 구제역으로 어수선한 요즈음, 우리네 근심걱정을 덜어내는 웃음 바이러스로 넘쳐나면 좋겠다.

모처럼 서울과 경상도의 안사돈이 만났다. 심심해서 말 잇기 놀이를 하자고 했다.
서울 사돈: 제가 먼저 시작할게요. 미소/경상도 사돈: 소케뭉티기(솜뭉치)/서울 사돈: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다시 하자고 했다. 서울 사돈이 다시 문제를 냈다.

서울 사돈 : “ 계란 “ /경상도 사돈 : “ 란닝구 “ (런닝셔츠) /서울 사돈: “ .......... “ ^^;; /경상도 사돈 : “ 와 예?? “ /서울 사돈 : “ 외래어는 쓰면 안돼요 “ /경상도 사돈 : “ 그라믄 다시 합시더. “ /서울 사돈 : “ 타조 “ /경상도 사돈 : “ 조~오 쪼가리~ “ (종이 쪽지) /서울 사돈 : “ 단어는 한개만 사용해야 돼요 “ /경상도 사돈 : “ 알았슴니더 다시 해 보소 “ /서울 사돈 : “ 장롱 “ /경상도 사돈 : “ 롱갈라묵끼 “ (나눠먹기) /서울 사돈: “ 사투리도 쓰면 안돼요 “ /경상도 사돈: “ 그라머 함마 더 해봅시더 “/서울 사돈: “ 노을 “ /경상도사돈 : “ 을라!! “ (아이) /서울 사돈 : ??. (이후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우리는 하루에 몇 번이나 웃을까? 아이들은 하루에 평균 무려 400회 이상 웃는다고 한다. 어른들은 고작 10회 정도란다. 웃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나쁜 인상을 쓰면 쓸수록 근육이 그대로 굳어 얼굴은 물론 뇌까지도 어두워진다고 한다. 一笑一笑一老一老. 그러니 지금 당장 웃자. 下下下 好好好 喜喜喜 虛虛虛 解解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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