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문 논설위원

고대 그리스 왕 디오니시우스 측근 중에 다모클레스라는 신하가 있었다. 그는 언제나 왕의 권력을 부러워했다. 어느 날, 왕이 그에게 네가 그토록 부러워하는 왕좌에 하루만 앉아보라며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그는 정말 꿈만 같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무심코 천정을 쳐다보게 되었다. 그런데 어이쿠 저게 뭔가? 바로 자기 머리를 겨눈 날카로운 칼이 한 가닥 머리카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지 않은가? 이를 보는 순간 ‘다모클레스’는 혼비백산하여 달아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는 곧 권력의 자리가 결코 겉보기처럼 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언제나 위기일발 상황’의 연속임을 강조할 때 ‘다모클레스의 칼’(The Sword of Damokles)이라는 말로 유래 되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1961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인류에게 있어서 핵무기야말로 가장 위험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 핵전쟁의 가능성을 최초로 다모클레스의 칼에 비유하여 더욱 유명한 고사가 되었다.

일본의 지진해일 피해는 참담하다. 숨을 곳도 피할 곳도 없었다. 지도까지 바꾸어 놓았다.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인간의 문명은 무력하기 그지없다. 우주가 마음만 먹으면 물 한 방울로도 인류를 눈 깜짝할 사이에 멸망시킬 수 있다는 파스칼의 말이 실감난다. 더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떤 지진에도 끄떡없다고 자랑하던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연쇄 폭발·손상되었다.

일본정부가 얼마나 다급했으면 우리에게 원자로 냉각재인 붕산을 지원·요청했겠는가? 일본열도가 방사능 누출과 핵공포에 휩싸였다. 피폭을 우려한 일본국민들의 피난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우리를 착잡하게 한다. 일본 방사능 누출 사태에서 바로 이웃한 우리 한반도는 과연 안전지대인가? 이번 재앙으로 피해를 당한 선량한 일본 국민들에게 안타까움을 표하며, 하루빨리 삶의 터전이 복구되기를 희망한다.

지금까지 핵에너지가 전력수급에 일조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화석원료의 대안은 원전뿐이다. 기후변화를 대응한 깨끗한 에너지, 어느 텔레비전의 광고처럼 전기를 마음껏 쓰게 하는 행복한 원자력, 원자력은 안전하다, 통제할 수 있다. 원전건설은 100년 미래 에너지산업’운운하며, 꿀 바른 독에 취한 일부 원전건설 찬성론자들의 주장은 궁색하게 되었다. 원전르네상스에 비상벨이 울렸기 때문이다.

원자력 신화는 체르노빌과 드리마일 원전 사고로 일찌감치 깨어진 바 있다. 다만 이번 일본의 지진해일 대참사가 이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을 뿐이다. 결코 원전사고는 천재(天災)든 인재(人災)든 뾰족한 묘책이 없으며, 동시에 핵에너지가 우리 삶을 온전히 보장하는 미래에너지가 될 수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우리는 절대적 교훈으로 삼아 원전 확대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나는 우리나라 원전 가동 상태가 모두 안전하며, 사고 예방에도 아주 철저하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불안하다. 두렵다. 바야흐로 다모클레스의 칼이 지금 우리를 겨누고 있다. 여기에 맞설 안전한 방패 마련에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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