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주 문학사랑 상임이사, 
     시인, 길 위의 인문학 기획위원

울진은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동해 바다처럼 넓고 깊기도 하지만 보부상 벼랑길처럼 좁고 험하기도 하다가 금강송처럼 우뚝 솟아 기상을 드높여 지겹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갈 때마다 늘 새롭고 정감이 간다.

사람들도 그렇다. 마음속을 다 보여준 것 같기도 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보여준 것이 없어서 부담이 없고 정이 간다. 울진신문 전병식 발행인과 이규봉 사무국장이 그런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과 어울리는 날은 몸이 망가지는 것을 각오해야 했다. 그래도 나는 그런 만남이 좋아 울진에 갔다가 새로운 곳을 알게 되었다.

명소였다.
서울시청에서 망양정 해수욕장까지의 거리가 207 마일인데, 서울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라는 기원을 담아 ‘207마일’이라는 이름으로 명품 펜션을 건립했다고 한다. 이름도 남달랐지만 예술성, 실용성뿐만 아니라 풍광도 빼어났다.

명소라는 것이 그저 유명한 장소라는 사전적인 의미도 있지만 유명한 사람들이 즐겨찾는 곳이라는 뜻도 있고 보면 어떤 사람이 찾아오는 곳인지 어떤 곳인지 궁금해진다. 아무리 이름 없는 논배미 땅이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 명소가 되는데, 유명인사가 자주 찾는 곳이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곳을 처음 만난 순간, 나는 푸른 바다 위에 황금빛 오렌지배가 출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 외벽이 오렌지색으로 채색되어 있었고 실내 공간도 오렌지 톤으로 처리되어있어서 더욱 그런지 몰랐다. 건물 한 동 한 동 마다 복층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1층은 거실로 꾸며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히누끼 목욕탕에서 목욕을 즐기면서 출렁이는 파도를 감상할 수 있었다. 파도의 노래를 듣다가 싫증이 나면 창문을 열고 맨발로 송림을 지나 백사장을 지나 바로 바다에 들어갈 수 있게 설계되었다. 개인 별장 같은 느낌이 들었고 내 자신이 명품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2층은 침실이었다. 2층 역시 송림과 백사장과 파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아늑했다. 요트에 누워서 물결 따라 출렁이는 느낌이었다. 1, 2층 모두 최신 전자제품을 구비했으며, 대형 스크린을 준비했다.

고전과 현대가 잘 조화된 공간이었다. 가스통 바실라르는 ‘훌륭한 작품이란 아름다운 형식에 밀도 있는 내용을 담아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207마일’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젊은 부부의 수준 높은 예술 감각을 현대 건축 기술이 잘 담아 놓았다.
 
더구나 천혜의 자연 풍광을 배경 삼아 건립 되었으니 명품 펜션이라 할 만했다. 그곳에서 소설 ‘객주’로 유명한 김주영 작가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술과 음악과 파도소리를 벗삼아 하룻밤을 유숙했다. 행복한 하룻밤 추억의 거리가 207마일이었다. 그만큼 길고 오래 간다는 의미다.

울진에 새로운 명소가 하나둘 생기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울진 사람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명소는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 질 수가 없다. 설령 유명해 진다해도 오래 갈 수가 없다. 내 것을 내가 사랑하지 않는데, 어느 누가 사랑해 주기를 바랄 수 있단 말인가?

울진인부터 울진의 명소를 사랑하자. 울진의 새로운 명소 ‘207마일’을 울진인부터 사랑해 주자.
전국에서 세계에서 울진의 사랑에 손을 내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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