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 모습 그대로 2천원 목욕비에 행복교감


최복규 사장
월변다리를 막 건너 울진시장으로 들어는 골목입구에서 오른 쪽 샛 골목으로 들어서면, 시간이 멈춘 듯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목욕탕이 있다. 2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울진목욕탕’ 그 역사는 50년을 넘어서고 있었다.

최복규(52세)사장은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고향땅 울진이 좋아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병환에 계신 아버지(최천환)께서 남들이 하지 않는 장사를 해야 한다며, 그 당시 울진에 없던 목욕탕을 처음 개업했다고 한다.

문을 열고 몇 년은 고생 많이 했지만 3~4년 뒤에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손님이 몰려들었다.

그 당시에는 목욕문화가 생소해서 웃지 못 할 사연도 많이 있었다고 한다.

목욕탕 카운트를 50년째 지키고 있는 최사장의 모친인 진옥선(80세)여사는 “초기에는 다들 쑥스러워 옷을 벗지 않고 속옷을 입은 상태로 목욕을 하는가 하면, 옷이나 귀중품 등을 분실했다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파출소에 가서 진술서도 여러 번 쓰고 왔다”며 웃는다.

“여탕 내부에 샤워기가 고장이 나서 목욕중인 손님들을 내 보내려 했지만, 다들 몸을 숙이며 괜찮다고 해서 아저씨가 들어가 고장수리를 했는가 하면, 초등학교 3~4학년 남자 아이들이 엄마손에 이끌려 와 여탕에서 같은 반 여학생을 만나 부끄러워하는 건 여사였다”고 한다.

지금이야 다들 여유가 있고 목욕이 대중화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목욕은 년중 행사로 명절을 앞두고 목욕을 하는 사람들이 꾀나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목욕탕이 한 곳 뿐이니 새벽 4시에 문을 열면, 밤 12시까지 손님이 넘쳐 문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다반사였다고. 죽변, 원남에서 목욕하러 왔으며 장날엔 대기표를 나누어 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단다.

진 여사는 세상 물가가 오르고 사람들이 변해도 울진목욕탕 목욕비를 올리지 않았다. 10여 년 전 2천원의 목욕비 아직도 그대로다. “손님들이 목욕비 얼마냐고 물어올 때 ‘이천원’이라고 하면, 그들의 얼굴 표정에서 내 자신도 행복해진다고.

장날이면 할머니들이 나물이며, 대추, 밤 등을 들고 와서 목욕비 대신 내고 목욕을 청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비공식적이지만 물물교환이 통용되는 곳이라고 소문내지 말란다.

50여년 그 자리를 지켜온 울진목욕탕은 울진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애환과 기쁨, 추억이 묻어 있다. 때론 다툼도 있고, 시기도 있지만 사랑방 역할을 하며, 우리네 곁에 함께 해 왔다.
 

                                                           /주철우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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