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문 논설위원

지난 4월 26일은 체르노빌 원전 폭발 25년째 되는 날이었다. ‘체르노빌 일대는 거의 죽음의 땅이 되었다.’고 외신은 전한다. 사람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자연 상태로 회복하자면 최소 100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로 구소련은 물론 유럽전체를 방사능 공포와 불안으로 떨게 했다. 지금도 주변국가의 암환자 증가 등 그 후폭풍은 계속 되고 있다. 그로부터 1년 후 1987년 일본인 반핵평화운동가인 ‘히로세 다카시’는 그의 유명한 책 ‘원전을 멈춰라!’ 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후꾸시마현에 쓰나미가 일어나 해수가 멀리 빠져나가면 모두 멜트다운(melt down, 냉각장치 고장으로 원자로가 과열, 급기야 녹아내리는 원전사고 중 가장 무서운 사고현상으로 다른 말로 ‘차이나 신드롬’ 이라고도 함)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 뿐 만아니라 전 세계를 말기적인 사태로 몰아넣는 엄청난 재해가 일어날 것입니다.

지금까지 대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실로 우연 중 우연이죠. 우리는 요행으로 살고 있는데 지나지 않습니다. 수 년 내에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은 어리석은 예언이 아닙니다.

이러저러한 갖가지 부분을 해석해 보면 틀림없이 그런 운명에 놓여 있다는 확신이 섭니다. 아니 어쩌면 행운은 계속 될지 모릅니다. 그렇기를 빕니다. 그렇지만 10년 내에 일어날 것입니다. 어쩌면 프랑스가 먼저가 될지 모르죠. 아니면 한국에 있는 9기중 어떤 것이 터질 것인지.

그러나 행운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 관동 지방을 강타한 지진해일로 후꾸시마 원전이 폭발했다. 히로시 다카시 선생의 예언은 적중했다.

최근 울진의 한 시민단체가 10개 읍. 면 만 19세 이상 남녀 1천 95명을 상대로 한 여론 조사 결과는 원전에 대한 여론과 민심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응답자의 54.6%가 원전가동 30여 년 간 가정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산포지구에 추가원전건설 유치측이 주장하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이 무색하게 되었다.

농어업과 환경, 생태관광 등 경제적 가치 확대를 더 바란다는 응답이 53.8%로 많아 원전이 울진군의 미래 발전에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울진군이 생태·관광·문화를 으뜸 정책으로 표방하면서 원전 추가유치에 앞장서고 있다는 자체가 이율배반적임을 여론은 간파하고 있다.

앞으로 울진이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해야 할 텐데 외지인들에게 더 이상 먹혀들어갈까? 후쿠시마 주변의 농임축수산물의 수출포기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편 원전 안전신화의 허구가 깨졌다는 반증으로 군민의 73%가 원전에 대한 불안도가 높게 나온 것은 향후 울진 원전안전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는 대목으로 읽힌다.

1999년 정부가 약속한 14개 대안조차 지키지 않은 채 또 다시 산포리에 추가 건설 운운하는 것은 정부의 원전정책에 대한 불신과 함께 울진이 원전 밀집지역으로 되는 것에 대한 불안심리가 짙게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만일의 원전사태에 대비하여 주민대책이 철저히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 폭발 사고로 세계 각국은 원전 정책을 놓고 근본적인 고민을 모색 중이다. 원전은 과연 안전한지, 미래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은 꼭 필요한지, 그렇지 않다면 그 대안은 무엇인지 등 여러 논의의 물꼬가 터지고 있다. 물론 새삼스러운 바는 아니지만 원전가동중지나, 원전에 대한 국민투표 제안, 향후 점진적 원전폐쇄, 신재생에너지 정책 논의 등이 그렇다.

지난 4월 11일, 국회지식경제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울진,삼척,영덕,경주등 추가유치지역 주민을 비롯, 시민단체들은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원전 중심 에너지정책 중단과 함께 정부 측의 신규원전 유치 계획을 철회시켜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자, 김영환 위원장은 “현재 추진 중인 신규원전부지 추진은 백지화되어야 한다.”고 밝혀 향후 그 추이가 주목된다.

사람 사는 세상은 사람과 사람끼리, 사물과 사람과의 관계가 때로는 순리와 화합으로 때로는 역행과 불편한 관계에 놓일 때가 있다. 문제는 사람과 사물의 이치를 어떤 방식으로 그 관계를 설정하고, 역사적 통찰과 혜안으로 직시, 결단하고 그것을 어떻게 올바르게 해결하느냐에 달렸다.

지금 당장은 그것이 불편하고 아쉽고, 돌팔매를 맞더라도 공의와 후대 역사를 한번 쯤 생각하는 지혜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 울진은 원자력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울진군민들에게는 90년대 원전반대의 치열한 투쟁의 역사가 있었고, 아직도 그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그것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찬성이든 반대이든 아니면 어정쩡한 입장이든 그렇다. 우리도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는 원전을 둘러싼 정치공학이 변할 것이다. 그 화두에 정치지도자들의 발등이 찍힐지도 모른다. 이제 그들이 지역의 원전을 둘러싼 해묵은 숙제를 풀고 현명한 해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이다. 후일 역사는 그들의 공과를 현인과 죄인으로 구분해 엄정하게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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