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문 논설위원

과학벨트 유치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문제는 정치인들의 말 뒤집기다. 애초부터 국책사업은 대선공약대로 하면 될 것인데, 동남권 새공항 백지화에서 보듯이 지역마다 싸움만 붙이는 꼴이 되었다.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으로 갈가리 찢어져 지역이기주의로 변질되었다. 한 언론은 지역민심을 생생하게 다음과 같이 전한다. 대구의 택시기사들의 말이다.

“과학벨트, 뭐 데모 다 필요 없어요, 그칸다고 됩니까. 내년 총선 때 한나라당 완전 전패 시켜뿌믄 끝나는 거지. 그래서 선진당도 함 시켜보고 안되면 다음 또 한나라당 하면 안 되능교. 일단 지금 한나라당이 그 따위로 행동하니까 전패 시키는 방법 밖에 없잖아요. 다른 건 몰라도 대구 경북 민심은 바뀌어야 해요.

무소속 아니면 자유선진당도 있고, 옛날에 한나라당보다 자민련이 더 많이 나왔어요.” “한나라당이 밥 멕여주는 당인가, 한나라당, 한나라당, 아직도 왜 찾는지 이유를 모르겠어. 대구 경북 사람들은 김정일이 욕할 것도 못돼, 그거나 똑같은 건데 뭐. 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당만 나오면 되는 데가 어딨습니까”라고.

이처럼 분노한 지역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으며 “영남표의 무서움”을 거론하는 등 ‘물갈이론’이 비등하다. 동남권 새공항 백지화, 과학벨트 유치 무산으로 낙선 공포에 휩싸인 현역 의원들은 ‘TK 홀대론’으로 가뜩이나 악화된 영남 민심을 달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내년 TK 지역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은 누구도 장담 못한다.

그러나 민심은 조변석개라 과연 물갈이가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이번 과학벨트 유치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경북도 김 지사가 이번 사태에 반발, 정부가 지방을 죽이자는 행태라며 현 정부를 위해 유치했던 원전과 방폐장 반납 등으로 대응하겠으며, 이를 경주시장과 울진군수와 협의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과학벨트 주요사업은 이미 충남 대덕으로 결정이 났다.

이제 경북도는 과학벨트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음으로 방폐장과 원전반납을 해야 한다. 과연 그렇게 할까? 김지사의 결연한 단식이 단순 쑈가 아닌 진정성이기를 바란다. 한편 원전반납과 관련하여 산포리 추가원전유치에 타군에 질세라 앞장섰던 울진군 집행부와 일부 군의원들의 입장이 자못 궁금하다. 그들의 입장이 진정 유치철회로 변했다면 다행이겠지만 웬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최근 울진군지역발전협의회는 정부에 대해 신울진 원전부지 수용에 따른 선결사항으로 14개 사업이행과 산포리 신규원전 유치신청 철회,10M의 방파옹벽 축조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신울진원전 1, 2호기 건설 즉각 중지,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핵폐기물 유리화 사업과 원자력 수명 연장 의혹이 있는 증기발생기 교체 등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울진의 여론을 반영한 고무적인 일이다. 어쨌든 후꾸시마 원전 사태로 대중들은 이미 방사능 공포와 피해가 전 지구적임을 실감하면서 미래의 대안 에너지는 결코 원자력 에너지가 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원자력에너지 문제와 대안에너지 정책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정치 지도자들의 철학과 이념의 부재는 쓸데없는 사회 갈등을 불러 올뿐이다. 대중들에게 교언영색과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우왕좌왕하는 정치지도자들은 이제 지겹다. 원전문제도 마찬가지다. 이(利)만을 바라보고 그 둘레에 부나비같이 몰려드는 모리배들을 보는 것도 역겹다. 집단지성의 시대 대중들은 알 것은 다 안다. 이제 쑈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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