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송파구 김찬곤 부구청장


세계 최초 민원 온라인처리시스템 개발 주도
기성면 정명리 출신 서울대 나와 행시로 공직 입문

추석이 지나고 중순경이었다. 재경울진군민회 김상용 자문위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 다방면에 마당발로 알려져 있는 분이기에 통화내용을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송파구 부구청장과 방 지사장이 같은 울진 출신이니 인터뷰를 해보라는 것이었다.

9월 26일 함께 만나 송파구 부구청장의 인터뷰 약속을 정했다. 며칠이 지나, 잠실 송파구청으로 향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한강 둔치에는 갈대들이 흔들리며 가을 정취가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약소 장소인 송파구청 부구청장실인 3층에는 김상용 자문위원과 前 성남시 수정구, 부천시 오정구 구청장을 역임한 황재영님과 왕성한 구정활동을 하고 있는 황용헌 서울시중구 의원을 함게 맞아 주었다. 이 두사람 역시 기성면 출신으로 자랑스러운 재경울진 출향인들이다.

여러 출향인 인터뷰를 했지만, 김찬곤 부구청장은 무언가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즉‘전자정부’분야 국내 권위자라는 것이다. 김찬곤 부구청장은 울진 기성면 정명리 어티마을 318번지에서 태어나 기성초등학교 2학년 때 포항시 청하초등학교(現)로 전학하였고, 청하중 경북고를 졸업 후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석사, 미국 조지아대학 행정학 석사, 미국 뉴저지 주립 럿거스 대학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구파이다.

김 부구청장은 전자정부 전문가로 한국인 최초 스톡홀름 첼린지 상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인물이다. 1980년 행시로 공직생활에 들어선 김 부구청장은 서울시 지하철 운영준비단장, 강남구 건설국장, 서울시장 정책 비서관, 감사 담당관, 시정개혁단장, 디지털미디어시티 추진단장, 정책 기획관, 구로구 부구청장, 서울시 인재개발원장, 한강 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베테랑 공직자이다.

김 부구청장에게 어린시절 고향에서의 추억과 학창시절에 대해 물어 보았다. 소 먹이는 일을 하기 싫어 꾀를 부리면 어머님이‘돈 5원 줄게, 소 먹이러 가라’고 했다는 얘기가 일기에 쓰여 있다. 지금과는 화폐 가치가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실감이 난다. 또 어릴 때 책을 좋아해서 소를 먹일 때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 주로 동화책이나 위인전을 즐겨 읽었다고한다. 이와 같은 추억담을 얘기 하면서 초등학교 4학년 때 1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썼던 일기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 부구청장의 어릴 때 꿈은 시인이 꿈이었다. 그래서 문예부에서 글짓기를 즐겨했고 경북고에 진학한 뒤 친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눈 끝에 공직자를 꿈꾸게 되었고, 서울대학교 상대 2학년 때 행정고시를 준비해서 4학년 때 합격, 공직자의 꿈을 이뤘다고 했다.  중학교 때 전교 수석으로 졸업했으나, 가정형편 때문에 어렵게 공부했다며 실제로 경북고에 원서를 내려고 했더니 부모님이‘대구서 하숙시킬 형편이 안 된다’고 하시면서 포항에 있는 학교로 진학을 권유했으나, 당시 교감선생님의 도움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다음은 학창시절 친구소개와 서울대시절 이야기를 부탁했다. 김 부구청장은 고교 동기 가운데 유영학 前보건복지부 차관, 금감원 권혁세 원장, 청와대에 김두우 실장, 국회에 박보환의원, 김 부겸의원 등이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친구들이고, 서울대 입학 때도 원서를 낼 때 부모님은 대학등록금을 못내니, 경북대에 진학하라고 했는데, 주변에서 서울가면 어떻게든 학교에 다닐 수 있다며 서울대 응시를 권해서 결국 첫 학기 등록금은 부모님이 내셨고, 1학년 2학기부터는 청하면 고현리 고향 분이 독지가로 나서 등록금과 학비를 다 대준 덕분에 학비 걱정 하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공직생활에 대해서는 어디서 시작 했으며 보람 있었던 일과, 46세의 나이로 유학길에 오른 이야기, 아쉬웠던 일, 공직생활의 신조,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중점 현안과 공직자로서 꼭 이루고 싶은 일을 종합적으로 질문 하였다.  김 부구청장은 고시 합격 후 첫 보직이 서울시청 상정과 산업경제국에서 일했으며 첫 업무가 가락동 농수산물공사를 설립하기 위해 계획하고 토지보상을 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땅 주인들의 문을 두드려 사인을 받는 등 집집마다 다니면서 어렵게 일했던 기억을 되새겼다. 1999년 서울시에 우리나라 최초로 각 부서별, 구청별 공무원의 청렴도를 측정하는 지수를 개발한 일이 있었다. 뒤에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이 제도를 채택, 더 큰 보람을 느꼈다.

또 하나는 감사담당관으로 일할 때 세계 최초로 민원 온라인 공개시스템 개발을 주도한 일이다. 시민이 신청한 인허가 민원처리과정을 실시간으로 어느 공무원이 어떻게 처리하는 지 투명하게 알 수 있게 1999년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개해 호평을 받았고, 이후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 제도는 그해 중앙일보 10대 히트 행정에 선정되고, 2000년 정부 공공부분 혁신대회 우수상을 받았다. OECD, UN, 월드 뱅크의 국제세미나에서도‘좋은 거버넌스의 우수사례’로 소개됐다.

공무원 생활을 하던 중 뉴저지에서 열린 미국 행정학회에서 서울시 혁신사례를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뉴저지대 행정학과장을 만나 입학허가와 장학금을 간곡하게 부탁한 끝에 허락을 받아서 미국유학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국내 최초로 유헬스케어(U-Healthcare)시스템을 도입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제도는 동사무소에 간호사를 배치해 첨단장비를 이용해 저소득 주민의 혈압, 혈당, 비만, 호흡기 등을 진단하고, 이 정보를 온라인망으로 보건소 의사에게 전달, 건강상태를 분석해 처방을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제도다.

또한, 서울시에서 한강사업본부장을 맡아 토·일요일에도 한강을 둘러보며 열심히 일 했는데, 1년 남짓밖에 근무하지 못해 좀 더 많은 일을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지금 완공단계에 있는 한강의 인공 섬 프로젝트도 그 당시 홍수 때 사고위험을 우려한 국토해양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으려 하는 것을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수차례의 자문회의와 설계변경 등을 통해 결국 허가를 받아냈다고 했다. 오는 9월에 인공 섬이 오픈된다니 공사현장을 지날 때 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김 부구청장은 공무원으로서 국민을 위해서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위험을 무릅쓰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흔히 말하는 ‘공무원 철밥통’이란 말을 무척 싫어한다고 했다. 단단한 각오와 배짱으로 일을 추진하되,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완벽하게 업무를 처리한다는 각오로 일을 해왔다. 평소에 자다가도 업무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를 하고 업무에 반영하고 꿈속에서도 고민할 정도로 업무에 매진하면 해결책이 다 나온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김 부구청장은 발령받아 가는 곳마다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왔다고 긴장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으며, 그래서 요즘은 즐겁고 재미있는 직장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한번,‘출근하고 싶은 날’을 만든 뒤 여장을 하고 나타나 맵시를 뽐낸 적이 있었는데, 직원들이 못 알아보고 재미있었다며 즐거워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볼만한 영화가 있으면 직원들에게 영화티켓을 선물하기도 하며 최근에는 1,400명에 이르는 송파구청 직원들 간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해‘국간 벽 허물기 운동’을 펼치고 있단다. 한 개국 팀별로 미팅을 주선하고, 식사와 간담회를 열고 있다고 한다.

김 부구청장은 말하기를 4년 뒤면 아시아에서 최고 높은 빌딩인 잠실롯데 123층 555m짜리 건물이 들어서게 되는 데, 이 건물의 건축허가를 지난해 내가 내줬다. 이 건물은 우리나라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따라 중국의 관광객이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송파구를 서울의 관광특구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해놓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문정동에 광진구의 동부지청, 지검을 이전해서 법조단지를 만들고, IT·BT단지도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스마트한 사회정부가 돼야 하고 시민이 행정기관을 전혀 방문하지 않고도 직장과 가정에서 모든 민원처리를 할 수 있도록 편리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꿈꾼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부구청장의 삼촌인 김병국 씨는 현재 고향 울진 기성 정명리에 살고 있으며, 김 부구청장은 부인 성정화 씨와 슬하에 남매를 두고 있다.

                                                 /서울지사장 방남수 hwanamb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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