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병식 주필
울진과 인접한 영덕과 영양 주민들이 지금 난리다. 영덕 달산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응·흥기·옥산리 등 8개 마을 주민 500여 명은 9일 영덕군민운동장에 집결 반대시위를 벌렸고, 영양 군민들도 영양댐 건설에 대한 찬·반 의견대립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런데 반대하는 주민들의 표면적 이유와는 달리 내면적 이유가 따로 있다. 그것은 영덕의 물을 포항 공단에 주려 한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고, 영양의 물을 구미공단에 공급 하려 한다는 의구심이다.

정부 당국자나, 지자체 관계자들은 주민들에게 댐 건설의 진정한 목적을 밝히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만일 주민들의 우려대로 이들 공단에 물을 주기위한 사업이라면 지금 주민들의 설득을 못했다가 나중에 뒷 감당은 어찌하려는 지 궁금하다.

정부에서 국책사업을 하면서 국민들과 진정으로 소통하지 않는 사례는 흔하다. 그런데 얼마전 최중경 지경부장관은 한수원 본사 경주 이전과 관련하여 국회에 출석하여 모처럼 정부 당국자로서 시원하게 입장을 밝혔다. 이미 합의된 사항이므로 현재의 스케줄대로 장항리로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 설치가 경주로 결정되고 난 뒤 경주는 정부의 지원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한수원 본사 이전과 관련해서도 정부 입장을 명확히 하지않아 약 6년간 정부와 경주시, 시민들간 대립과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한수원 본사 장항리 이전은 방폐장 건설지역으로 결정된 이듬해 주민들과 약속을 했고, 2009년 8월 한수원 사장, 경주시장, 시의회 의장, 이 지역 국회의원의원이 4자 합의로 재확인한 문제였다. 정부가 한번 약속하면 지켜야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에 따를 것 아니겠는가!

최근 울진군과 한수원은 법의 심판을 받게됐다. 울진군이 지난 31일 한수원을 울진원전 2호기 증기발생기 교체에 따른 폐기물을 건축물 사용승인 없이 원전내 임시저장고 시설에 보관했다며 경찰에 고발하자, 한수원측은 군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17일 대구지법에 건축물 사용승인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처럼 폐기 증기발생기임시저장고 사용승인을 두고 울진군과 울진원전의 대립 양상이 날카로워지자, 경북도가 중재에 나설 모양이다. 경북도는 울진군과 울진군의회, 경북도의회, 울진원전 등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행정부지사가 중재자로 나서 이달 21일 오후 2시 중재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한다.

만일 이 소송이 서로 지혜롭게 원만히 타결하지 못해 끝까지 법정공방으로 나아갈 때, 장차 울진군과 한수원의 관계는 악화되어 서로간 큰 상처와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정부에서는 지금 동해안 원자력에너지클러스터와 관련하여 울진을 핵심고장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서로 적극 협력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모든 갈등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곳은 지경부다. 그동안 울진군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데 있다. 울진에 원자력클러스터와 관련하여 약 12조억원을 투입하는 좋은(?) 사업을 하려면서도.

정부는 울진군민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99년 신울진원자력 부지를 지정하면서 군민들과 한 약속을 12년이 넘어가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때 같이 약속한 울진군내에 더 이상의 원자력관련시설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아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을 후보지 결정 때, 울진군민들간의 심각한 반목과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한수원은 이 문제에 있어 사실상의 당사자다. 그런데 원자력 사업과 관련하여 울진군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다면 향후 원자력 사업과 관련하여 자충수를 두는 일이다. 만일 군민들이 14개 선결조건 이행을 조건으로 국가상대 소송이라도 벌인다면 그 책임이 어디로 전가 될지는 뻔하다. 군민들 중에서 아직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지금 울진군민들은 36번국도 4차선 실현과 관련하여 범군민적 합의에 도달해 있다. 정부는 원자력과 관련하여 울진군민들에게 엄청난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갚을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엉뚱 소리를 하면서 2차선으로 닦고 있다.

최중경 장관은 경주본사 이전에 대한 명확하고 시원한 입장을 밝혔듯이 울진군민들에게도 14개 선결조건을 이행하겠다는 시원한 답변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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