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반가 전통살려 울진특산품 만들어 내

지역특산품 순례 2   매화쌀엿 쌀조청

매화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마을이름을 지은 곳이 있다.

서정적인 지명인데, 바로 원남면 매화리 마을이다. 매화는 모든 꽃이 날씨가 따뜻해야 피는데, 유독 추위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암향(暗香)을 풍긴다. 선비들은 그 꽃을 사랑하여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견디거나 고결한 정신세계를 지향하기도 했다. 특히 퇴계는 죽는 순간까지 매화를 사랑하여 ‘매화에 물을 주라’고 유언을 남겼다.

이런 지명을 가진 마을답게 울진의 명문가인 윤촌과 최촌이 조상 대대로 세거하고 있고, 훌륭한 인물을 많이 배출한 반촌이다. 이 반촌에는 집집마다 엿을 만들고 있었는데 울진군 농업기술센터(소장 신규환)에서 농촌여성일감사업으로 선정하여 지원한 것이 벌써 17년이 되었다.

매화쌀엿은 전통방식 그대로 제조하는데, 친환경으로 재배한 생토미와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보리의 싹을 키운 엿기름으로 쌀엿을 만든다.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쌀엿을 만들었는지는 기록에 보이지 않지만, 이규보의『동국여지승람』에서 엿에 대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쌀엿을 만들었으리라 짐작된다.

고려는 개국 초부터 불교를 숭상하고 국교로 삼아 육류를 금지한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육류 대신에 영양분을 보충할 음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엿이다. 엿은 보관도 용이하고 영양분도 풍부해 간식이나 음식재료, 식사대용으로 사용되었다.

조선에 와서도 허균의『도문대작』에 흰엿·검은엿에 대한 기록이 보이며, 김홍도의 ‘풍속화’에도 엿장수 그림이 등장한 것으로 보아 우리의 오랜 전통음식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이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매화쌀엿은 1950대 이전부터 만들어져 오던 전통음식으로 매화마을 사람들은 쌀엿을 만들어서 판매하여 자녀학비와 생활비로 쓰고, 엿밥으로 끼니로 대신했던 추억이 있는 전통이 있다.

그때 주변에서 좋은 가공제품들이 많은데, 하필이면 사양산업인 쌀엿 사업을 한다고 반대도 했지만, 지금까지 꿋꿋하게 만들어 울진의 특산품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매화쌀엿 대표 최송자씨의 노력이 매우 크다.

젊은이들이 점점 떠나는 농촌에서 서울서 시집 온 최송자씨는 새댁 시절부터 시어머니께 전수 받은 쌀엿으로 전통의 맥을 현재까지 이어서 만들고 있지만, 지금까지 가능한 것은 최송자 대표의 남다른 고집과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화쌀엿은 첨가물은 전혀 넣지 않고, 우리쌀과 보리로 싹틔운 엿기름만 첨가하여 제조한다.

제조과정은 우리쌀로 8시간 정도 물에 불려서 찜솥에서 고두밥을 짓고, 보리의 싹을 틔운 엿기름에 혼합한 물을 넣고 보온솥에서 10시간 정도 삭혀주면 감주가 만들어진다.

감주를 채로 걸러서 찌꺼기는 소여물로 쓰거나 거름으로 쓰고, 걸러진 물을 중간 불에서 서서히 8시간 정도 달이면 쌀조청이 만들어진다.

쌀조청을 조금 더 달이면 쌀강엿이 되고, 쌀강엿을 다시 뜨끈한 방안에서 두 사람이 마주보고 당겨주면서 늘리면, 뽀얗고 바삭 바삭한 쌀엿으로 모양이 변한다.

쌀엿제조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호박엿 구기자엿 생강엿 쑥엿 인삼엿 깨엿 콩엿 등 다양하게 만들었지만, 일손도 없고 다양한 종류의 엿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지금은 쌀엿 쌀조청만 만들고 있지만, 친환경 시대를 맞이하여 전통식품 찾는 소비자들 많아서 현재는 단호박조청, 매실조청 매실액상차 쌀엿, 폐백엿을 만들고 있다.

요즈음에는 엿 만드는 제조 공정이 까다롭고 힘든 일이라서 엿을 만들 수 있는 후계인력이 없어서 쌀엿 쌀조청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많이 있다.

연초에는 잦은 폭설로 인하여 마을에 있는 교회가 무너져서 교회 건축에 따른 건축비 마련을 위해서 기독교 방송을 통하여 매화쌀엿 쌀조청 제조과정이 소개되어서 전국에 많은 교회에서 쌀조청 쌀엿 구매로 인해 여름내내 쌀조청을 만들어 판매하여 교회 신축에 따른 건축비로 사용하고 있다.

주요판매처는 전국단위 생협, 여성민우회, 자연향기, 전국단위 한살림회 울진군내 덕구온천, 백암온천 한화콘도 등 농수특산물 판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연간 쌀소비량은 약 15톤 정도다.

매화마을의 많은 농가에서 장날마다 쌀엿 쌀조청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

쌀엿 쌀조청 사업으로 인해 1996년에는 일하는 보람상 추진위원회에서 주는 일하는 대상도 수상하였고, 상사업비로 마을 농로 포장도 실시하였으며, 마을환경개선사업도 실시하고, 생활개선종합시범마을 전국 최우수상도 받았다. 2010년도에는 생활개선회 한마음 전국대회에서 경영분야 영농 스타상도 수상하였다.
이제 매화쌀엿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오랜 전통과 문화가 담겨있고, 합격이나 승진을 비는 기원이 담겨있으며 시집가는 딸의 행복을 비는 마음이 담겨있다.

우리는 우리음식 속에 담긴 정신을 먹어야 된다. 외국의 사탕이나 초콜릿 대신 우리 맛·우리음식으로 정을 나눌 때, 사람 사는 세상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다가오는 명절에는 매화쌀엿을 선물하자. 우리지역 농산품을 주고받는 일이 농민을 돕고 결국은 나를 돕는 일이다.   
        
                             /이종주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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