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진 문 논설위원
나무처럼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봄에는 새잎으로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여름에는 녹음방초하여 온갖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준다. 가을에는 그윽한 단풍을 산마다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주고, 겨울에는 도인처럼 탈속하여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나무여!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는 나무여! 뿌리는 뿌리대로, 가지는 가지대로, 꽃은 꽃대로, 열매는 열매대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여!

오랜만에 나무 향내를 맡았다. 금강송, 참죽나무, 다릅나무, 미루나무, 회화나무, 느티나무 등이 내뿜는 향내가 새삼 코끝을 자극한다. 맡고 맡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것이 나무향내다. 이 향내가 가득한 곳은 산속 숲속이 아닌 목각 작품이 가득한 전시장이다. 제1회 울진공예인연합회전이 지난 8일, 청소년 수련관에서 열렸다.

울진공예인들의 솜씨가 예사스럽지 않다. 작품 하나하나마다 그들의 예술혼이 배어나온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울진의 대표 브랜드인 금강송이 장인들의 손에 동물, 판각, 탁자 등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빛나는 작품을 창조하기까지는 그들 나름의 애로가 있다고 한다. 가장 기본적인 금강송 등 재료 구입에 어려움이 많단다. 모두들 영세한 공방을 운영하기에 개인적으로 산림청 임목 입찰에도 응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런 부분은 당국에서 그 대안이 수립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소박한 바람 하나는 바다가 보이는 풍광 좋은 곳에 공예단지의 조성이다. 공예단지는 각각 독립된 작업장과 목각 작품 공동매장 그리고 울진특산물판매장을 개설하여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 등을 즐길 수 있도록 종합적인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게 숙원사업이란다. 이는 당국에서 한 번쯤 고려해볼만한 사업이 아닐까 싶다.

나무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 이름하여 우리민족의 나무 문화다. 우리나라의 건국 신화에 신이 하늘에서 인간세계로 내려오는 길, 즉 신단수, 오늘날까지 마을에 남아있는 당산나무이다. 더구나 옛 사람들은 나무를 숭배하면서 부락의 안녕과 가족의 건강을 소원했다. 흉년이 있을 때는 나무에서 구황식량을 구했고 목재로는 농기구를 만들어 썼는가 하면 건축재로 이용했다. 게다가 나무가 시문이나 그림 등을 통하여 우리 민족의 정서함양에 미친 영향은 아주 크다고 할 수 있다. 참으로 이쯤되면 어찌 신이 따로 있겠는가? 나무神이라 불러도 무방하리라.

어쨌든 울진 목공예인들의 이번 전시회는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나무가 가져다주는 예술적 의미를 더해 주었다. 그들의 솜씨가 더욱 아름답게 피어나 예향 울진의 향기가 널리 퍼져 나기기를 바란다. 나무처럼, 울진의 금강송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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