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팔도타령〉

산머리에 선 젊은 사내가 꿀꺽 침을 삼킨 연후에 대답하기를,

「어찌 한양에 삼개 젓갈뿐이겠수. 누각골〔樓閣〕쌈지장수, 자하문〔彰義門〕밖 화초(花草)장수, 애오개〔阿峴洞〕놋갓〔鍮器〕장수, 잔다리〔延禧洞〕로 가면 게장수, 창내(滄川洞)로 가면 마전쟁이, 홍제원(弘濟院) 문밖이면 인절미장수, 두텁골〔厚岩洞〕돼지장수, 갈우리〔葛月洞〕청포(靑脯)장수, 물쇠골〔水鐵里〕솥장수, 청파(靑坡)로 가면 콩나물장수,

이태원 복숭아장수, 숭동〔東崇洞〕으로 가면 앵도장수, 용머리〔龍頭洞〕로 가면 청근〔菁根〕장수, 제텃골〔祭基洞〕토란장수, 왕십리 미나리장수, 홍문골〔紅把洞, 杏村洞〕엿장수, 서빙고 얼음장수, 공덕동 화주(火酒)장수, 두뭇개(豆毛浦) 콩나물장수, 동촌(東村 :明倫洞)으로 가면 쇠고기장수, 다 연명할 방도야 얼마든지 있지요.」

「시생도 팔도의 장판 어디 안 가본 데가 없소. 안양의 밤장, 통영의 갓장, 병점의 옹기장.공릉의 짚신장, 안동 삼베장, 한산 임천·정산(定山)의 모시장, 신탄진의 다듬잇돌장, 황간의 대추장, 평안도 성천(成川)`청주`미원(米院)의 담배장, 정주(定州) 납청(納淸)의 유기장, 회령`김천의 쇠장, 안성의 유기장, 양주 밤장〔栗場〕,

옹진 멸치새우장, 보은의 대추장, 완도의 김장, 영암 참빗장, 담양 죽물장, 나주의 소반장〔小盤場〕, 평안도 강계의 인삼장, 함안의 감장, 전라도 임실의 연죽장(煙竹場), 아산의 황조기장, 삼척의 게장, 전주의 한지(韓紙), 문경의 제기(祭器), 은진의 육날미투리, 평해(平海)의 미역장, 옥천의 면화장, 진주 진목장(晋木場),

홍원(洪原)의 명태장, 마산포 멸치장, 춘향이 울다 간 남원장, 장가 못 간 놈 섭섭한 아내장(竝川場), 삼가장(三嘉場), 장호원장, 치자꽃 많이 파는 남해장, 광양의 푼주장,

그저 팔도의 장판을 청개구리 밑에 실뱀 따라다니듯 굴러다니며 헛손질 곤댓짓으로 타관 봉노 신세 진 지 삼십 년에 못해 본 일이 없소만 딱 한 가지 못해 본 일이 있소이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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