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병식 주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사전’ 이라는 책 속에는 그레이하운드와 인간의 경주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몸무게에 비례해서 인간과 그레이하운드의 근력을 비교해 보면,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그레이하운드의 근력은 인간보다 나을 게 없으므로 이론상 사람이 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경주를 해 보면, 이기는 쪽은 항상 그레이하운드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인간은 목표지점이 얼마나 남았는 지 등 줄곧 여러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달리기 때문에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를 낭비하는 반면, 그레이하운드는 아무 생각없이 그냥 달리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인간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 때 그때 상황에 맞게 행로를 수정하면서 목적지를 향해서 오직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목표지점에 당도해 있을 것이다.

지난해 10월 울진신문은 창간 20주년을 맞이하여 조촐한 기념식을 가졌다. 10여년 전만하더라도 울진신문은 매우 서둘렀다. 뭔가 빠른 시일내에 기필코 달성해야 될 목적이라도 있는 것처럼. 신문은 발행 그 자체가 목적일 텐데도.

지금 돌이켜 보면 그렇게 조급해서 얻은 것보다 오히려 잃어버린 것이 많은 것 같다. 울진신문은 목표가 아니라, 사명을 위해 꾸준히 나아가야 할 하나의 기재(器財)일 뿐이다.

지난해는 정말 세계적인 이슈도 많았고, 국내에도 대단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 해였다. 뭐니 해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세계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특히 울진은 세계 최대 원자력발전소 집중지역으로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3일 동안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국내 사건으로는 크고 중대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내 가슴속에 가장 깊이 남는 것은 연말 대구에서 일어난 남자 중학생의 고층 아파트 투신 사건이다. 그 학생이 남긴 마지막 인사는 “아버지 어머니 사랑해요!”였다. 그의 부모 심장에 꽂힌 비수가 그대로 나의 심장에도 치명상을 입혔다.

두 번 다시 이 땅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을까! 그건 희망사항이다. 아마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첫 번째는 교육이다. 인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세상에 인정과 도덕을 살리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물질만능주의를 지양하고, 우리나라 전통의 선비정신, 청빈사상을 존숭하는 사회풍조를 조성해야 한다. 거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TV 방영 프로그램 내용의 선정성과 상업주의를 강력히 억제해야 한다.

세번째는 아이들의 인터넷 게임 중독을 막아야 한다. 예를 들어 ‘디아블로’ 같은 게임을 보면, 인간성을 폐쇄시킬 정도다. 아직 뭐가 옳고 그른 지, 하면 되고, 안 되는 지의 구분이 확실치 않은 청소년들에게 잔인하고 참혹한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시킬 우려가 있다.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았다. 그런데 올해는 또 울진신문의 사명이 더욱 커질 것 같다. 오는 4월에 총선이 있고, 연말에는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오는 6월에는 정부에서 울진의 수백년 대계의 가름길이 될 행정구역 개편 시안이 발표된다.

누가 하느냐에 따라 일의 결과는 달라진다. 그래서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하고,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 그리고 울진의 운명이 달라질 행정구역 개편은 울진이 현재대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시대적 요구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든지, 새로운 구도를 모색해 봐야 할 것이다.

내가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의 절실성을 깨달은 지는 오래지 않다. 이 말을 누가 했는 지 진실인 것 같다. 이미 임진년은 시작됐다. 울진군민 모두는 시작해야 한다. 별다르지 않아도 좋다. 전에 해 오던 대로 시작하는 것이다. 시작만 하면 이미 반은 달성한 것이다.

울진신문도 임진년 한 해 올해의 특별한 목표나 목적을 세우기보다 그냥 꾸준히 해 오던 대로의 사명을 다 하기 위해 시작할 것이다. 해 온대로 그냥 서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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