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장수 타령 젓갈장수 타령>

옹기전을 내려가니 시게전이 분주했다. 말감고란 놈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농투성이들이 내온 곡식들을 나무라기 시작하는데 원님 급창 나무라듯 했다. 시게전 옆에서는 담배장수가 소리치고 있었다.

「자, 담배들 사시우, 담배. 평양의 일초(日草), 강원도 영월초, 평안도 성천의 서초(西草), 직산초요. 장절초(長切草), 시초(市草), 입맛대로 들여가시오. 저기저기 저 산 밑을 서리서리 갈아엎고, 담바구씨를 술술 뿌려, 낮이면 찬물 주고 밤이면 찬 이슬 맞혀 겉에 겉잎 다 제 치고 속에나 속잎을 잘 길러서 네모 번득 드는 칼로 어슥어슥 썰어 놓고, 총각의 쌈지도 한 쌈지요 처녀의 쌈지도 한 쌈지라 소상반죽 열두 마디는 수복을 맵시 있게 맞춰 놓고 청 동화로 백탄불을 이글이글 피워 놓고 담바구 한 대 먹이고 나니 목구멍에 실안개 돈다. 또 한 대를 먹고 나니 청룡 황룡이 꿈틀거린다. 자, 담배에다 동래의 담뱃대요. 팔모죽, 육모 죽, 파란죽, 은조죽(銀鳥竹), 민죽, 서산 용죽, 서천죽 담뱃대들 들여가시오.」

담배장수 옆에 삿자리를 벌이고 한지를 놓고 앉았던 지물장수가 곰방대를 빨면서 담배장수 외치는 꼴에 눈심지가 편치 못했다는 뜻인지 문득 오금을 펴고 일어섰다. 곰방대를 털고 괴춤에 꽂더니 시게전 어름으로 헛손질을 해가며,

「전지를 떠올려서 정이월에 소지를 올리고, 방풍지를 떠서는 삼사월에 신방을 차리세. 의 령, 합천, 전주의 한지들 사시오.」

시게전 어름에서 웅성거리는 농투성이들은 어느 놈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길소개도 촉작대를 옆구리에 바싹 끼고 시게전 어름을 벗어나 주막들이 즐비한 장판 가녘으로 내려갔다.

「새우젓 사려, 조개젓 사려. 초봄에 담는 쌀새우는 세하젓이요, 이월 오사리는 오(五)젓이 요, 오뉴월에 담는 육(六)젓이요, 가을에 담는 취[秋]젓이요, 겨울의 산 새우는 동백하(冬白 蝦)젓, 전라도 법성포 중하(中蝦)젓 사시오. 어리굴젓 · 홍합젓 · 소라젓 · 꼴뚜기젓 · 황새 기젓 · 밴댕이젓 · 권댕이젓 · 곤쟁이젓 · 오징어젓 · 멸치젓 · 갈치 창자젓, 입맛나는 젓이 요, 세월 따라 담근 젓, 오뉴월 배추쌈에는 달고 한겨울 김칫국에는 좋은 어리굴젓이요, 새 우젓이요.」

금방 고샅길 안에 있는 주막 어름에서, 트레머리에 녹의홍상(綠依紅裳) 떨쳐입은 계집 하나가 삽짝 밖으로 쭈르르 달려나왔다. 길소개를 보고 어서 들어오라는 손짓인데, 눈 밑에 푸릇푸릇한 납독 자국이 있는 걸 보니 색주가(色酒家) 짜리가 분명했다.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