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산물 순례 5... 고초령 전통식품 편

4~5년간 간수 뺀 소금 사용, 2년간 숙성 된장 출하
‘맛과 신용’ 명성 얻어 17년째 단골 회원 5백명 확보


한 고장에서 건강하게 전승된 음식문화는 과학적이다. 음식이란 몸 안에 섭취되면 서로 상호 작용을 하여 원래 없었던 전혀 다른 성분을 만들기 때문에 몸에 해로운지 이로운지는 먹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수천년에 걸쳐서 조상들이 생체 실험을 한 결과, 몸에 이롭다는 것이 판명된 음식은 과학적일뿐만 아니라 과학을 뛰어넘어 신비스럽기조차 하다. 특히 콩의 종주국인 한국은 콩을 이용해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왔다.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이 그것인데, 콩을 주재료로 한 장류는 ‘한국인의 밥상’에서도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지혜롭기 그지없는 음식이다.

이번에는 장맛으로 소문난 곳을 찾았다. 원남면 갈면리 북서쪽 금장산의 지맥이 중첩되어 있고, 고초령의 대령산이 높이 솟아 있는 곳에 ‘젊은 사람은 늙지 않고 늙은 사람은 다시 소생한다’는 소로실 마을과 칡과 삼이 많이 생산된다는 갈마점 자연마을이 있다.

한눈에 둘러봐도 소나무가 많고 물 맑은 매화천이 흘러 공기까지 달콤하게 느껴진다. 바로 이곳에 농촌여성 일감사업장 고초령 전통식품이 있다. 경복자, 김정원 2명의 공동대표가 전통방식 그대로 장을 담고 있는데, 마당에는 옹기가 가득하고 실내에는 메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사용하는 재료는 모두 갈면리 주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다. 마을에서 친환경방식으로 재배한 대풍콩으로 된장을 담고, 직접 농사지은 저농약 인증 태양초로 고추장을 만든다. 마당에 160개의 항아리 속에 장이 익어가고 있으니, 언제든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전통 방식으로 메주를 만들고 메주를 띄워 장을 만들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음력 10월쯤 메주를 띄우는데, 야외에서 한달간 메주를 걸어 겉말림을 하고 실내에서 짚으로 묶은 메주를 20일간 발효한 뒤 황토방에서 또 한달간 띄우는 과정을 거치는데, 바닥에 있는 메주를 위, 아래 바꿔가면서 밤에는 이불을 덮었다 낮에는 이불을 걷고, 80일에 가까운 정성 끝에 메주가 완성된다.

1년에 메주콩 40㎏짜리 60포대를 소비하는데, 600장은 판매용 메주, 600장은 된장용 메주를 만든다. 된장에 들어가는 재료는 메주, 물, 소금, 마른 고추, 숯, 대추가 전부다. 특이한 점은 4~5년을 묵혀서 간수를 뺀 소금을 사용해 된장을 만들고, 그 된장을 2년간 숙성시켜 깊은 맛이 나는 된장만 판매를 한다. 특히 고초령 전통식품의 깊은 장맛의 비결중 하나는 한 항아리 당 10%는 간장을 만들고, 90%는 된장을 만드는 것이다.

경대표와 김대표 모두 원래 울진 사람이 아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결혼을 하고 남편 따라 울진에 내려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처음엔 힘이 많이 들어가는 농사가 서툴러 고생도 많았다. 이곳은 옛날부터 콩 농사를 많이 했기 때문에 메주를 만들어 장사를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고, 94년에 울진군농업기술센터(소장 신규환)를 찾아가 상담을 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95년 농촌여성 일감갖기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800만원의 지원을 받고 고추 빻는 기계 등을 설치하여 장과 관련된 사업을 한 것이 벌써 17년째이다. 처음 시작할 땐 5명이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생각처럼 수익이 나지 않았다.

결국 하나, 둘 빠지고 빚만 1억 3천만원을 떠안고 경복자 대표와 김정원 대표 둘만 남게 되었다. 너무 힘들어 잠시 폐업을 했지만, 주변으로부터 ‘여자가 무슨 사업을 한다고 나서느냐’는 비난에 오기가 생겨 다시 시작해 오늘과 같은 울진의 브랜드 상품을 만들어 1998년엔 (장류가공) 농촌여성일감사업 우수 표창장도 받았고, 2000년부터는 계절별 장아찌도 담아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장을 직접 담글 줄 모르는 세대들을 위한 체험 학습장도 운영 중에 있다. 우연히 고초령 명품 장맛을 본 사람의 추천으로 지난여름에는 한겨레신문에서 친환경식품이 맞는지, 현장확인 겸 체험학습단이 다녀갔다.

한 여름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콩농사 현장체험을 해보겠다며 콩 밭을 찾아 김매기를 시켰더니, 10분도 안돼 다들 뛰쳐나와 직접 짓는 콩 농사의 어려움을 알게 된 체험단이 돌아가서는 고초령 제품의 값을 판매가 보다 더 올려 주면서 주문을 해 오고 있다고.

고초령 장맛을 알게 된 사람들은 다들 오랜 고객이 되어 개인별 구좌를 개설해 장이 떨어질 때마다 주문을 고집해 현재 회원이 500여명에 이른다. 이제는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정도로 돈독한 신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고초령 전통식품에서 현재 판매하는 것은 된장, 고추장, 간장, 청국장분말, 청국장 다시마환, 청국장, 붉은대게청국장, 엿기름 등이 있는데, 덕구매장, 엑스포직판장 등에서 전시`판매되고 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연매출 1억이 넘는 어엿한 지역기업이 되었는데,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 전통 장맛과 문화의 소중함을 알게 해줘 자부심을 느낀다고. 그런데 한가지 고민은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쯤 되면, 누군가 이 일을 이어갈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후계자를 찾지 못했단다.

증보산림경제에 “장은 모든 음식 맛의 으뜸이 된다. 집안의 장맛이 좋지 않으면 좋은 채소와 맛있는 고기가 있은들 좋은 음식으로 할 수 없다. 도 촌야의 사람이 고기를 쉽게 얻을 수 없어도 여러 가지 좋은 맛의 장이 있을 때, 반찬이 아무 걱정이 없다.” 라고 했다.

주문처 고초령전통식품 ☎782-7970 
                                                        

/이종주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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