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장타령과 개구리타령>

책상물림 셋이 울며 겨자 먹기로 초피 열 장을 길 소개에게 내주고 행구를 챙겨 총총히 주막을 뜨니, 그때까지 싸리문 밖에서 하염없이 떨고 있던 각설이패가 궁둥잇짓을 해가며 뜰 안으로 들어섰다. 하나는 사내였지만 곁꾼으로 붙은 건 계집임이 분명하였다.  사내는 상투 튼 배코 밑을 너무 돌려 머리채가 숭늉 쪽박 엎어 놓은 듯 하였고 소매는 메추리를 매단 듯 하였고 들창코에 인중으로 누런 코가 석 자나 빠진 주제였는데, 마당 가운데로 주척거리고 들어서는 길로 전라도 장타령으로 들어갔다.

「뚜울뚤 돌아왔소 각설이가 돌아왔소. 각설이라 떡살이라 동서리를 짊어지고 뚜울뚤 몰아 서 장타령. 흰 오얏꽃은 옥과장(玉果場), 노란 버들 김제장, 부창부수(夫唱婦隨)는 화순장, 시화연풍(時和年豊)에 낙안장, 쑥 솟았다 고산장, 철철 흘러 장수장, 삼도(三道) 도회 금산장, 일색 춘향 남원장, 십리 불긋 황아전, 파삭파삭 담배전, 얼걱덜걱 옹기전, 딸각딸각 나막신전, 품마품마 잘한다. 지지리 지지리 잘한다.
사신 행차 바쁜 길에 마중 참이 중화(中和)로다. 산도 첩첩 물도 중중 기자(基子) 왕성이 평양이라, 청천에 뜬 까마귀 울고 가니 곽산(郭山), 모닥불에 묻은 콩이 튀어나니 태천(泰川), 찼던 칼 빼어 놓으니 하릴없는 용천검(龍泉劍), 청총마를 올라타고 돌아오니 의주(義州)로다.」

나무비녀가 뒤꼭지에 모잽이로 붙었고 동강치마가 겨우 허리춤에 매달리고 속곳 가래를 푼 채 평나막신을 신은 계집이 그 참에 앞으로 쑥 나서며 개구리타령으로 떼방정을 떠는데,
「개골개골 청개굴아, 에헤야 에헤야. 애오개 큰애기는 망근 뜨기로 나간다, 모악산 전주 땅 에 공당 뒤메기가 격이라. 안성 땅 큰애기는 숟가락장수로 나간다, 은동골 반수저에 깨끼 숟갈이 격이라. 신재령 큰애기는 올벼 훑기로 나간다, 달때 홀깨를 만들어 죽죽 소리가 격 이라. 수양산 큰애기는 고사리 장수로 나간다, 고비`고사리`두릅나물에 용문산채가 격 이라. 함경도 큰애기는 명태장수로 나간다, 명태 떼가 무어냐 전라도 상고선(商賈扇)이 격 이라. 왕십리 큰애기는 미나리장수로 나간다.  유각골 큰애기는 쌈지장수로 나간다. 순담양(淳潭陽) 큰애기는 바구니장수로 나간다. 영암`강진 큰애기는 참빗장수로 나간다. 에헤야 에헤야 충청도 당대추는 벙긋벙긋 열렸네, 전라도 중복숭아는 주줄주줄 열렸네, 녹엽이 낙화되면 어느 나비가 돌아오나 관우 장비 유현덕은 조자룡 오기만 기다려. 기생 중에 몇 알기로는 앵무비취가 날개더라, 사당 중에 몇 알기로는 영산홍이 날개더라······. 하늘이 높다 해도 삼사오경에 이슬이 내리고 곤륜산이 높다 해도 하늘 밑에 보인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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