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식 주필
최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의정 운영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즉시 대표직 사퇴서를 냈다. 한수원에서는 임직원들 비리에 대해 국민들께 고개숙여 사과드리며, 10만 시간 사회봉사 활동으로 반성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어디 이것 뿐이겠는가! 정부와 정당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외교, 정부 정책, 재벌, 군, 교육, 법조, 사회단체 등 사회 각 분야에 비리와 부패는 드러나지 않았을 뿐, 만연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상식이 통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들에 매우 공감한다.


이러한 비리와 부패의 상층부에는 많이 배운 권력을 가진 자, 돈이 많은 자, 배경이 든든한 자들이 있다. 그들만이 부와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서민대중들은 이들에 대해 불신이나 약간의 반감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얼마 전 모 일간신문의 칼럼에서 평소 존경심마저 불러일으키던 한 논설위원이 쓴 ‘종북從北과 종미從美’라는 글을 읽고 깜짝 놀랐다. 사람이란 누구나 실수가 있는 법이지만, 그러나 내용 중 “한 줌도 안되는 종북과 주사파 종북 보다는 집단지성의 권고에도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종미, 종일從日이 더 걱정스럽다”는 대목은 동의할 수 없었다.

필자는 지난 5월 도민체전기간 중 2박3일간 뜻밖의 심층 반공교육을 받았다. 20대초 경남공무원 교육원에서 만나, 몇 년간을 같이 근무했던 친구가 서울에서 함께 살고 있다는 탈북녀와 함께 울진을 다녀갔다.


탈북녀는 한 때 북한정권의 2인자로 군림하던 자의 조카뻘로 북한사회 상층부 출신으로서 부패한 북한 정권의 호화로운 생활의 부도덕성에서부터, 김일성 사망의 진실 등 정권의 깊이 있는 내막과 북한사회 실상을 적나라하게 들려주었다.


다른 이야기들은 생소해서 신기하고 경악스러울 뿐이었지만, 배고픈 북한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었는데, 북한의 주민들이 왜 필사적으로 탈출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허기가 져 정신이 혼미했던 지성인, 퇴직한 대학교수가 퇴근해 오는 20대 자기 딸을 염소로 환각하여 살해해 삶아먹다가 체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나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새삼 아이들에게 “음식을 함부로 버리면, 천벌 받는다”고 말하곤 한다.


식품관련부서에서 일했다는 그녀가 인육을 시장에 내다 팔기위해 허벅지와 엉덩이 살이 도려진 살찐 여성 피해자를 목격한 이야기를 들을 때는 치가 떨렸다. 무기 개발할 돈으로 인민들의 허기나 달래 줄 것이지...주민들의 인권과 생명은 전혀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 가히 북한은 권력과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는 공산당간부들의 지상낙원이었다.


자신은 본의 아니게 탈북해 처음에는 돌아가려 했지만, “자식들과 함께 죽으려고 남았다” 는 그녀는 현재의 남한 생활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지만, 8년전 북한에서의 생활의 질보다 보다 훨씬 못하다고 했다. 그 속에서 북한의 상류층과 인민들과의 극명한 빈부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남한 사회 소통의 부재와 정책의 실패, 권력의 독점과 남용, 대기업의 문어발 팽창, 소득의 불균형과 기회의 불평등 등 매우 많은 부문에서 개혁`개선 할 점이 많다하더라도 북한사회의 인권상황과 정치체제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종미, 종일도 문제지만, 필자는 종북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겨레의 문제, 민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방백서에는 울진원전이 1급 보안시설이라고 한다. 즉 북한이 전쟁을 일으켰을 때, 제1의 타격 목표가 울진원전이라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군 관련기관 한 퇴직자는 울진에서도 북한 정권의 도덕성과 인권, 인민생활의 빈곤에 대해서 어쩐 일인지 둔감하여 자신의 견해에 공감하는 인사가 드물다는 말을 하며 개탄했다. 드러내놓고 북한 지도자 만세를 부르면서,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 종북 인사들이 활개를 치는 판국이기에.

                                                                                           /전병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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