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발품을 팔아 오른 낙동정맥 봉우리! 800고지다. 안일왕산성 부근, 벼랑 끝! 아스라한 대왕 소나무(일명 안일왕산소나무)를 보는 순간! 내 몸이 뒤틀린다. 둘레의 풍광과 함께 아득하다! 아, 저건 단순한 소나무가 아니라 하늘을 꿈꾸는 용송(龍松)이다.

  아니 신령스러운 영혼이 담긴 신목(神木)이다. 산신령이 따로 없겠다! 낙동정맥의 푸른 정기(精氣)가 펄펄 살아 용트림 한다! 한 마리의 용이 등천하는구나! 천년의 세월! 자연의 온갖 풍상을 겪어낸 저 늠름한 기상이여! 우람하고도 당당한 기품에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

   왜 성삼문이 자신의 지조와 절개, 충절을 낙락장송에 비유했는지 알만하겠다. 왜 소나무가 십장생이며, 조선 임금의 용상 배경인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에 유일하게 소나무가 등장하는지 알만하겠다.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진경산수화 절반의 화재가 조선 소나무였음이 알만하다.

   일찍이 일연과 이승휴가 기록한 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단(壇)을 쌓고 기도를 올리는 신단수(神壇樹)요, 그것은 하늘의 뜻이 인간과 교유하는 신성의 표목이며, 하늘에서 내려 받은 생명으로, 다른 수많은 목숨들을 널리 돌봐주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을 새긴 덕스러운 나무가 바로 소나무라 했다. 그래서 우리 겨레의 기상이요, 한민족의 상징인 천하의 명목. 나무중의 나무! 우두머리인 태양의 나무라 칭했든가! 여기 그 소나무가 바로 대왕소나무다!

    맑고, 짙푸른 가을 하늘!  만산을 굽어 호령하는 대왕 소나무!  울진군 서면 소광리 안일왕산성, 정상, 아스라한 벼랑 끝에 서 보라! 통고산, 삿갓봉, 망망대해 태평양을 굽어보는 듯, 그대도 한그루 낙락장송! 대왕소나무가 된다.천년의 금강송! 대왕소나무를 안아보라! 향그러운 솔향에 그대의 영혼이 맑아진다. 대왕소나무를 우러러 보라! 금빛 찬란한 태양아래 그대도 용트림한다. 용천한다.

  푸른 용들이 하늘을 펄펄 난다! 대왕소나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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