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소나타를 10년 넘게 타고 있는데 요즘 고장이 꽤나 잦다. 몇 년 전에는 주행 중 엔진이 타버려 새로 갈았고, 가끔은 부주의로 밧데리가 나가 긴급 출동을 호출해야 했다. 요 며칠 전에는 바퀴에 이상이 생겨 정비소에서 제동장치를 고쳤다. 둘레 지인들은 이제 10년 이상 탔으니 폐차하라고 은근히 부추기나 아직도 괜찮은데 뭘 바꾸어? 하지만 예전 캐피탈처럼 주행 중에 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나의 완성된 금속 기기나 기관은 여러 부품으로 조립되어 작동한다. 자동차는 대략 2만여 개, 원자력발전소는 기(基)당 부품이 200만∼250만개가 들어간단다. 자동차보다 100배 이상의 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여기에 원전은 1만 2,200km(UAE 원전 기준)의 전선과 800Km의 배관, 3만여 개의 밸브가 투입된다고 한다. 아무리 강한 쇠붙이도 시간이 지나면 낡고 닳아 고장이 나게 마련이고, 결국에는 수명을 다하게 된다. 더구나 부품이 많이 들어간 복잡한 기계는 통제가 어렵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구나 그것이 수백만 개의 부품으로 작동되는 원자력발전소에 애초 정품이 아닌 불량품이 장착되어 작동된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원전부품 결함 은폐의혹과 납품비리는 우리를 경악케 한다. 현재 가동중지중인 울진4호기의 핵심 설비인 증기발생기 전열관(세관)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업체의 제품이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1월 13일, 녹색당과 국회 탈핵에너지전환의원모임의 주장에 따르면 울진 4호기는 이 제품을 장착, 1999년 12월 상업운전을 시작했으나, 불과 2년 4개월 만에 전열관 파열사고를 일으켰다 것. 증기발생기 세관은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1차 냉각수의 열을 2차 냉각수로 전달하는 원전의 핵심설비로써 안전문제와 직결된 부분이다.

그런데도 애초부터 검증되지 않은 업체의 불량제품을 사용했고, 그것이 파열과 대규모 균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울진 4호기에 공급된 미국B&W사 제품은 당시 미국기계학회 기술요건 등 구매 기술규격서 요건을 충족한 검증된 제품이라고 강조했으나, 과연 국민들이 믿을까?

어디 그뿐인가? 최근에 드러난 마약에 찌든 일부 직원들의 근무태만은 물론, 끝도 보이지 않는 복마전을 연상케 하는 사상 초유의 원전 위조부품 납품 비리 실태는 어떠한가? 장기간에 걸쳐 짝퉁제품 업자와 한수원의 일부 직원 간에 수억의 뇌물이 오가고, 짝퉁부품이 품질 검증서를 위조하여 정품으로 납품되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한수원은 부품 제작사가 몇 개인지 집계조차 없으며, 조달 업무는 여러 부서인데다, 총괄 감독자도 없었다고 한다. 이는 한수원의‘납품 관리’가 주먹구구식이었음을 말한다. 따라서 그간 원전 안전관리가 총체적으로 얼마나 부실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심지어 한수원 퇴직자를 영입한 납품 업체들이 대량의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그들끼리 해먹는 부패구조, 그래서 일본의 원전반대 시민활동가 ‘도이 요시히라’는 원전이권을 둘러싼 카르텔현상과 그들의 부패구조를 『원전마피아』라고 지칭했다. 국민세금을 좀 먹고, 종국에는 원전안전에 심각한 불안을 초래하고, 국민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하는 『원전마피아』는 발본색원(拔本塞源)하여 척결해야 한다.

정보공개에도 투명하지 못하고 원전결함 은폐를 일삼다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일으킨 도꾜전력, 십수년 간 원자로 균열 문제를 은폐해오다가 내부 고발자에 의해 세상에 드러나기도 했다. 후쿠시마는 이때부터 이미 대형 사고는 예견되고 있었는지 모른다.

은폐는 소홀을 부르고 소홀은 사고를 예고한다. 믿음이 담보되지 않은 원전은 가공할 핵폭탄을 껴안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동차는 제동장치의 마찰력으로 멈추지만, 핵분열도 그러한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후쿠시마원전 사고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선 다음 차례의 원전 사고는 우리나라가 될 것이고 연쇄적으로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필자는 제발 그 예견이 빗나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올해만 원전 고장, 가동중지가 도대체 몇 차례인지. 그때마다 들려오는 정부의 답변. 안전하다. 정말 뭐가 안전한가. 국민들은 불안하다. C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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