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사람 인명록편찬위 간사 김진수

울진사람 인명록편찬위 김진수 간사
필자가 서울에서 잠시 택시 운전을 할 때, 채소를 비롯한 반찬거리 몇 박스를 가지고 지나가는 택시를 잡으려고 애쓰는 손님을 모시게 되었다.

차를 타자마자 장사는 안 되고 삶이 고달프다고 신세타령을 하던 손님이 나를 보고, “아저씨는 운전하시기 힘드실텐데, 어떻게 밝게 웃으십니까?” 하시기에 “저는 모시는 손님마다 팁을 주시니 즐겁지요.” 라고 대답하였더니,

자기더러 팁을 달라고 하는 줄 알고 난감해 하는 것 같아 “저는 손님이 안타시면 때로는 빈차로 가야하고, 빈차로 다닐 바엔  공짜로라도 손님을 모시려고 하는데, 타는 손님마다 요금을 주시니 저는 팁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고맙고 즐겁습니다.” 하였더니, 금세 인상이 밝아지기에 한마디 더 했다.

“우리가 집에 손님이 오시면 밥 한 끼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식당에 손님이 오셔서 돈을 내고 드시면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그러니 그냥 대접할 수도 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돈을 받으니 덤으로 받았다고 생각하시면 즐거우시겠지요? 그래서 그 즐거운 마음에서 미소를 지어드리면, 손님도 즐거워하고 사장님 사업도 더 잘되시겠지요?” 라고 하였더니, 고개를 끄덕이셨다.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를 저술한 토인비는 30세 이후의 삶을 덤이라고 생각하고 여유롭게 세계 각국을 옮겨 살아가며, 인류의 깊숙한 내면 세계를 체험하며 관찰하여 대작을 남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30세 이후의 삶을 덤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어린 시절 그가 존경하던 경제학을 전공한 숙부가 유명한 저술을 남기고 서른 무렵에 세상을 떠났고, 당시 2차 세계대전 때 친한 우정을 나누던 친구들이 서른을 못 넘기고  세상을 등지게 되었는데, 자기는 살아남았으니 서른 이후의 삶을 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회고한 글을 읽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댓가성 있는 일을 할 때, 그 댓가를 덤이라고 생각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고, 그 즐거운 마음이 고객에 대한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고마움이 되어 진정한 친절이 베풀어지고, 그 친절이 사회를 밝게 하고, 자기 사업을 성공의 길로 들어서게 할 것이다.
생명을 덤으로 얻었다고 생각하며 일생을 감사와 여유로움으로 살아간 대학자 토인비가 존경스럽고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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