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식 주필

               전병식 주필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자신의 절친이 선거직에 출마를 하면서 갑자기 변해버린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감을 느낀 적이 있다는 것이다.

어제까지 자신의 형을 죽음에 이러도록 한 불구대천의 원수라며 한 권력자를 성토하더니, 하룻밤 사이에 태도를 바꾸어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겠다는 뜻을 전화로 밝히더라고 했다. 그는 즉시 자신의 사무실 직원들과 가족들에게 앞으로 그 친구가 전화를 걸어오면, 연결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고 한다.

본래 정치인이거나,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당면한 이익 앞에 형의 원수도, 지인들에 대한 의리도 저버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일까. 사람 나름일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출마했던 선거에서 당선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재선을 통해서 한 때는 승승장구했다고 한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 생활인도 부드러운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유연성 또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변모하거나, 더욱 좋은 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수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한 번 정한 것은 결코 바꿀 수 없다는 원칙론만을 고집하는 것은 진보하기 힘들다. 그러나 약속한 것은 최대한 지켜야 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내년 지방선거에서 울진군수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인사들이 군민들에게 인사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 혹자는 예전부터 울진군수 후보에 출마한다는 설을 흘리면서 정작 울진군민들에는 인사조차 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단지 경상도 공천장만 바라는 지.

그런데 이번에 나온다는 사람들은 굵직굵직한 포부를 밝히고 있어 무척 마음에 든다. 군청을 옮기겠다든지, 전문대학을 유치하겠다든지, 인구를 두배나 늘려 울진시로 만들겠다든지.

지금까지 울진 정치인들 중에 큰 공약을 내세워 실행에 옮긴이는 드물다. 김용수 전 군수가 처음에는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던 울진친환경농업엑스포 개최를 공약하여 실천한 것 빼고는 이렇다 할 큰 공약의 실천은 생각나지 않는다.

심지어 초선으로 당선되었을 때, 벌써 3선 의원급의 역량을 가졌다며 기대감이 컸던 강석호 의원도 마찬가지다. 울진군민들의 최대 숙원사업인 36번국도 4차선 조기 완공의 공약을 지키지 못해 계속 연기하고 있다.

정치인 중에 그래도 말이면 법인 분이 있다. 지난번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두고 지켜보았다. 국민들과 약속을 했으면, 약간의 문제점이 있더라도 이행을 해야 한다. 그가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런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에서는 이미 기초단체장과 의원들에 대한 공천배제를 당론으로 결정해 놓았는데, 여당에서는 결정은 고사하고  대통령후보 공약 사항인데도 일부 딴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정당의 공천은 전 국민들의 관심사이자, 선거와 국민들의 장래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고도의 정치행위다. 경상도에서의 한나라당 공천은 90% 당선이다.

만일 여당에서 대통령 공약을 지키지 않아 경상도만 90% 당선시키고, 다른 지역에서는 대패해 한나라당이 경상도 당으로 전락하면서 국정 운영의 위기를 맞지 않기를 바란다.

울진에서도 내년선거에 나오려는 인사들 중에 크고 굵직한 공약 이행은 차치하고라도,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이라도 졌으면 좋겠다. “공천에 연연하지 않는다.” “끝까지 출마한다.” “무소속으로 라도 출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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