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식편집국장

 사람들은 흔히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한다. 이때 백년이라는 시간은 교육을 강조하기 위한 뜻으로서 수치로서의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멀다 끝이 없을 만큼 중요하다 라는 의미를 지녔다고 볼 것이다.

   
지금 울진에는 300년 대계를 논의하려고 한다. 울진역사상 최대의 이슈로 떠 오른  이 문제는 바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문제이다.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더라도 영구처분의 안전한 관리기간은 수 백년이다.

방폐장을 유치하면, 정부에서는 획기적인 지역발전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군민들로서는 유치하게 되면, 방폐물의 고장으로서 울진의 이미지가 얼마만큼 손상을 입을 것인가, 과연 우리 후손들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까를 생각하며 고뇌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울진군의 동향을 보면, 군민들은 잘 모르는 사이 의회의 동의를 받아 기습적으로 유치신청을 낼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방폐장 유치로 인해 1백년 뒤 울진의 미래가 어떻게 변모할 지에 대해서는 군민들과는 전혀 논의없이, 공식적인 자리도 아닌 몇 사람이 참석하는 사적인 밀실과 같은 곳에서 사전절차를 밟기 위한 모의를 한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대단히 큰 사건이다.

사소한 업무가 아닌 이런 중대한 문제의 논의를 시작하려면, 우선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울진군 실과장회의를 시작으로 출발하여야 할 것이지, 어디 밀실정치와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울진군의 미래 300년 대계를 세우는 일에는 맞지 않다.
울진에 꼭 방폐장이 들어와야 한다는 주장이 옳지 않다면, 울진에는 결코 들어올 수 없다는 주장도 반드시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이 방폐장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설명회와 공청회, 토론회, 세미나 같은 것을 개최하여 군민들에게 충분한 지식을 주고 난 다음 그들 각자의 개인적인 결정에 따라야 할 문제이다. 주민대표 몇 사람이 결정할 문제도 아니고,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서 성급히 결정해서는 더 더욱 아니 될 울진의 역사상 대문제이다.

만일 울진의 몇 사람이 밀실에서 공작하여 이 문제를 조속으로 처리한다면, 이는 두고두고 찬반 주민들간의 갈등의 씨앗이 되어 군민화합이라는 말은 울진에서 영원히 사라질 지도 모른다. 그는 누구이며, 누구의 자손이며, 그의 조부가 누구였다 라는 혈연관계가 계속되는 한은.

울진은 다른 지역에 비해 방폐장 설치를 위한 가히 절대적 조건우위의 지역이다. 대도시와 떨어져 인접지역에서 들고 일어 날 위험이 없고, 총인구가 적고 인구밀도가 낮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유치에 따른 반대급부를 원하는 지역이다.

전북 군산이나 포항 인근지역은 대학과 병원이 있고, 도로가 잘 닦여져 있어 주민들이 정부가 제시하는 인센티브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반면, 울진은 다르다. 분천~울진간 철도와 도로, 동해안 철도와 도로, 대학과 병원 등 불운하게도 울진사람들은 다른 지역에선 이미 다 해결된 가장 기본적인 생활기반의 해결을 원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위정자들의 허위를 보고 있다. 공공연히 수차례나 국민을 상대로 도청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그런 기술도 없다던 고위공직자들. 지금 일부 국민 중에는 아마 이민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울진군민들에게도 직접적으로 불신의 정책을 펴 왔다.

북면 덕천리 신규 원전부지 지정 전에 해결 해 주기로 약속했던 14개 선결조건의 이행에 대해서는 이제 아주 잊어버린 것 같고, 전국 최고 방폐장 부지라던 기성 삼산리 지역에 대해서는 어느날 슬며시 빼버리고, 유치신청 마감시한이 코 앞에 다가오는데도 북면 소곡리 일대 지질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발표가 없다.

언제 왜 생겨 무엇을 하는 지도 알 수 없는 <경북산업전략기획단>이란 곳에서는 방폐장을 유치하면, 근거도 불확실한 약 4조억원의 지역개발효과가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일간지 기자들은 울진에 방폐장을 집어넣기 위해 근거도 없이, 지역간 기를 쓰며 유치경쟁을 하는 것처럼 날조된 기사를 쓰고, 사이비 언론처럼 이를 조장하는 여론공작에 앞장서고 있는 것을 볼 때, 그들은 결코 울진사람들은 아니다.

우리는 늦더라도, 우리는 설령 울진에 방폐장을 유치하지 못하더라도, 울진의 300년 대계의 문제, 1백년 뒤에는 울진 죽변 북면에 사람이 살 수 없을 지도 모르는 고향울진의 역사적인 대문제를 졸속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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