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중(시인, 서울 출향인) -

                전세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행복이었다.
할아버지께서 화단에 심은 무궁화 한 그루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하얀 바탕에 불그스레한 줄무늬, 벌들이 꿀을 따고 있는 조용한 한낮이었다. 혼자 핀 무궁화 꽃은 벌을 향해 손짓을 하는 듯했다.

자연의 조화는 섬세하다. 꽃은 몽우리 질 때 보다 활짝 피었을 때가 아름답다. 무궁화를 보고 있으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콧대 높은 여성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우아하고 소박하다.

나는 한 때 ‘수 많은 꽃 중에서 하필이면 국화를 무궁화로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아는 지인은 “우리에게 친근한 진달래를 국화로 선택해야 한다.” 고 주장한다.

물론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진달래임에는 틀림없으나 꽃이 질 때의 여운이 없다. 무궁화는 필 때부터 질 때까지 단아하고 깨끗하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깨끗한 순백색을 사랑하였다.

어쩌면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 모습이 겨례의 심성과 닮았을 것이다. 백색 꽃 중심에 붉은 줄무늬는 단일민족을 자랑하는 한국인의 의리와 절개를 상징하는 지도 모른다.

무궁화의 꽃말은 일편단심이다. 자연환경에 민감하지 않아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 우리 민족의 상징으로 안성맞춤이다. 한 여름 삼복더위를 끈기와 인내로 잘 견뎌내는 것과 우리 국민의 검소하고 부지런함은 닮았다. 그래서 숭고한 기품마저 느껴진다.
나는 무궁화는 국화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