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 (시인, 서울출향인)

              전세중(시인)
시「하관」은 박목월 시인이 아우를 떠나보내는 형의 애절한 심정과 통곡이 가슴에 절절이 배어나온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저승으로 간 동생에 대한 종교적인 구원을 하고 있다. 

인도의 고대 서사시「마하바라타」에는 “세상의 하고많은 놀랄 일들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무엇인가?” “주변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자신은 죽지 않으리라고 믿는 것이다.” 라는 문구가 있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출생에는 위아래 순서가 있지만.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

내가 어릴 때 할머니는 어디서 듣고 오셨는지 자신이 84세까지 사신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오래 살아 무엇하나.” 그 말씀 하실 때가 60대 중반으로 기억된다. 세월이 지나 할머니 연세 80이 되셨을 때, 세상이 좋아져 그런지 “살고 또 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이태준은 무시록에서 “오래살고 싶다. 좋은 글을 써보려면 공부도 공부려니와 오래 살아야 될 것 같다. 적어도 천명을 안다는 50에서부터 60, 70, 100에 이르기까지 오래 살고 싶은 새삼스런 욕망을 느낀다.” 고 하였다. 이토록 인간의 삶에 대한 욕망은 질기고도 질기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았듯, 중세 서양 연금술사들이 불로장생약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듯, 인간 생명 연장의 꿈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할 수 있다. 역사상 가장 오래 살았던 사람은 프랑스 여성으로, 1997년에 122세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가 아무리 소식하고 운동하고 건강하게 살아도, 125년 이상 살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일본에서 상영된 한 60대 가장의 죽음을 그린 ‘엔딩 노트(ending note)’라는 영화가 있다. 정년퇴직한 아버지가 암을 선고 받고 삶을 정리해 가는 과정을 딸의 시각에서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엔딩 노트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죽음에 대비해 유서처럼 적은 책이다. 이 리스트 안에는 장례절차, 유품 처리방법, 매장 장소 등이 포함돼 있다. 공증을 한 유언장과 같은 법적 효력은 없으나 특별히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죽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갖추는 것이다.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당하지’ 않고 편안하게 ‘맞이하기’ 위해서이다. 죽음에 대한 준비는 그것을 생각하면서 ‘바로, 지금,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함으로써 현재의 삶을 더욱 열심히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죽음의 순간 삶은 완성된다. 명예로웠든 비참했든, 충만했든 부족했든, 그릇이 컸든 작았든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순간 죽음은 이 세상 삶을 완성이라는 반열에 올려놓는다. 그리하여 삶이 아름답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람은 일을 시작 했으면 끝맺음을 짓는 법을 알아야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모든 형태의 소유에 대한 갈망, 자아의 속박을 버리면 버릴수록 죽음에 대한 공포는 약해진다. 잃어버릴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어제 죽은 사람이라도 몇 달 전, 몇 년 전 죽은 사람보다 죽음 후의 시간은 짧을 수가 없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다. 죽음을 두렵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긍정적인 삶으로 위안을 찾을 수밖에. 

나도 오래 살면서 좋은 글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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