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칼럼> 전병식 주필

               전 병식 주필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과음하여 필름이 끊어진 경우는 딱 한 번이다. 약 10여년 전이다. 생활고에 찌들린 부부가 세자녀를 승용차에 태우고, 바다로 돌진했다. 그들과 나는 생면부지였다.

이튿날 오후 순전히 그들의 명복을 빌어주려고 .울진의료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그러나 새벽 6시에 발인하고 난 뒤였다. 그날 저녁 나는 과음했고, 목격자들의 증언에 대해서는 지금도 기억이 없다.

사건의 발단이 된 원인은 틀릴지 모르지만, 얼마전 서울 송파 세모녀의 자살 사건을 보면서, 그 10여년 전 울진에서 일어났던 일가족 사건에서 느꼈던 인간에 대한 연민의 정만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전 번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국가의 사회안전망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여기저기서 일가족이 연이어 목숨을 끊고 있다. 강서구 화곡동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안모(57)씨와 아내 이모(55)씨가 연탄불을 피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또 경기도 광주의 이모(44)씨가 딸(13·지체장애 2급), 아들(4)과 함께 마찬가지로 스스로 연탄까스를 마시고 숨졌다. 동두천시에서도 가정주부 윤모(37)씨가 장애 아들(4)을 데리고, 11층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 내렸다.

이들이 가족 동반 자살을 한 저변에는 모두 생활고가 있다. 일부 사회단체들은 ‘송파 3모녀 자살사건’ 등 연이은 일가족 자살 사건에 대해서 정부의 빈약한 복지제도가 불러온 사회적 타살이라며,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예산의 약 30%, 약 1백조원이 사회복지 관련예산이라고 하는데, 이 돈들이 다 어려운 국민들이 먹고, 자고, 공부하고, 병을 고치는데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지, 전반적인 사회적 안전망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을 접하고,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복지여건이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있는 복지제도도 이렇게 국민이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없는 제도나 마찬가지." 라며, "있는 제도부터 제대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접근도 용이하게 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다.

요즈음 선거철이다. 선거에 출마하는 분들의 공약들은 거창하다. 일자리를 만들어 호주머니를 채워주고, 도시를 발전시켜 시민들이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고 공약한다. 그런데 경제와 인권의 가장 처절한 환경에 처해진 노숙자들을 감소시키거나, 새로운 희망을 찾아 주겠다고 공약하는 후보자가 있다는 소문은 들어보지 못했다.

어쨌든 정치가, 나라가, 사회적 안전망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을 제쳐두고서 무슨 복지사회를 운운할 것인가. 우리나라에는 복지사 공무원도 많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제도도 잘 갖춰져 있는 부자나라이다.

얼마전 일간신문 보도를 보고, 우리나라는 고등학교까지 사실상 무상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울진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저소득층 초~고교생 자녀학비를 최고 316만원까지 지원한다고 한다.

또 울진군은 자가 국기초 대상자들에 대한 재난대비 보험을 군비로 넣어줘, 최근 원남의 모 보험 대상자가 가옥 화재를 당해 보험금 2천만원을 탔다는 보도자료를 봤다. 정말 잘한 일이고, 좋은 시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는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 절박한 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릴 방안을 찾기 바란다. "며, "시민·복지단체 등 민간과도 협력해 어려운 분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보완 방안을 강구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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