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 (시인, 재경 출향인)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동안 나는 사진 찍는 것에는 별 취미가 없었다. 사진 찍을 일이 있으면 사진관을 찾으면 되고, 그것은 사람들이 직업상 하는 일로 치부했다.

뿐만 아니라 사진을 예술에 포함시킨다는 것에 대하여 의문을 가졌었다. 기계에 의한 활동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사진예술에 대한 사고를 수정하게 되었다. 해외여행을 하면서부터 발자취를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사진촬영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다.

공부를 하면서 한 사람의 삶에 담겨있는 수 많은 의미생성과 소멸과정을 반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공로연수교육 중 취미활동에서 사진반을 택했다. 며칠간 배운 덕분에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익혔다.

기술이라고 해봐야 초보 단계이다. 원래 기계를 만지는 손재주가 없는 내가 쉽게 터득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었다. 구도 잡는 법, 빛을 이용하는 방법 등 듣고 또 들어도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 조리개를 열어라, 조여라. 강사가 설명을 해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도서관에서 사진에 관한 몇 권의 책을 보고 전문가 한데 묻기도 하며 배우는 중이다. 사진 전시회도 관심을 가지고 몇 군데 다녀보았다.

도서관에서 70년 전에 찍은 사진 도록을 보고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흑백 사진이었는데 기록으로서 중요성을 실감했다.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이지만, 동호회도 가입하여 사진 촬영에 빠져가는 중이다. 앞으로 공무 중에 못 다한 여행을 갈 계획이다. 여행 중 사진을 촬영하기 위하여 사진 기술은 내가 배워야 할 또 하나의 벽이다.

2008년도에 인도에 여행 갈 기회가 생겨 조그만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했다. 8일간 인도 여행 중에 처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800여 장의 사진을 찍어 여행기를 내는데, 100여장을 활용했다. 찍은 사진이 그런대로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3년 9월, 서유럽을 12일 일정으로 여행했다. 여행 중 면세점에서 캐논 DSLR 카메라를 구입하여 2,000여 장을 찍었다. 수동으로 조작하는 방법을 몰라 자동모드로 놓고 찍었다. 나의 카메라의 플레시는 시도 때도 없이 터졌다. 주변사람들에게 약간은 민망하고 부끄러운 감도 없지는 않았지만, 유럽여행기 책을 낼 때 쓰려고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좋은 사진 한 장은 사물에 숨겨진 또 다른 의미를 상상하게 만든다. 순간을 잘 포착한 사진을 보면, ‘세상 속에서 이런 장면을 마주 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나의 심장은 두근거린다.

사진은 순간적인 활동이다.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장의 사진에는 탄생의 흥분과 더불어, 쉬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이 담겨 있다.

세계는 한권의 책을 쓰기위해 존재하기도 하지만,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존재하기도 한다. 그것이 사진의 위대한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이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는 사실이 내게 카메라 초점을 맞추게 한다. 이제는 시간을 박제하는 즐거움과 이 세상 다른 어떤 재미와도 바꿀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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