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 (시인, 재경 출향인)

조선족이라는 표현은 옳은 것인가.
중국에 사는 조선인을 조선족이라 불러야할까, 조선동포라 불러야 할까. 같은 뜻을 가진 말인데 중국에 사는 조선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상해에 여행을 갔을 때 여행사 깃발을 치켜들고 우리를 안내하는 가이드가 조선인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내가 “조선족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아무 말이 없었다. 우리말을 못 알아듣는가 싶어 다시 한 번 “조선족입니까” 했더니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빤히 쳐다보며 “그렇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순간 그의 얼굴이 흐린 날씨처럼 우중충하게 굳어졌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잘하면서도 뭔가 못마땅한 눈치였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관광안내를 하면서 그는 자기소개를 했다. 경남 합천에서 살다 할아버지가 일제의 탄압에 먹고 살기가 위해 영변으로 이주했다며 가족사를 말했다, 아버지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그럭저럭 먹고 산다고 했다. 

그런데 할 말이 있다면서 상기된 어조로 “조선족과 조선동포”의 의미에 대하여 우리에게 물었다. 그리고는 왜 미국에 사는 재미교포는 재미족이라 하지 않고 재미동포라 부르면서 중국동포를 왜 조선족이라 부릅니까. 다 같은 동포인데 조선동포라 부르면 안됩니까. 라고 얼굴을 붉히며 항변했다.

그는 조선족보다는 조선동포란 말을 듣기 원한다면서 조선민족임을 자랑스러워했다. 내가 그들의 아픈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구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중국 조선족은 그의 말대로 중국에 사는 조선민족이다. 중국에는 연변주 조선족자치구라는 정식 명칭이 있다. 중국에서 편의대로 붙인 지명이라 조선족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고 내가 한 말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의 말에 공감이 되어 나도 조선동포라 부르기로 했다. 한 무리라는 뜻으로 쓰이는 족 보다는 동포가 듣기에도 정감이 가는 말처럼 느껴졌다. 

현재 소속되어 사는 곳은 중국이지만 핏줄을 따라올라 가면 조선이 있고 그 위에 고려가 있으니 같은 우리민족이다. 조선동포임을 자랑스러워하는 그들은 한국의 국력이 신장되어 가이드를 하면서도 어깨가 으쓱해지는 모양이다. 

한국에 가이드로 여러 번 다녀갔고, 북한도 방문하였다는 그는 북한 동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어렵게 먹고사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외국에서 살고 있지만 그의 혈통이 토종임이 분명했다. 한국의 경제발전이 놀랍고 자유스럽게 사는 모습을 동경한다고 했다.

중국에는 장족, 만주족, 회족, 몽골족, 티베트족, 위구르족들 등 55개 소수 민족이 나라를 이루어 살고 있다. 그중 200만 조선동포가 가장 부지런하고 깨끗하단다.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으뜸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우리말과 예절을 잊지 않은 그들은 전통한복, 아리랑, 부채춤 등 우리의 문화도 계승해 왔다. 

남의 나라에 뿌리 내리기까지 얼마나 외로운 세월을 보냈을까. 해외에서 우리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조선동포를 구태여 조선족이라고 부를 이유가 있겠는가. 말 한마디가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기도 하고 우울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말을 어법에 맞게 사용하는 것은 국격을 높이는 일 아닐까.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