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농모 배동분의 에세이로 쓰는 유럽연수기 (6)

 

▲저 푸른 초원, 목가적인 풍경에 세계인들이 안도

▲산꼭대기 그림같은 집에 살기만해도 생활비 지원받아

▲관광산업 경쟁력 1위국 관광상품화 기술 뛰어나

 

   

                                          스위스 '빈사의 사자' 상 앞에서



사계절을 골고루 끌어안고 사는 이 땅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할 때가 참으로 많다.

귀농 전에는 이런 대견(?)한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귀농하고 보니 사계절이 뚜렷이 구분지어져 그날이 그날 같은 우리네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던지.

이 땅에 태어나지 않고 한 계절만 주구장창 계속되는 나라에 태어났다면 얼마나 삶이 더 팍팍했을까 생각하다가도, 그런데 왜 여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사계절 없이 한 계절로 버티며 사는 사람들도 깨닫지 못하면, 아무 것도 모르겠구나 싶다.

내가 귀농 전에는 사계절 속에서 복 터지게 살고 있음을 알지 못했던 것처럼... 난 지금, 인간 군상만큼이나 다양한 꽃들과 나물들 속에 하루하루 탄성을 내지르며, 산중에서 이 봄날을 살고 있다. <... 배동분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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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에서의 마지막 밤은 설치기에 충분했다.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가공식품에 대한 벤치마킹의 기쁨과 눈뜨면 떠날, 산악지대 스위스의 관광 사업에는 어떤 노하우가 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뒤섞여 머릿속은 쑥대밭이 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연수를 떠나기전, 나보다 먼저 두 번이나 유럽연수를 다녀온 남편의 부탁이 이명처럼 울려 더욱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남편은 ‘관광사업에 대한 벤치마킹이라면 스위스 이상 없다‘ 는 말을 연수 떠나는 내 뒤통수에 꽝꽝 박아주었었다. 난 어찌 되었든 팔뚝에 난 우두자국처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스위스 관광의 노하우와 교훈을 얻고 가야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다 안 되면 농사나 짓지’ 하는 실정인데 비해, 스위스에서 농민이 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갖추어야 하고, 농민자격증을 부여하는 교육제도도 다양하게 발달되었다는 데에 벌써 나의 호기심 더듬이는 촉촉이 빛나기 시작했다.

   

                                                             스위스에서

그런 부담감을 안고 울진에서 영덕을 가듯 이태리에서 스위스로 넘어갔다. 스위스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스위스 은행, 관광일 것이다. 스위스는 이외에도 시계, 귀금속, 무기수출 등에서 벌어들이는 것이 대부분이고 농업은 1%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위의 주요 산업에서 벌어들인 돈을 농업에 효률적으로 분배하고 관광산업을 더욱더 촉진하여 어마어마한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스위스는 남한 면적의 반도 안 되는 작은 나라인데다 대부분이 산악지대인 열악한 나라다.그러면서 관광사업 경쟁력 세계 1위인 국가라는 점에 우린 주목해야 한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곳 중 하나인 루체른 ‘빈사의 사자’ 기념상을 둘러보았다.

산악지대의 먹고 살 길 없는 젊은이들이 용병으로 팔려가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를 사수하다 786명이 몰살당한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세워진 ‘빈사의 사자’ 상은 얼마나 스위스가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하여 지금의 관광산업 경쟁력에서 앞장선 국가가 되었는지를 궁금해 했던 내게 많은 시사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울진 역시 지리적으로 오지인데다 산과 계곡으로 이루어진 곳이기에 더욱더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스위스 관광하면 두 가지로 분류될 것이다. 첫째, 내가 들른 스위스 관광 명소들, 즉 ‘빈사의 사자’, ‘필라투스 산’, ‘카펠교’ 등과 같이 어느 한 곳을 관광하면서 감동을 얻는 것. 둘째, 어느 명소를 찾아가기보다 그저 스위스를 기차나 차를 타고 여행하다 눈에 들오는 전체의 목가적인 풍광에 감동하는 것.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이 후자의 경우가 더 오래 가슴에 남아 세계인을 열광하게 하고, 또 한 번 짐 보따리를 싸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고 믿는다.

그 이유는 남진의 노래 말마따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과 그 주위에 풀을 뜯고 있는 소와 양들의 그 한가롭고, 평안함에서 우리는 큰 위안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스위스는 거기에 주목한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스위스 관광전략은 알몸에 인위적이고 전략적으로 옷을 입힌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연이라는 알몸의 관광자원을 상품화할 때 스위스는 거기에 옷을 입히고, 구두, 핸드백, 액세서리로 단장하여 상품화했다는 것이다.

나 역시 버스를 타고 스위스를 다니다 보니 울진 서면에 있는 통고산 정도로 높은 산 위에도 그림 같은 집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눈요기용 인줄 알았다. 그러나 그곳은 농민이 직접 거주하는 집이고, 그 한 농가를 위해 산꼭대기까지 꼬불꼬불한 길이 놓여 있었다.

그 높은 집과 그 꼬불꼬불한 길도 관광상품이 된다고 믿었던 스위스 관광전략은 맞아 떨어졌고, 그 풍경을 보는 관광객은 뒤로 자빠지게 되어 있었다. 높고 험준한 곳에 살수록 농민은 정부보조금을 더 많이 받는다고 했다.

또 높은 산 위의 그림 같은 집만이 우리를 뻑 가게 만드는 게 아니었다. ‘저 푸른 초원’이 있어야 하고, 그 위에 소와 양, 말 등이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어줘야 스위스 관광의 절정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저 푸른 초원’을 관리, 유지하도록 보조금을 줄 뿐만 아니라 소, 양, 말들이 저 푸른 초원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게 하면 또 보조금을 준다. 그러니 스위스에서는 소, 말, 양들도 그저 나와 있는 동물이 아니라 관광요원인 셈이다.

그뿐이 아니다. 케이블카 등을 타고 가다보면, 나무로 지은 뽀족한 지붕을 한 농가주택과 집 주위에 매달린 꽃들, 그 옆에 쌓아놓은 장작 등도 관광상품이 된다는 것이다.

밭에 꽃을 심는 것도 그저 심는 것이 아니라 어느 꽃이 더 관광객의 눈을 홀리게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여 종류를 장려하고 보조금도 준다고 하니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되고, 계획된 사업인지 감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울진 역시 지리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열악함을 극복하고도 남을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라는 삼박자가 맞아준다면 스위스처럼 문제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또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자연경관도 중요하지만, 그 경관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할 수 있는 인적 요인(사기충천한 공무원, 농민)도 충분하기에 스위스에서 하나하나 감잡을 때마다 자심감 또한 하늘을 찔렀다.

이번 유럽 연수의 모토는 ‘지속가능한 농촌만들기’다. 농촌이 그저 농산물을 생산하는 곳으로 만이 아니라 거기에 관광이 어우러져 도시인들에게, 세계인들에게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에 우리도 주목해야 한다. 이렇게 가슴 떨리는 스위스에서의 관광에 대한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기가 무섭게 독일로 떠났다.

   

                                                           독일에서

독일에서도 프라이부르크 보봉단지, 오버리드 생태마을, 풍력발전소, 바이오매스를 활용하고 있는 농가를 직접 방문하고, 흑림지대 풍력발전기 현황을 듣고 현지를 방문하는 등 역시나 빡빡한 일정이 이어졌다.

또 독일이 자랑하는 칼스루에 클라인가르텐 본부를 방문하여 클라인가르텐이 도시민에게 얼마나 많은 행복과 꿈을 주고 있는지도 둘러 보았다. 우리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시청 앞 광장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힐데스하임 농민시장을 체험했고, 하노버 국제농업기기박람회를 둘러보며 세계 속의 한국 농업을 직시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의 감동과 배움 역시 풍선처럼 빵빵했으니, 이번 연재에서는 생략하기로 하고 다른 기회에 하나하나 풀어나가기로 하겠다.

이렇게 하여 이태리, 스위스, 독일을 배우는 긴 연수를 마치고 커다란 꿈과 기대, 희망을 안고 인천공항에 발을 디뎠다. 연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연수를 했으면 우리나라는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를 점검하고, 어느 지방에서 어떻게 벤치마킹을 잘해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까지가 연수의 끝이라는 듯, 이틀 일정으로 다시 모인 곳이 그 유명한 홍성군 홍동면의 마을공동체 견학이 이어졌다. 홍동면이라는 작은 면에 그렇게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 ’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 역시 한번 꼭 견학하고 싶은 곳이었다.

이 작은 마을에 그러한 사업이 성공을 거두기에는 ‘풀무학교’ 라는 뿌리가 튼튼히 바치고 있었음은 말할 나위 없다. 작은 시골마을에 도서관이 있고, 헌책방이 있고, 풀무학교 생협과 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주민이 함께 운영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식당 등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특히 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이제 막 오픈했는데 현재는 적자지만, 2층에 공산품 매장을 증설하고 있고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웃는 책임자의 자신감과 여유가 눈에 크게 들어왔다. ‘유기농업의 메카’라고 자부하고 있는 울진에 로컬푸드 직매장 하나 없다는 사실이 평소에 이 내 마음에 걸렸던 차였기 때문이다.

이번 유럽 연수를 마치고도 계속 머리에 떠오르는 영상은 첫째, 울진이 스위스처럼 주어진 남다른 풍광에 만족하지 않고, 거기에 체계적으로 계획된 관광환경 조성과 운영에 보다 많은 관심과 전략을 세우면 손꼽히는 ‘관광 울진’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그런 계획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 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우리 울진의 작은 마을들도 매력적인 마을로 충분히 거듭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예를 들면, 홍동면 뿐만 아니라 전북 완주의 농가레스토랑 ‘비비정’ 처럼 아주 빈촌이었던 시골마을이 ‘신문화공간 조성사업’ 을 벌여 동네 할머니들을 주축으로 ‘비비정’ 이라는 음식점과 동네 젊은이들이 앞장선 카페 운영 등으로 거듭나는 모습 또한 우리에게 좋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본다면 울진 속 쌍전리 역시 여러 가지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요인을 많이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꿈꾸고 또 끊임없이 배울 것이다.

철학자 장신주는 “이상이란 나는 이렇게 살아가겠다는 이념이자, 동시에 자신의 삶을 자신이 결정하겠다는 자유정신의 표현” 이라고 했다. 부족하지만 이번 연수기는 나의 이상의 작은 파편조각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또 내가 아주 아끼는 말 중 하나는 피타고라스의 ‘침묵하라. 아니면 침묵보다 뛰어난 말을 하라’ 는 말이다. 침묵보다 뛰어난 말을 할 재간이 없음에는 불구하고, 침 튀긴 점이 있다면 양해를 구하고 싶다.

이제 난 또 다른 이상의 파편을 주우러 다시 연수를 꿈꾸고 있다. 그대는 이 봄에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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