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자재구매 유찰과 안전문제에 관하여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모든 분야의 안전문제가 가장 큰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정부차원의 강도 높은 대응책에 부심하고 있는 이때, "오비이락“ 이라고 할까?

원전 안전문제에 대한 주민의 관심을 끄는 지역신문(5/26일자 울진신문) 기사가 있었는데, 6월 9일자 한울원전 1호기 제어봉 오작동 사고로 발전이 정지된 원인을 두고, 각 언론이나 방송이 대서특필 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한사람으로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이 원자력 안전에 뭔가 불안한 조짐을 암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전 번 울진신문 5.26일자 기사를 인용할 것 같으면, 갑의 단가 후려치기 결과로 유찰이 80% 이상이라는 파격적인 기사와 함께 원자력발전소의 총체적 부실(구매 시스템에서 정비까지)을 보면서 왜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으로 위험을 자초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여러 각도로 분석한 결과, 한수원 경영진의 부실 경영의 자구책을 물품구매 줄이고 가격 깎아서 실적 메우기에 올인하고 있다는 기사의 요점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결과, 참으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후안무치한 윗분들의 처사에 실소를 금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 실적이란 것이 단순히 정부정책에 호응해 일시적인 부채 줄이기만의 미봉책에 불과한 건지 아니면 더 큰 재앙의 시발점인지 계속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유찰! 또 유찰! 로 자재가격 후려쳐서 값싼 물품 들여오고, 납품제때 못 받아서 정비차질 빚으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요즘 재래시장이나 동대문 시장 같은 곳도 정찰제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됐다. 어차피 가격을 깎으면 깎는 만치 질 좋은 제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겉모양만 같다고 동등품이 아니고 내용만 같다고 정품이 아니다. 제품의 기본요소인 소재, 재질, 용도, 특성, 규격, 이 모든 요소에서 품질의 차이가 있는데, 어떻게 원자력의 중요한 물품들을 값싼 자재 공급을 유도하고, 또 공급받는다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원자력의 안전은 모든 순위의 최우선이라는 것을 우리 국민 누구도 모르는 사람 없고, 또 후쿠시마의 재앙을 가까이서 본 주민의 입장에선 원자력 안전 그 자체가 지역주민을 볼모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행위도 안전위에 둘 수 없다는 것이 주민의 일관된 불변의 원칙이기 때문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토록 성역없이 강조해야 할 원자력 안전이 일부 경영진의 치부에 의해 조금이라도 변질되거나 훼손된다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그 후폭풍을 무엇으로 감당해야 할 지 그저 막막할 뿐이다.

좀 더 지역 협력업체의 눈으로 사실에 접근해 보면, 2012년 보다 현재 자재납품물량이 거의 1/2(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낙찰 금액이 예전의 70~80% 이하 수준이라고 볼 때 얼마나 많은 물자를 아끼고, 또 구매가를 낮춰서 덤핑(값싸고 질 낮은) 자재가 반입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더 큰 문제점은 지난해 원전 비리와 관련된 다수의 원자력 유자격(품질등급) 업체들이 행위의 경중에 따라 일정기간 이상을 “효력정지”라는 강력한 제재를 받아 원전관련사업 활동을 중지시킨 것으로 안다.

그러면 보조기기나 예비품을 공급하는 그 많은 국내․외 유자격업체(현대중공업, 효성중공업, LG산전, 두산엔진 외 전문 중소기업 등)가 정상적으로 제품공급을 할 수 없는데, 이런 체계에서 어떻게 정상적인 정비가 이루어 질 수 있는지?

또한 원자력 핵심 물자를 조달해온 유자격 업체를 동결시킨 상태에서 원인 모를 고장이나 부품결함 등으로 문제점이 발견됐을 시 어떻게 정비가 이루어 질 것인지 실로 궁금증이 더할 뿐이다.

볼트하나, 오링하나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품인데 하물며, 유자격 업체를 동결시켜 필요 물자 구입을 미룬다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 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인데, 자재를 오랫동안 납품해 온 업자의 판단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필요한 자재를 아낀다거나 가격을 깎는 것은 부족한 만큼 부실을 키우는 것이고, 그 만큼 좋은 정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데, 순간의 이익 때문에 후 일 큰 화를 입어야 하는 “소탐대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제 굳이 신문 내용을 재검토 하지 않더라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목적에 의한 강제수단(실적) 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 순간만 반짝 효과를 볼 뿐, 지속성 결여로 금방 퇴색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

면면히 역사를 타고 흐르는 전통이라는 것은 오랜 시간 시행착오의 여과과정을 거쳐 생활의 가장 편리한 수단으로 발전해 왔으므로 정책이나 개혁도 그 만큼 경험치 못한 위험 요소임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혹자는 개혁이 혁명보다 더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변화라는 것은 기본의 원칙 위에 잘못된 부분들을 조금씩 수정․보완해 가는 것이지, 한 번에 모든 것을 뒤엎는 것이 결코 아님을 역사가 증명한다. 정비도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숙련된 기술자를 통해 순정부품으로 점검 한 것은 조금도 문제될게 없는데, 미숙련자가 검증되지 않은 비규격 부품으로 점검을 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초래되겠는가?

새삼 이런 문제들을 반복하는 것은 현장경험이 없거나, 현지 사정을 모르는 일부 본사 경영진이나 임원들이 변화무쌍한 정부정책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이론적으로 무장한 프레임을 현실에 적용시키다보니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원자력 주변지역 협력업체들은 그간 정부정책이나 한수원 정책에 호응하면서 지역과의 유대관계를 잘 지켜왔다. 그간 지역 업체에 대한 배려나 보살핌으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원자력 자재 조달에 최선을 다해왔다. 모든 것을 한수원 기준에 따라 잘 이행해 왔다.

그래서 지역의 활성화나 고용창출에도 일정부분 기여해 왔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최근 원전 비리 문제를 빌미로 모든 것이 최악으로 전개되면서 이제 지역 업체들이 발붙일 곳이 없게 되었다.

현재 상태로 모든 것이 그대로 전개된다면, 지역협력사의 줄도산은 뻔하다. 왜냐하면 지역 협력업체들은 오직 원자력 때문에 태동된 지역의 업체다. 우리가 저항하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에게 불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본사 구매 시스템이 워낙 원칙이 없고 공정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한 두사람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 실적만을 생각한 반칙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외자는 한 푼도 못 깎고 수입하면서, 오직 내자만 이렇게 가격을 깎고 깎아서 지역 업체를 고사시키는지 원망을 더할 뿐이다. 이렇게 되면 이제 지역 협력업체도 더 이상 원자력에 대한 협력은 없을 것이며, 한수원에 대한 반감만 고취시킬 뿐이다.

알다시피 울진과 원자력은 평생 함께 가야할 숙명적인 관계이다. 늘 한수원에서는 지역과 함께라는 슬로건으로 많은 생색을 내고 있지만, 현실과는 정 반대로 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울진원전은 근 30여년 동안 큰 사고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현장직원들의 안전 운전에 대한 책임과 확신이 일치한 결과였다. 그러나

지역 협력업체의 결점없는 자재 공급과 헌신적인 봉사도 한 몫 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계속 이렇게 지역 상권을 무시하고 지역을 배제한 정책을 감행한다면, 결론은 지역의 모든 업체들이 도산되거나 떠나야 할 텐데, 이런 상황에 대해 한수원은 어떤 해법을 내놓겠는가?

또한 불과 몇 십 년 후면 원자력이 폐기되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날텐데, 그 이후의 초라한 울진의 모습을 무엇으로 보장할까? 한동안 산업화에 크게 기여했다가 지금은 조금씩 몰락해가는 태백시의 모습은 아닐런지...

우리는 또 한번 본사의 모순된 정책으로 인해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항상 주시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침체된 지역 활성화를 위해 개선된 정책을 재고해주기 바라고 또 바라는 바이다.


                                                       지역 협력(납품)업체 임직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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