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 새마을회 김승세 사무국장

 
나의 몸과 마음의 치유, 충북 음성군이야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12일, 반기문 UN사무총장의 고향 음성군을 찾아 제11회 길따라 맛따라 울진신문과 함께 떠나는 1일 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랜만의 여행이라 설래는 마음으로 충북 음성군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제일 처음 맞는 곳은 자연그대로의 비경을 온전히 간직 하고 있는 불영계곡이다. 울진에 살면서 그동안 느껴보니 못한 불영계곡의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수억년 동안 바위틈을 흘러내리면서 만들어낸 물길과 물에 닳아 반들반들해진 넓은 청석들. 마치 물항리처럼 패여진 암석들. 크고 이름난 폭포따위 하나 없지만 기암절벽사이를 뚫고 바위틈을 흘러내리는 청류를 내려다 보자니 절로 아찔해진다.

음성군으로 가는 길이 다소 지루하다고 느껴질 즈음에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자기소개를 하다보니 어느덧 음성에 도착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미리 예약을 해둔 식당에서 동태찜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첫 번째 목적지인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생가가 있는 행치마을에 마을에 도착하니, 음성군에서 문화해설사가 나와서 멀리 울진에서 온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해 줬다.

그럴듯한 해설사의 설명에 빠졌다. 반기문 총장의 생가마을인 행치마을은 광주 반씨 장절공파가 500년 전에 마을을 형성하였다. 보덕산이 좌우에서 감싸안고 있으며, 온화하고 정겨운 느낌을 주는 마을이다.

 


반기문 총장의 생가, 기념관, 평화랜드 및 선영, 사당, 기념시비, 연못 등이 자리하고 있는 터는 믿거나 말거나, 보덕산의 정기가 뭉쳐 있는데, 바로 앞의 작은 연못을 파 정기가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한 풍수지리적인 조건 때문에 큰 인물이 태어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해설사의 설명에 의하면 반기문 총장이 외교관이 된 계기는 1962년 고등학생 때 미국 정부가 주최했던 영어 웅변대회에서 입상하여 초청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가 존에프케네디 대통령은 만난 것을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반기문 총장은 2006년 UN 8대 사무총장으로 선출되었으며, 2011년 만장일치로 재선임되어 2016년까지 재임한다. 반기문 UN총장의 친절과 배려, 설득의 인생관을 배우며,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위해 다시 한 번 방문할 것을 각오하고 두 번째 목적지인 감곡 매괴 성당으로 향했다.

감곡 매괴 성당은 1896년에 설립되어 100년을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매괴 성당은 명성황후의 육촌오빠인 민응식의 집이었고, 1882년 임오군란때 명성황후가 피신 왔던 곳이기도 하다. 초대 본당 임가밀로 신부는 1896년 5월 성모성월에 그 모든 집터와 산을 매입, 매괴성월인 10월 7일 본당을 설립하였다고 한다.

감곡성당이라고 칭하는 매괴 성모 순례지는 야트막한 작은 산으로 형성되어 전체 산을 한 바퀴 도는데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신봉하는 종교가 없어 용어도 낯설고 그러했지만 1930년에 지어진 오래된 성당의 위풍당당한 모습에서 우리들의 지난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18번째로 세워진 감곡성당 임가밀로 신부는 일본 식민지하에서 억압받는 청년과 아이들에게 민족의식을 심어주고 한글을 가르쳐 미족의 뿌리가 마르지 않게 하였다고 한다. 또한 한국 전쟁 당시 북한군이 성당을 침입하여 감곡성당에 모셔진 성모상에 총을 7발 쐈는데도 성모상은 깨지지 않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니, 성모상을 볼 때 나도 모르게 성스러움을 갖게 하였다.

감곡성당을 뒤로하고 우리들의 마지막 목적지인 충청북도 도지정문화재 제32호 양촌 권근 삼대 묘소를 찾았다. 권근선생은 최근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사극 정도전에도 나오는 인물이다.

이색의 문하에서 정도전, 정몽주, 박상충, 이숭인 등 당대 석학들과 교류하면서 불과 열여섯의 나이에 성균시에 합격하고, 정도전이 제거되고 이방원의 신임을 얻고 핵심 측근에 등장하는 신진사대부의 리더였다고 한다. 권근 삼대묘소는 양촌 권근과 그의 아들 권제, 그의 손자 권람의 3대묘소이다. 권제는 권근의 차남으로 고려사를 편찬하고 용비어천가를 저작 찬가하였다.

권람은 문종 즉위년에 문과에 급제하고 세조7년에 좌의정에 이르렀다고 한다. 양촌 권근선생 삼대 묘소를 돌아보고 당시의 권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단지 아쉬웠던 점은 문중에서 관리를 한다고 하지만, 도지정 문화재인 만큼 도에서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렇게 반기문 UN 사무총장 고향 마을과, 감곡성당, 양촌 권근선생 삼대 묘소를 탐방하고 전국에서 하나뿐인 생극 내장탕을 저녁으로 맛있게 먹고 울진으로 돌아왔다.

주말 시간에 특별히 시간 내기란 우리네 환경이 그리 녹록지가 못해 늘 특별한 행사와 더불어 움직이는 코스가 정해진다. 이렇듯 이번에도 예정에 없던 역사적으로 소중한 의미가 부여되는 곳을 방문하고 우리나라 근대문명의 태동과 함께 살아 숨 쉬는 현장을 다녀오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나의 마음과 몸을 치유할 수 있도록 좋은 시간, 멋진 여행을 준비해 주신 울진신문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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