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주) 부장 배무석


        한수원(주) 부장 배무석
그리스 신화에는 ‘판도라’라는 여신이 나온다. 이 여신이 갖고 있던 상자를 열었을 때 죽음과 병, 질투와 증오 등 온갖 나쁜 것이 세상에 나왔고, 희망 만 상자 속에 남아 있는 것으로 신화는 끝을 맺는다.

며칠 전에 ‘판도라의 약속’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버트 스톤 감독)를 보았다. 원자력이 기후 대재앙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고 수십억 명을 빈곤으로부터 구할 수 있어서 반핵론자인 유명인사 5인이 실직의 위험과 명성의 실추를 무릅쓰고 서서히 찬핵론자가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순간적으로 판도라 상자의 희망이 원자력과 닮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석탄, 석유의 과도한 사용으로 지구 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태풍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점점 강해지고 있으며, 폭우로 인한 단시간 강우량은 매년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반핵단체의 구호처럼 “지금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행동해야 할 때” 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반면에 다큐멘터리 영화의 내용처럼 체르노빌 등 원전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와 방사능의 위험은 엄청나게 과장되어 있다. 이의 산 증인으로 체르노빌 사고발전소 주변에서 지금까지 계속 건강하게 거주하는 주민을 인터뷰 했으며, 국제기구의 보고서에서도 사고의 위험이 과장되었음을 지적하였다.

우리가 속해 있는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는 발전할수록 더 많은 전기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해당 사회의 경쟁력은 에너지 생산비용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비용이 낮으면 나라는 번성하고 높으면 쇠퇴한다. 최근 미국경제가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세일가스라는 값싼 에너지원 때문에 미국의 기업체가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세일가스가 없는 우리나라는 다행히도 정부와 원자력산업 초기 개척자의 선견으로 원자력 산업을 일찍 일으켜 타국에 비해 저렴한 전기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심지어는 중국보다도 전기요금이 저렴하다.

한편 원자력 발전비중을 점점 줄여나가는 정책을 펴고 있는 독일은 에너지 생산비용이 배로 증가하였다. 향후 독일기업의 경쟁력 저하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정부 및 지자체의 예산부족으로 인하여 저수지의 둑조차도 보강하지 못할 형편인 요즈음 정부는 세수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처음 경험하는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노년연금의 지급처럼 신규 세출은 늘고 기존 세입은 경기침체로 줄고 있다.

아무리 대중의 인기와 선거 때의 득표가 중요하더라도, ‘황금알 낳는 거위’인 원자력 발전사업을 망치는 자충수를 두어서는 아니 되겠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다큐멘터리의 내용처럼 감성이 아닌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현실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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