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변 항


                                    전세중

달빛에 젖은 어선들이 돌아와
싱싱한 파도를 선창에 부려놓고
밤새운 노동의 무게로 중심을 잡는다
흡반으로 먼 바다를 끌어당기는 문어의 몸부림은 필사적이다
대게는 긴 다리로 허공을 꼬집는다
뭉툭한 곰치의 주둥이가
마지막 호흡에 비장한 결심을 내뱉는다

동이 트는 항구가 질펀하다
울컥 치미는 비린내

밤새 고기 마이 잡았니껴
날이 궂어 얼매 못잡았니더

구수한 사투리가 포말처럼 흩어진다 
수신호가 술렁이는 경매장
도매금으로 떨이한 아침이 어디론가 실려 가고
어죽 한 그릇으로 채우는
등 푸른 죽변항
비로소 조였던 괄약근을 푼다

출렁이는 햇살에 
몸을 녹인 어선들
줄지어 포구에 눕는다
                                   


                                ☆제2회 울진문학상 공모전- 大賞 작품
                                 울진신문사 주최/ 동아베스텍(주)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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