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생

                      이요람


칠월 기방 처마 끝
그늘 한 줌 찾아
봉선화 한 다발은 만발하고 있었다.

젊은 기생들이 오색 비단 나풀거리며
눈웃음 흘릴 때
늙은 기생 하나,
종년을 불러
쫓아오는 햇볕 피하지 못해
붉게 달아오른
봉선화 꽃잎, 청록 빛 잎을 따다
주먹만 한 돌로 탁! 탁!
분홍빛 피 사방에 튀도록
연신 찧으라 시켜댄다.

그날 밤
늙은 기생의 열 손가락은
주황빛 물을 머금고
하얀 베갯잇은 미련과 추억으로 축축이 젖었다.

마을 어귀
버드나무 밑으로 향하는
팔팔한 나귀 한 마리와
가체마저도 비루해진 늙은 퇴기

흩어져 가는 흙먼지와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주황빛 열 손가락

버드나무는 물 있는 곳을 향해 처지는데
늙은 퇴기의 열두 개 가야금 줄은 누굴 위해 뜯어질까

 

                                 ☆제2회 울진문학상 공모전 - 일반부 우수작
                                 울진신문사 주최/ 동아베스텍(주)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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