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철 부산일보 편집부장

[고향으로부치는편지 스무번째] # 70년대 풍경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 서울 아저씨 왈 어디서 왔어요? / 울진에서요. / 아! 울진삼척지구 무장공비 넘어온 곳. # 80년대 풍경 어엿한 성인이 되어 대구 부산 사람을 만난다. / 고향을 묻는 질문에 울진이라 답하면. / 아! 동해바다, 불영 계곡, 온천... 성류굴이 있는 곳... 참 좋은 곳에서 왔네요. # 90년대 풍경 그동안 알고지낸 지인들은 내 고향을 거의 안다. / 송이 문어... 간혹 접대한 음식에 군침도 흘린다. / 울진대게라고 그렇게 당부해도 다 먹고 나면 ¨와! 영덕대게 맛있다¨고 놀리기 까지 한다. / ``한번 안 불러주나?`` 하는 지인들의 기대에 행복한 부담도 가진다. # 2000년대 풍경 원전건설에 이어 핵 폐기장 유치가 거론되는 나의 고향에 지인들은 이제는 조그만 애정 까지 표현 한다. / 고향사람들 고민이 많겠네요?? / 생산되는 먹 거리는 괜찮은 가요? / 걱정으로 아쉬움으로 많은 관심을 토로한다. 내가 살아가며 접했던 외지인들의 눈에 비쳐진 내 고향 울진이 변해온 모습을 풍경화로 그려 보았다. 이렇듯 지역 이미지는 그 지역의 문화, 시설, 특산물 등으로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각인 되어진다. 그렇게 각인 되어진 내용으로 지역 사람들의 이미지도 함께 규정되어진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울진이 무장공비에서 온천, 바다를 지나 송이, 대게까지의 풍경화에는 낭만이 있었고 정겨움이 있었다. 정겹기만 했던 고향 울진에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오면서 각인된 ``핵``은 지역 이미지를 넘어 지역갈등으로 까지 확대 되고 있다.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를 울진에 건설 하면서 취업과 미래의 엄청난 경제발전을 보장한다는 선물을 들고 왔었다. 그런데 지금 울진사람들은 일거리가 없단다. 경제가 엉망이란다. 이제 또 다시 정부는 핵 폐기장 건설하면 한수원 본사를 옮기고 수천억 원의 지역발전기금 지원 하는 등 푸짐한 선물을 주겠다며 유치를 권하고 있다. 고향 사람들은 ¨그 선물 받아 울진발전의 거름에 쓰자¨? ¨그 선물을 받으면 울진의 미래는 없다¨ 며 대립된 입장으로 갈라서있다. 모두가 고향 사람들이고 모두가 고향 지키기라는 명분으로 갈등하고 있기에 어찌 보면 희망적이고 발전적인 대립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렇게 희망적이고 발전적으로 기대되지 않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그동안 원전으로 인해 숱한 시련과 고통을 많은 사람들이 겪었다. 그러나 고향사람들의 많은 격려와 애정의 비판으로 이해하고 화합하며 열심히 살아왔다. 그러나 핵 폐기장 유치 문제에 있어서는 이해와 대안적 비판은 없고 대립과 갈등의 골만 세월이 더할수록 깊어 간다. 많은 정치적 책임자들과 정부당국이 있었지만 사람들의 시련과 고통을 모르쇠로 일관하며 그냥 지나갔다. 아니 어찌 보면 갈등을 더욱 부채질 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실을 경험 하면서 우리의 것은 우리가 지켜야한다는 것을 역사의 과정에서 보아왔다. 지난 휴가 때 원전 건설을 반대했던 한 선배가 핵 폐기장 유치운동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만나보았다. 선배 왈 ¨원전건설 반대를 위해 감방 가면서까지 싸웠지만 지금은 온 동네에 원전으로 꽉 찼다. 이래저래 원전건설을 막지 못할 바에야 선물이라도 챙기는 게 났지 않는가?¨ 울분을 토해내며 주장하는 논리에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지난 추석 때 핵 폐기장 유치반대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후배도 만났다. 후배 왈 ¨원전에 핵 폐기장까지 들어서면 당대는 물론 어느 세월에 멈출지 모르는 가슴조이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겠소?¨ 흥분을 삼키며 얘기하는 모습에 억장이 무너진다. 누구하나 미워할 수 없는 모두가 고향사람 아닌가. 더 이상의 갈등을 접고 진정한 지역의 미래를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서 살기 좋은 울진을 위한 ``지역 공동체 로드맵`` 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고향의 푸른 동해바다의 넓은 품에서 나눔을 배웠다. 나는 우렁찬 태백산 기슭에서 타협하지 않는 기상을 배웠다. 고향 울진의 동해바다와 태백산맥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나눔과 용기는 오늘의 나를 지켜낸 삶의 원칙 되었다. 그리고 가난하지만 당당한 우리 아들 딸 들도 자신이 태어난 울진의 풀 한포기 흙 한줌...... 거대한 자연 속에서 희망을 심고 삶의 원칙을 다짐하며 힘차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 아들 딸들이 고향을 떠나면 고향의 자연속에 고향의 사람속에 심어 놓았던 그 희망은 그리움이 되어 가슴속에 품고 살아간다. 그 세월이 반복되어 흐르면 미래가 되지 않는가? 그 미래를 밝고 맑게 만들어 주어야 할 의무는 당대의 어른들에게 있다. 또 그 아들 딸들이 어른이 되어 힘들고 지친 몸으로 고향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 그들을 맞이할 풍족한 대접은 없더라도 따뜻한 정겨움은 있어야 하지 않는가? 혹자는 배부른 소리, 현실을 모르는 낭만주의로 각설 할 수 있겠으나 나 또한 찌든 가난에 몸서리난 이력이 있다. 그러나 고향에서 배운 나눔의 여유와 타협하지 않은 용기를 잃지 않고 세상을 살아왔다. 이제는 원전과 핵 폐기장이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지펴진 갈등의 불씨를 빨리 없애야 한다. 그래서 수백 년 후에도 고향울진의 정겨운 풍경화를 유지해야 되지 않겠는가? #2100 년의 풍경 ¨강형의 고향 울진에서 원자력발전소가......¨ ¨강형의 고향 울진 핵 폐기장에서......¨ 내가 알고 지내던 지인들의 걱정은 없어야 할 텐데...... 약력 울진읍 출생/ 울진초등학교/ 울진중학교/ 울진고등학교/ 대구대 경제학과 졸업/ 부산대 대학원 재학/ 대구대 민주동문회 회장/ 부산일보 기자 입사/ 부산일보 노조위원장/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위원장/ 한국편집기자회 부회장/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 역임/ 현 부산일보 편집국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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