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 제2회 울진문학상 대상 수상 소감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발견이며 생활의 활력이기도 했다. 뚜렷한 철학이기도 했다. 나의 가치관이 좀 바뀌었다고나 할까. 땅 한 평 불리는 것보다 글 한편 쓰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쓰고 있는 글들에서 시집과 산문집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무게를 느낀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인생의 여정이 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종착역에 닿는다. 프랑스 작가 프루스트는 방의 모든 창문을 밀봉하고 두꺼운 커튼을 드리운 채 지금까지는 살기만 했으니, 이제부터는 쓰기만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무작정 쓰기를 한다면 몸과 정신이 온전할 지 의문이지만, 그의 고백이 내 가슴에 남다르게 와 닿는다.

이경자 소설가의 산문 심사평이다. “일반부에선 아주 잘 쓴 글 한 편이 있었습니다. <자두>를 응모하신 분인데, 흠잡을 데 없는 글쓰기 솜씨임에도 불구하고 선에 넣지 못했습니다. 글의 내용이 울진과 상관이 없어서였습니다.”

<자두>는 시 ‘죽변항’과 함께 응모한 나의 수필 작품임을 밝힌다. 선정은 심사위원의 고유 권한이겠지만 작가는 무엇보다도 작품으로 평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릴 적 바다와 함께 죽변항을 떠돌며 자랐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항구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봉평리였다. 중, 고등학교 다니던 1960년대만 해도 동해안 일대에서는 오징어가 많이 잡혔다. 지금은 파도로 휩쓸려나가 봉평 백사장이 거의 반으로 줄어들었지만, 당시만 해도 꽤나 넓었다.   
 
자연스럽게 마을 앞은 오징어를 말리는 건조장이 되었다. 우리 집도 그랬지만, 집집마다 오징어를 볕에 말려 생활에 작은 보탬이 되기도 했다. 푸들푸들 구겨진 오징어를 마루 가득 쌓아 놓고 가족이 모였다. 오징어 귀를 입에 물어 손으로 냅다 늘리고 배를 발뒤꿈치로 썩썩 밀며 늘리고 그런 다음 자근자근 밟아서 반듯한 상품을 만들었던 일이 새롭게 떠올랐다.

그 즈음 밤이면 먼 바다의 배들이 불야성을 이루었다. 아침이면 만선으로 돌아온 배들이 부려놓은 오징어로 발 디딜 뜸조차 없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개락 났었다. 길바닥에 오징어가 굴러 다녔다.

그리도 많던 오징어는 어디로 갔을까. 북적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고향에 내려가 가끔 들러보면 항구의 어선이 외로워 보였다. 그때의 활기 넘치는 풍경을 볼 수 없었지만 죽변항은 언제나 따뜻하고 내겐 남다르다.

울진문학대상이라는 엄중한 이름으로 주어진 상은 더 멀리 시의 길을 걸어가라는 격려로 여겨진다. 부족한 만큼 더 노력해야 되겠다. 내 시에 단비를 내려주신 심사위원과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 상을 제정하고 운영하는 분들께 감사드린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문학상이 탄생되고 있다. 문학의 저변을 확대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기왕에 시작한 울진문학상이 대한민국에서 권위 있는 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수상의 기쁨을 사랑하는 울진군민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전세중 수상작가 약력>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2002년 공무원 문예대전 시조부문 최우수상/2004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2007년 공무원문예대전 동시부문 최우수상/
2009년 『안전체험프로그램을 활용한 외국 관광객 유치 증대 방안』이 서울시정 연구 우수논문으로 선정/ 서울 소방혼탑 추모헌시 작성/ 2013년 소방공무원 정년퇴임/
조선일보, 매일경제신문, 서울신문, 안전저널 등에 칼럼기고/ 저서로는 시집『걸어오길 잘 했어요』『봄이 오는 소리』 산문집『아름다운 도전 』『어느 소방관의 이야기 』『인도여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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