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읍 명도리 아산(鵝山) 노일순


어느 집안이든 명절 때나 기제사 때나 묘제를 올릴 때마다 왜 과실(果實) -대추,밤,배,감- 을 진설해야 하는 지를 알리고자 한다.

옛 어르신들의 말씀에 의하면, ① 대추(大棗, 대조) : 대추나무는 암수 꽃이 한 나무에 있기 때문에 꽃마다 대추 열매가 달린다. 그것은 사람이 태어나면 반드시 후손을 탄생시키고 죽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추 씨앗은 반드시 하나인데 그것은 절개를 말하고 순수한 혈통의 자손 번성을 기원하는 의미다.

대추가 성숙되면 붉은색이 되는 것은 왕이 사용하는 용포를 상징하고 씨는 하나다. 또한 열매 크기에 비하여 씨가 큰 것은 왕(王)이나 후손들 중에 성현들이 나오기를 원하는 것이며, 죽은 혼백을 왕처럼 모신다는 후손들의 정성이 서려 있는 것이다.

② 밤(栗, 율) : 진설의 두 번 째 과일인데, 밤나무는 밤씨가 땅속에 생밤 상태로 있다가 열매가 열리고 난 뒤에 씨밤이 부패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근본을 잊지 말아야 하며, 조상의 영원한 연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위패(位牌)를 만들 때 밤나무로 하는 것은 이런 이유이며, 밤이 성숙되면 벌어지듯이 아기가 성장하면 이제 품안에서 나가 살라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밤 한 송이에는 씨알이 3인데, 이는 이는 3정승(영의정,좌의정,우의정) 을 뜻하는 것으로 후손들에게 3정승이 나오도록 기원하는 뜻이다.

③ 배(梨, 이) : 배 열매의 껍질색이 황색이기 때문에 황인종(黃人種)을 뜻하며, 오행(五行)에서 황색(黃色)은 우주의 중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때문에 흙의 성분을 표현한 것이다.

배의 소살은 백색으로 우리의 백의민족(白衣民族)을 빗대어 순수성과 명백함을 표현하는 제물(祭物)로 쓰이는 것이다. 그리고 씨가 6개임으로 육조판서(六曹判書) 이,호,에,병,형,공조를 의미하기도 한다. 후손에 육조판서가 나오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④감(柿, 시)은 씨앗을 심으면 고욤나무가 된다. 그러므로 3~4년간 자라면 감나무에 삼목을 시켜서 2년 후부터 감이 달린다. 감나무는 사람으로 탄생하여도 사람다운 교육을 받아야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가르침을 배우는데 생가지를 칼로 째서 접목할 때처럼 아픔이 따르게 된다. 그 아픔을 경험함으로써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감나무가 아무리 커도 감이 달리지 않는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를 절단하여 보면 속에 검은 신이 없다.

감 달리는 나무는 검은 신이 있다. 이것을 두고 부모가 자식을 낳고 키우는데 그 만큼 속이 상하여 검게 된 것이므로 부모를 생각하여 효도(孝道)를 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제물 과실(祭物果實)을 차례상에 진설하는 의미를 알고, 조상님께 후회없는 효도를 해야 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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