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채우기 위해 섣달 그믐날
하얀 길 저 홀로 산길을 걷는
길은 불영사에서 다시 시작된다
물길이 뚝 끊긴 얼음의 강심장은
입춘의 구애를 외면할 리 없고
계곡 깊숙이 파고드는
오후 햇살의 긴 촉수를
원만한 평온으로 되새김질하는
울진의 소나무들은
거친 바위벼랑 틈새 생존권을
좌선으로 다스린다
붙잡을 나도 없는데
불손한 생각이 어디 있단 말인가
꽉 차오르는 정월 대보름달을
이 가슴 속에 키워낼 수 있다면
아무 소원 없겠네

★남연우- 울진군 기성면 출생/ 경희대학교 졸업, 
                시집- ‘아름다운 간격’, 
                신간-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꽃’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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