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의 이런저런 이야기 11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본다. 편견 때문일까. 나는 살아오면서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으로 일을 그르친 경험을 많이 했다. 다양성을 놓쳤기 때문이다. 한 가지를 보고 열 가지를 알 수 있지만, 한 가지 때문에 열 가지를 놓치는 수도 있다.

나는 겨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계절 중에서 겨울은 유난히 힘들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어릴 때, 얼굴에 핏기가 없어 원기가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혈기 왕성한 이십대는 그런대로 지낼만했으나,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추위를 탄다. 봄이 다 가도록 내복을 입고 산다. 각박한 도회지 생활을 하느라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함인가. 운동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올 봄 건강검진을 받았다. 표준 체중이다. 혈압은 약간 낮은 편이나 정상 수치다. 수치상으로 건강에 특별히 이상이 없지만, 추위와 맞서 싸울 에너지가 부족하다. 해마다 가을 지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옷을 겹겹이 입고 보온에 힘써야 감기를 막을 수 있다.

겨울의 즐거움을 모르고 겨울을 난다는 것은 슬픔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여름을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겨울이 되면 나는 흰색 내복을 즐겨 입는다. 늘 입던 흰색이라 다른 색상은 없는 줄 알았다. 지난 겨울 아내와 함께 백화점에 들렀는데, 점원이 신축성이 좋은 기능성 밤색 내복을 권했다.

흰색이 아니라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한 벌에 십일만 원 하는 옷값이 삼만 원이란다. 겨울이 지나가는 철이라 떨이로 싼 가격에 구매를 했다. 집에 와서 입어보니 가볍고 따뜻했다. 그동안 내복은 흰색이란 고정관념이 아내를 얼마나 귀찮게 했던 것일까. 흰색 옷은 조금 입으면 색이 누렇게 변해 가끔 삶아야 제 빛깔을 낸다. 늦게라도 아내의 일손을 덜어주게 되어서 다행이다.

친구에게도 편견을 가지고 있다.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말이 많은 친구를 싫어하는 편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얼마나 그 친구의 입장에 서 보았는가. 포용할 수는 없는 일인가. 평상시 좋게 생각했던 친구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먼저 손을 내민다면 얼마든지 가까워 질 수 있지 않을까.

편견은 욕심이다. 그 욕심은 사회에도 자라고 있다. 우스꽝스러운 편견은 미혼 남자의 몸값이다. 적령기 남녀의 비율이 기울어진 것도 아닌데, 오래 전부터 값 비싼 신랑감은 부류가 정해져 있다. 법관 지망생의 고시 합격자와 의사 지망의 의과 대학생은 순위가 여전하다. 일명 ‘사’자가 붙은 신랑감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무감각해진 이 풍습은 사람은 동등하다는 생각을 무너뜨렸다. 애정보다는 조건을 따지는 정략결혼을 한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동양적인 관습과 충효를 근간으로 꾸려 나가는 가정을 세우는데, 흥정을 하는 이기주의 앞에서 말을 잃게 된다. 사람의 인품보다는 조건을 앞세워 사람의 값을 매기는 만연된 풍토가 아쉬울 뿐이다.

삶이란 우리의 인생 앞에 어떤 일이 생기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정 된다. 오래된 관습을 버리는 것은 물길이 방향을 바꾸는 만큼 어렵다. 과거에 길들여진 버릇은 새로운 것을 수용하기 꺼린다. 그래서 생각을 바꾼다는 것, 습관을 바꾼 다는 것은 결단이 필요하다. 편견을 버리는 순간 새로움이 태어난다.

자신을 변화시키면 세상과의 관계가 변할 것이다.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