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식 주필


지난 16일이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지 1주년이다. 그동안 온 국민들이 슬픔을 함께 했다. 자식잃은 슬픔을 참척이라 한다는데, 그 말은 내게 공허할 뿐이다.

나는 세월호 사건 약 1년전인 2013년 4월 28일 새벽 6시 경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았다. 군에 보낸 큰 아들의 호흡이 없다는... 이후 나는 아이가 다시 숨 쉬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입대한 지 40일째였다. 특별히 건강한 아이였다. 국과수는 사망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을 청장년급사증후군이라 했다. 나는 다 키운 아들이 왜 죽었는 지 이유도 모른 체 저 세상으로 보내야 했다.

아이가 죽기 전날 밤 10시15분에 쓴 그의 비망록에는 “오늘도 즐거운 하루였다. 엄마와 친구 누구 누구와도 전화를 하고...” 라고 적혀 있어 더 이상 따지고 들 수도 없었다. 그냥 건강하고 멀쩡하던 아이를 나라에 바친 것이다. 며칠 있으면 2주년이 다가온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 했다. 오늘 하루도 수십번, 문득 문득 참척의 고통에 어금니를 악물고 딴 생각을 하려 머리를 흔든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은 이순신 장군 같은 분도 아버지였다. 전장에서 21살의 막내 아들 비보를 받고는 통곡(痛哭)했다 하니, 자식 앞세운 부모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나도 아이의 아비로서 자식 앞세운 부모의 심정을 안다. 나는 작년에 팽목항으로 직접 달려 가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너무 멀어 30만원의 위로금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런데 나는 최근 대구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두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세월호 유가족 보상관련 내용이었다. 메시지의 내용을 읽고서는 “이건 아닌데. 잘못하는 것이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정자들이 자신들 개인의 돈으로 해 주는 것이라면 몰라도...

▲국가 추념일 지정, 추모공원, 추모비 건립 ▲사망자 전원 의사자 처리 ▲공무원 시험 가산점 주기 ▲사망자 형제자매 및 단원고 피해학생전원 대입특례전형 및 수업료 경감 ▲유가족 평생 정신적 치료 및 유가족 생활안정 평생지원 ▲전기료 각종 공공요금 감면, 상속세 등 각종 조세 감면 등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 무려 22가지를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메시지는 우리나라 최고의 지식인 중에 한 분이라 할 수 있는 김지하 시인이 이 문제에 대해서 쓴 칼럼이었다. 그는 “세월호 희생자는 세월호 선주와 사고가 나도록 원인을 제공한 제한된 수의 공직자들이다.” “따라서 사고에 대한 배상은 기업체가 해야 하고, 사고유발의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공직자들로부터 받아야 하는 것이다.” 라고 밝혔다.

“그들 전부를 의사상자로 지정한다니... 그들이 국가를 위해 전쟁터에 나가 싸우다가 희생되었는가?” 라고 묻는다. “현재 국가유공자가 받는 연금액의 240배 까지의 대우다.” 라고 질타했다.

정치의 제일 원칙은 공평무사(公平無私)다. 잘 하는 것 전에 편중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국가유공자보다도 더한 예우와 보상을 한다는 것은 우리들의 보편적인 정서에 맞지 않다.

공직자라면 무엇보다도 공(公)과 사(私)를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가 슬픔을 함께 하는 것하고, 보상하는 것 하고는 별개의 문제다. 이런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공직자가 있다면, 참으로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가를 맡아 책임질만한 자질이 부족하다.

                                                                                /전병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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