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의 이런저런 이야기 12


별을 본 지 오래되었다.

가끔 별을 보기 위해 목을 쭉 빼고 밤하늘을 쳐다보지만, 듬성듬성 몇 개의 별이 흐릿하게 보일 뿐이다. 몇 번을 쳐다보았으나 초롱한 별은 볼 수 없었다. 서울 하늘의 흙먼지 때문이리라.

빛나는 별을 본 것이 40여 년 전인 것 같다. 고향을 떠난 지가 벌써 그렇게 되었나 보다.

내 고향 울진 바닷가는 광활한 수평선이 있어서 끝없는 미지를 생각하게 하였다. 무더운 여름철 밤 바닷가로 나가면, 시원한 계절풍이 더위를 잊게 한다.

저녁이면 돗자리와 담요를 펴고 해안가 백사장에 누우면 별천지 하늘이 한 눈에 들어온다. 수 많은 별들이 손에 잡힐 것 같다. 이따금 유성이 포물선을 그으며 떨어지는 광경은 폭죽이 터지는 듯하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방황하던 나는 별을 보며 인생의 길을 물었다. 어쩌면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이었는지도 모른다.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찬 내게 별빛이 찾아와 어딘가로 끌고 갔다. 별빛을 보고 있으면 그렁그렁한 눈물이 맺히곤 했다.

그러나 지금 고향 바닷가에 가면 나를 반겨주던 것들이 사라지고 없다. 백사장에는 주차장이 들어서고, 모래밭은 파도에 휩쓸려 폭이 좁아졌다. 음식점이 들어서고 여행객들의 쓰레기 몸살에 지쳐 보인다.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나이, 아직도 나는 추억에 젖고 싶을 때 고향 바닷가를 떠올린다.

그때의 순진무구한 별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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